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 잼버리 온 우크라 대원들 “한국 추억 안고 가요”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물레 앞에 모여앉아 ‘도자기 빚기’ 체험
양손에 흙 잔뜩 묻혀가며 서툴게 작업
동료들 영상으로 담으며 즐거운 시간
“롯데타워서 본 서울 시내 가장 인상적
반겨준 사람들 감사… 또 오고 싶어요”
“잼버리 대회에 참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침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5일 오전 10시쯤 경기 이천시 신둔면 ‘산이랑공방’에 우크라이나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였다. 공방 측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공식 일정을 마치고도 도자기 빚기 체험을 위해 찾은 인솔자 등 24명을 반갑게 박수로 환영했다.
본격적인 도자기 빚기 체험에 앞선 공방 대표의 시범에 대원들 눈빛이 호기심으로 초롱초롱해졌다. 물레 위에서 도자기 굴곡이 드러나고 전체적인 모양새가 갖춰지자 몇몇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원하는 모양으로 자유롭게 만들면 된다’는 조언을 들은 대원들은 물레 앞에 앉아 개성을 뽐내기 시작했다. 흙이 양손에 잔뜩 묻고 앞치마도 더러워졌지만, 점점 윤곽을 드러내는 도자기를 앞에 두고 표정은 무척 밝았다. 낯설고 서툰 탓에 엉뚱한 형태여도 개의치 않았고, 동료를 영상으로 담으면서 시끌벅적한 대원들은 그야말로 청춘이었다.
이날 경기도립박물관 견학 등 다른 일정으로 채색이나 도자기 굽기 등을 뺀 2시간가량 ‘물레 체험’이 공방에서 즐긴 전부였지만, 작은 작품 하나라도 더 만들어 보려는 대원들에게서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양한 형태의 작품 중 유독 ‘♥’(하트) 모양 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짧은 노란 머리에 귀걸이를 한 카테리나 폴리슈크(Kateryna Polishchuk)양은 물레 체험을 앞두고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작 전부터 “한국 문화는 다양하고 화려하다”고 말했다. 경복궁 등 방문도 인상 깊었던 듯 “역사 면에서 흥미로운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K팝에 관심 많은 친구 덕에 한국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가을이나 다른 날에 또 오면 좋을 것 같다”며 안경 너머로 눈빛을 반짝였다. 폴리슈크양은 커피 한 잔을 가득 담을 만한 컵 하나와 꽃 두 송이 정도를 꽂을 수 있을 듯한 아담한 화분을 만들었다.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항공편 구하기에 다소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대원들은 인근 폴란드와 튀르키예 등을 경유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한다. 귀중한 경험을 위해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준비할 것도, 신경 쓸 일도 많았을 터다. 대원 인솔자인 스비틀라나 멜니크(Svitlana Melnyk)씨는 한국행에 앞서 서류와 비자 문제 등 관련 절차를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전했다. 잼버리 초기 운영 미숙 논란에는 “어려운 경험이었다”면서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수습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체험 중 무엇이 가장 재밌었는지 묻자 롯데타워 전망대에서 탁 트인 서울 시내를 내려다봤을 때 대원들이 즐거워했다며 프로그램을 마련한 교육원 측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우크라이나 대원들은 18일부터 19일에 걸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공방 측은 아름다운 꽃이 그려진 컵 24개를 직접 만들어 이들에게 선물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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