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그립·롱 퍼터…퍼트 입스에서 벗어나려는 골퍼들의 사투의 증거들 [임정우의 스리 퍼트]
글로버, 롱 퍼터로 바꾼 뒤 입스 극복
최근 6개 대회서 2승 포함 톱10 5번
안병훈·김시우도 롱 퍼터 효과 누려
이태희·이재경 그립 변화로 고민 날려
골프에서 퍼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등 매 대회 우승자가 탄생하는 최종일 자주 거론되는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골프계 격언을 통해서도 퍼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퍼트가 장기인 선수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프로 골퍼들이 그린 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수가 반복되면서 입스(Yips)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퍼트를 집어넣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인해 불안한 상태에 빠지는 입스가 심해져 은퇴한 선수들도 많다.
최근 PGA 투어에서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루카스 글로버(미국)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PGA 투어 역대급 퍼트 실수 영상에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퍼트에 고민이 컸던 글로버가 180도 달라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퍼터 교체다. 가슴 가운데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롱 퍼터로 변화를 준 그는 그린 위에서 웬만해서는 실수를 하지 않는 프로 골퍼가 됐다.
글로버가 롱 퍼터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로켓 모기지 클래식 때다. 퍼트 코치 브래드 팩슨과 이야기를 나눈 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롱 퍼터로 교체했다. 아담 스콧(호주) 등 롱 퍼터를 사용하는 선수들의 영상을 보며 퍼트 스트로크를 익힌 그의 성적은 곧바로 좋아졌다. 로킷 모기지 클래식 공동 4위를 시작으로 존 디어 클래식 공동 6위, 바바솔 챔피언십 단독 5위를 차지했다. 3M 오픈에서는 컷 탈락했지만 롱 퍼터를 장착한 글로버의 질주는 계속됐다. 그는 2022~2023 정규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과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 주드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는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글로버는 “퍼트 입스를 떨쳐내기 위해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전직 요원을 찾아가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했다”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롱 퍼터를 캐디백에 집어넣었는데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됐다. 그동안의 피나는 노력의 최근 성적으로 보상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코리안투어에서는 이재경과 최진호, 이태희 등이 집게그립과 롱 퍼터 등으로 재미를 봤다. 올해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경은 “아마추어 때부터 퍼트가 들어가지 않아 받은 상처가 많은데 집게그립으로 치유했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멋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내게는 최고의 퍼터 그립이다. 앞으로도 집게그립으로 많은 우승을 낚아채겠다”고 강조했다.
집게그립 연구가로 유명한 이태희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퍼트하는 선수를 보면 동질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태희는 “집게그립을 잡고 롱 퍼터를 사용하는 선수들의 가슴 속은 퍼트로 인한 마음고생으로 새까맣게 탄 상태”라며 “누구보다 그 아픔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응원하게 된다. 집게그립을 어떻게 잡는지 물어보는 동료들에게 조언해주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 선수들에게 집게그립과 롱 퍼터 등이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퍼트 코치들은 스트로크보다는 심리적인 이유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 퍼트 코치는 “집게그립을 잡거나 롱 퍼터를 사용하면 일반적인 방법으로 퍼트할 때보다 스트로크가 흔들릴 확률이 높다. 하지만 선수들이 홀에 집어넣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만큼 자신 있게 스트로크를 하게 된다. 몇몇 선수들이 퍼트 스트로크가 흔들린다는 것을 알고도 퍼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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