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범죄예방 위해서죠" 어린이집서 인형극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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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매달 어린이집을 방문해 범죄 예방 인형극 공연을 하는 청주 흥덕경찰서 현도파출소 노영주(49) 경사는 지난 1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인형극에 등장하는 주인공 아이가 문을 열어주거나 나쁜 어른의 술수에 넘어갈 때다.
평소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던 그는 인형극이 떠올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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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어하는 아이들 모습에 야간근무 피로 싹 가셔"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될까요, 안될까요라고 물으면 아이들이 다 같이 '안 돼요'라고 외쳐요. 그럴 때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5년째 매달 어린이집을 방문해 범죄 예방 인형극 공연을 하는 청주 흥덕경찰서 현도파출소 노영주(49) 경사는 지난 1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노 경사는 14시간의 야간근무를 하고 나서 비번이 되면 어린이집을 찾는다.
그는 "밤새 근무를 하면 아무리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서도 어린이집에 가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나눠줄 갖가지 모양의 풍선을 집에서 만든다.
그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인형극은 낯선 사람이 집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상황을 재현한 공연 등 모두 4편이다.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인형극에 등장하는 주인공 아이가 문을 열어주거나 나쁜 어른의 술수에 넘어갈 때다.
"문을 열어주려고 하면 인형극을 보던 아이들이 다 같이 '열지마, 열지마'하고 막 소리를 질러요.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모습을 보면 전날 야간근무로 쌓였던 피로가 싹 가셔요"
그가 인형극 봉사를 시작한 건 2019년 여름.
평소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던 그는 인형극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을 통해서라면 어떤 상황에서 경찰을 불러야 하고, 어떤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지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찰이 낯선 존재가 아니라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노 경사는 그렇게 결심이 선 뒤엔 과감히 배움의 길로 들어섰다.
인형을 조작하는 법도, 시나리오를 쓰는 법도 몰랐던 그는 다짜고짜 청주의 한 인형극단에 연락해 극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경찰관이 인형극을 배우고 싶다고 하니 극단 대표가 신기해하더라고요. 그래도 흔쾌히 허락해준 덕에 뒷무대에서 단원들이 인형을 조작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죠"
극단 공연을 여러 차례 따라다니며 막대 인형 조작법을 배운 뒤에는 복화술을 익히기 위해 차로 왕복 2시간 거리인 대전을 3개월 동안 매주 찾았다.
그는 "아직 전문가처럼 하지 못해 아이들 앞에 서기만 하면 떨린다"면서 "그래도 '개구리 송'을 복화술로 부를 때 아이들이 같이 따라불러 주면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한때는 어린이집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인형극 공연 섭외를 했지만, 지금은 어린이집 사이에서 일약 스타가 됐다.
청주 어린이집 연합회에서 '인형극 하는 경찰관'으로 소문이 났고, 십수군데가 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불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앞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한 달에 최소 두 번은 어린이집을 찾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파출소 일만으로도 힘들진 않냐는 질문에는 "막상 집 현관을 나설 때는 괜한 일을 벌였나 솔직히 후회한 적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역시 늘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겸연쩍어했다.
그러면서 "인형극이 아이들의 범죄 피해를 예방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chase_are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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