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얼마나 안 팔리길래 보조금이 남을까? 업계는 ‘해법찾기’ 사활 [전기차, 아직 충전중]

2023. 8. 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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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美 전기차 판매 증가율 ‘내리막’
줄어든 보조금+부족한 충전 인프라
가격 낮추고, 무료 충전 서비스까지
아이오닉 5(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EV6, 모델 Y, iX3. [각사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전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을 막론하고 판매량 증가율이 전년 대비 내리막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전동화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완성차 업계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업체마다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무료 충전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해법 찾기에 분주하다.

2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수는 9만1825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만2587대)와 비교하면 11.2%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1~6월)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전년 대비 75.6% 늘어난 것에 비교하면 증가세가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7월 한 달간 판매량에서도 전기차의 침체 분위기는 뚜렷했다. 실제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모두 1만2848대였다. 전월 대비 13.7%, 전년 동월 대비 12.8% 감소한 규모다.

서울시내 한 건물에서 충전 중인 수입 전기차. [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지자체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남아도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을 살펴보면 서울시에서 18일 기준 일반 대상 보조금 공고 대상 9468대 가운데 신청을 접수한 차량은 전체의 27% 수준인 2634대로 나타났다. 인천시 역시 전체 6440대 가운데 접수 대수는 단 1613대에 불과했다. 부산(2000대 중 1221대)과 울산(787대 중 566대)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에서 접수 대수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터인테리전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모두 55만73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71%)에 한참 못 미쳤다. 중국 역시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전기차 판매량이 32% 늘었지만, 지난해(109%↑)보다 성장세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인 이유는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보조금 축소 현상이 공통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영국과 중국은 올해를 기점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했다. 전기차 신규등록 비중이 80% 수준에 달하는 노르웨이의 경우 전기차 구매 시 제공하던 각종 혜택을 대폭 줄이고 중량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올해 전기차 보조금 한도를 기존 최대 700만원에서 680만원으로 줄였다.

서울 용산구 서울역 전기차 충전소에 설치된 안내표지판. [뉴시스]

부족한 충전 인프라 개선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충전기는 모두 24만기다. 이는 같은 기간 보급 전기차 수(46만5000대)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급속 충전기는 2만5000기 규모로 전체의 10% 수준이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조사를 살펴보면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일본 153.1기, 미국은 185.3기, 독일은 230.4기다. 영국의 경우 무려 318.5기로 국내보다 무려 6배가량 더 많았다.

전기차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제조사들은 ‘가격 낮추기’ 경쟁에 돌입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테슬라는 지난 14일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를 통해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을 기존 31만3900위안(약 5745만원)에서 29만9900위안(5489만원)으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중국 시장에서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가격 인하다. 테슬라는 지난 1월에도 ‘모델 3’, ‘모델 Y’ 등 주력 차종의 가격을 인하했다.

폭스바겐도 이달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9종의 가격을 최대 6만위안(1098만원)까지 낮추기로 했다. 중국 링파오는 판매가격이 20만위안(약 3661만원) 수준으로 형성된 승용차 가격을 2만위안(약 366만원) 내렸다.

E-파이낸스 홍보 이미지. [현대카드 제공]

연내 중국 공략형 전기 SUV ‘EV5’를 출시하는 기아 역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산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아닌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다. 충전 역시 800V 고전압 대신 400V 시스템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화된 마케팅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금융상품인 ‘E-파이낸스’를 통해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코나 일렉트릭’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60만 크레딧(1크레딧=1원)을 제공한다. 이는 연간 주행거리 1만5000㎞, 충전비 285원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약 2년간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혜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 상승세가 주춤한 이유는 충전 인프라 부족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 가격이 한몫을 차지한다”며 “보조금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 간 가격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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