네모난 더미식밥, 동그란 햇반…즉석밥 모양 다른 이유
용기 모양 따른 익는 정도 차이는 '미미'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혹시 매일 집에서 밥을 지어 드시는 분 계신가요? 많지 않겠죠.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밥을 직접 해 먹는다면 '부지런하다'는 평을 듣는 게 요즘 맞벌이 가정이라고 합니다. 저도 먹는 것에 진심인 편이지만 매일 밥을 짓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인이 '밥' 없이 살 수도 없는 노릇. 이럴 때 없어서는 안 되는 게 바로 즉석밥입니다. 따로 준비할 것도 없고 쌀처럼 벌레가 생길까 고민하며 보관하지 않아도 되죠. 다른 반찬들을 준비하면서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따뜻한 밥이 완성되니 바쁠 땐 이만한 게 없습니다.
저도 집에 늘 10개 이상의 즉석밥을 구비해 둡니다. 밥 하기 싫은 날, 늦게 퇴근한 날엔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즉석밥을 꺼내들죠. 그러다가 생긴 궁금증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즉석밥은 둥글고 납작한 용기에 들어 있는데요. 하림이 만든 더미식밥은 도시락처럼 네모난 사각 용기에 들어 있습니다. 똑같은 밥인데, 왜 모양이 다른 걸까요. [생활의 발견]에서 한 번 알아 봅니다.
도시락 대신 밥공기
사실 즉석밥 용기는 원래 '사각'이었습니다. 즉석밥의 원조인 일본이 도시락과 비슷한 형태인 사각 용기를 선호했기 때문이죠. 일본에서는 아직도 즉석밥에 사각 용기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국내 즉석밥의 역사 역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초창기엔 대부분 사각 용기를 사용했습니다. CJ제일제당이 1996년 출시한 '햇반'도 처음엔 사각 용기였죠. 다른 즉석밥들도 사각 용기를 썼구요.
그러던 중 CJ제일제당이 햇반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둥근 용기' 아이디어를 냅니다. 일상적인 집밥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햇반을 식탁에 그대로 놓고 먹어도 이질감이 없도록 밥공기와 비슷한 모양의 용기를 개발했다는 설명입니다.
시장 1위인 햇반이 '둥근 용기'를 내놓으면서 다른 즉석밥 제조사들도 모두 이 둥근 용기를 따라하게 됩니다. 둥근 용기는 사각 용기보다 식탁 위 공간을 덜 차지하고 모서리가 없어 수저로 밥을 뜰 때도 깔끔하게 떠낼 수 있어 한국인의 밥상에 더 잘 어울렸죠.
사각이 더 좋은데?
둥근 밥공기로 통일되는 듯했던 국내 즉석밥 시장의 용기 형태는, 2021년 하림이 등장하면서 다시 혼란에 빠집니다. 하림이 '철 지난' 사각 용기를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2021년 즉석밥 시장에 진출한 하림은 네모난 용기에 담긴 '순밥'을 출시합니다. 순밥은 이듬해 '더미식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림은 왜 다른 즉석밥 기업들이 사용하는 둥근 용기가 아닌 사각 용기를 사용했을까요. 사각 용기의 가장 큰 장점은 '보관 편의성'입니다. 납작하고 네모난 모양은 여러 개를 쌓아둬도 무너질 걱정이 없죠. 집에서 보관할 때는 물론 유통 과정에서도 더 많은 양을 더 안전하게 수납할 수 있습니다.
먹을 때도 사각 용기가 편리합니다. 국이나 탕, 찌개 등을 곁들이는 한식의 특성상 밥그릇 위에 찌개 건더기 등을 올려 먹는 경우가 많은데, 사각 용기는 입구가 넓어 흘리거나 쏟을 걱정이 없죠. 카레나 짜장 소스 등을 부어 쓱쓱 비벼먹기에도 사각 용기가 좋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하림 더미식밥은 하림산업이 제조하는데요. 즉석밥 제조 계열사인 HS푸드를 올해 초 흡수합병했습니다. 이 HS푸드는 일본의 즉석밥 제조사인 신메이홀딩스와 손잡고 만든 회사입니다. 신메이홀딩스는 물론 사각 용기 즉석밥을 만들죠. 하림의 더미식밥이 사각 용기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내가 제일 잘 익어
두 가지 즉석밥 용기에 대한 설명 중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양 쪽 모두 자기네 용기가 더 밥을 골고루 익히는 용기라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둥근 용기를 사용하는 CJ제일제당은 사각보다 대칭 형태의 동그란 용기가 사방에서 오는 열을 고르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마이크로파는 보통 위에서부터 전자레인지 내부 벽을 지그재그로 치며 아랫부분으로 내려오는데, 용기 밑이 평평하면 마이크로파가 닿기 어려워 옆 부분만 데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면의 열 도달률을 동시에 높여 조리 시간을 단축하고 밥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는 비결이 둥근 용기에 담겨 있다는 설명입니다. 용기 바닥을 오목하고 주름지게 만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반대로, 네모난 용기를 사용하는 하림은 표면적이 넓고 그 두께가 얇을수록 열이 더 잘, 골고루 전달되기 때문에 사각 용기가 효율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사각 용기는 원형 용기 대비 상, 하부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내용물이 보다 넓게, 그 높이는 보다 얇게 쌓이게 된다는 거죠.
그런데 정말 두 가지 용기의 익힘 정도가 차이가 있을까요. 누구의 이론이 실재와 부합하는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햇반과 더미식밥을 권장 조리 시간인 2분보다 짧은 1분만 돌린 후 어느 제품이 더 빨리 익는지 실험했는데요. 결과는 다소 예상 외였습니다. 두 제품 모두 1분만 데워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 뜨거워졌습니다.
실제로 용기의 모양에 따라 더 잘 익거나 덜 익는 상황이 있을 수 있겠지만, 권장 조리 시간의 절반인 1분만 돌려도 충분히 따뜻해지는 것을 보면, 실제 실생활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즉석밥을 구매하셨든, 용기 때문에 밥이 안 익을까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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