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개찰구 밖 화장실 10분 내 가능?"…지하철 재승차 이용해보니

이세현 기자 2023. 8. 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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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0분 내 재승차하면 무료…7월부터 1호선~9호선 구간 시행
현장서 "상황 맞게 시간 늘려야" 목소리
지난 12일 취재진이 서울특별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공덕역을 방문해 10분 내 재탑승 제도를 이용해봤다. 남성인 취재기자가 화장실을 이용하기까지 걸린 총 시간은 7분 56초 가량이었다. 〈사진=이세현 기자〉


"화장실 가는데 (10분안에 재탑승하려고) 마음 졸이기 싫어서 역무원에게 비상문을 열어달라고 합니다"(20대 여성 직장인 A씨)

취재진은 지난 12일 저녁 6시 21분쯤 서울특별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공덕역 5호선에서 하차해 화장실을 다녀와봤습니다. 지난 7월부터 서울시가 시행한 '10분 내 재승차 (무료) 제도'를 활용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지하철 10분 내 (무료) 재승차는 서울 지하철(1호선~9호선, 진접선) 이용자가 목적지를 지나치거나 화장실 등 긴급용무가 있을 경우 10분 내 재승차할 경우 기본운임을 부과하지 않고 환승을 1회 적용해 주는 제도입니다. 요금환급 및 제도개선을 요청하는 시민 불편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개찰구에서 먼 화장실 많아…"마음 졸이기 싫어 비상문 열어달라고 해"



5호선 공덕역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지하 2층 개찰구에서 지하 1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해당 시간대는 퇴근하려는 시민들로 붐벼 좀처럼 이동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후 화장실까지 걸린 시간은 3분 정도였습니다.

지난 12일 JTBC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특별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공덕역 5호선 화장실은 지하 2층 개찰구에서 지하1층으로 올라와 한참 걸어야 했다. 〈사진=이세현 기자〉

취재진이 2분 남짓 화장실 사용을 마치고 다시 지하 2층에 위치한 개찰구로 내려가기까지 총 걸린 시간은 7분 56초 가량이었습니다.

20대 여성직장인 A씨는 "여성화장실은 평소 대기줄이 길어 남성보다 사용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며 "마음 졸이면서 재승차 제도를 이용할 수는 없어 역무원에게 그냥 비상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다음날인 13일 오전 11시 40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역 8호선을 방문했습니다. 부상이 있는 등 몸이 불편한 상황을 가정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화장실 이동을 시도해봤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가 탑승해 화장실이 있는 층에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만 2분 15초 가량이었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40분쯤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역 8호선에서는 개찰구를 빠져나와 화장실에 가기 위해 탑승한 엘리베이터에서 총 2분이 넘게 걸렸다.〈사진=이세현 기자〉

인근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B씨는 "최근 다리를 다쳐 엘리베이터든 에스컬레이터든 걸음이 느려져 이동에 한계가 있다"며 "역 구조도 익숙하지 않아서 화장실을 갔다가 10분 안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취재진은 오후 12시 24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고속터미널역도 가봤습니다.

3호선을 이용할 경우 역시 개찰구가 있는 지하 2층이 아닌 지하 1층 외부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화장실에 도착했지만 화장실칸이 꽉 차 다른 화장실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찍은지 4분이 흐른 뒤에야 사용 가능한 화장실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다 도착 후 화장실 이용시간까지 고려하면 10분 내 재승차 (무료) 제도는 사실상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역무원 C씨는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승객들에게 10분 내 재승차 제도를 안내하고 있다"면서도 "몸이 불편하거나 아이를 동반한 승객의 경우 제도 이용이 사실상 어려워 그냥 문을 개방해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4가에 위치한 을지로4가역 안에 부착된 10분 내 재탑승 제도 관련 안내문. 〈사진=이세현 기자〉

"시간 조정 필요" 목소리 잇따라…서울시 "시민들 의견 검토해 반영 예정"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재승차 무료 시간인 10분을 더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시민참여 온라인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을 통해 진행한 관련 설문 조사에서 "15분 정도로 늘리면 좋겠다" "붐비는 시간을 고려해 조정이 필요하다" 등 의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승차 제도가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아 시민들의 이용 실태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10분이 짧다는 의견이 대체적으로 나오고 있고 이를 인지해 개선을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기권 등도 재승차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 서울교통공사, 9호선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최대한 빠르게 시스템 개선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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