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터치] 우주·사이버·전자전…확대된 한미연합연습

김귀근 2023. 8. 20. 0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주군 첫 참가…"ICBM 등 우주물체 탐지 추적·통신 재밍 등 연습"
'북한 지휘부 의사결정' 교란 인지전·전자기 스펙트럼 작전도 주목
미국 우주군 위성 [미국 우주시스템사령부 SNS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미 연합연습의 시나리오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대응뿐 아니라 우주·사이버·전자전(EW)·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 등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기존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다양한 군사·비군사적 공격 수단이 혼합된 하이브리드전으로 변화하는 전쟁 양상에 대비하자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적 레이더나 통신장비를 재밍으로 무력화하거나, 아군 장비를 적의 전자기파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전자전과 가짜 정보를 흘려 적 지휘부의 의사결정을 교란하는 인지전, 전자전 개념이 더욱 확대된 전자기 스펙트럼작전(EMSO·Electro Magnetic Spectrum Operation) 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일부가 시행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31일까지 시행되는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는 이런 달라진 전쟁 수행 양상과 관련 시나리오가 모두 반영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 변화하는 안보 상황이 반영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국가총력전 수행 능력을 향상하는 목적으로 연습이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우주군…ICBM 탐지추적 등 임무 수행

이번 연합연습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 우주군의 참여다. 미국 우주군이 한반도에서 시행되는 전구급 연합연습에 참여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미국 우주군사령부, 인도태평양우주군사령부, 주한 미 우주군사령부(SPACEFOR-KOR) 요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은 작년 12월 중령이 지휘관을 맡는 우주군을 창설했다. 2019년 말 창설된 미 우주군이 본토 밖에 설치한 야전 우주구성군 사령부는 부대 소재지 기준으로는 인도태평사령부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도화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 견제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주한 미 우주군은 우주 기획, 우주 전문 역량, 우주 지휘통제 기능을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제공하며, 역내 미사일 경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위성통신 관련 임무를 수행한다. 북한이 발사한 ICBM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비행하면 예상 경로와 속도 등의 탐지 추적 임무도 인도태평양우주사령부와 함께 맡는다. 우주군이 이번 UFS에 참가한 것도 이런 임무 숙달 때문이다.

미국 우주 감시 위성과 미사일 경보 [우주시스템사령부 홈피 캡처]

미국 우주군은 북한 ICBM을 우주 및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항공기 탑재 레이저 무기체계 개발을 위해 기초단계로 한반도 대기상태를 조사하고 분석한 바 있다. 당시 광학장치가 부착된 C-130 항공기를 이용해 한 개의 별에 초점을 맞추고 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굴절하는 반응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레이저의 초점을 조정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얻기 위한 것으로 50회 이상 조사 분석을 위한 비행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UFS에는 우주군 소속 전자전 대대, 델타작전대대, 정보감시정찰 대대 등의 요원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정보로 적 지휘부 교란·전자기 스펙트럼 작전도 주목

아이작 테일러 주한미군 공보실장은 지난 14일 UFS 시행 일정을 발표하면서 "이번 UFS에서 새로운 부분은 우주군이 참여한다는 것"이라며 "우주군이 참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다영역 작전, 예를 들면 우주, 지상, 공군, 해군, 사이버 영역, 인지전 분야 영역에서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우주군은 최근 호주에서 시행된 다국적 연합훈련인 '탈리스만 세이버 2023'에서 검증했던 시나리오를 이번 UFS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리스만 세이버에서는 우주군 소속 전자전 대대, 델타작전대대, 정보감시정찰 대대, 우주가상적기 대대(Space Aggressor Squadron) 등의 요원이 참가했다. 적성국의 통신시설에서 방사되는 신호를 재밍(교란) 하는 임무를 수행했고, 적성국이 아군 통신시스템에 전자전 공격을 가하는 상황을 가정해 이를 무력화하는 작전도 폈다.

당시 11일간 진행된 훈련에서 다양한 우주작전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탈리스만 세이버에서 정보감시정찰 대대 요원들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 등의 전자기 스펙트럼 활동을 평가하고 관련 정보를 참가국에 제공한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전자기 스펙트럼은 인공적인 유도 없이 자유공간에 퍼져나가는 3천㎓ 이하의 주파수로, 알람을 울리기 위해 휴대전화가 GPS에서 시간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 사용하는 주파수나 TV 리모컨 버튼을 누를 때 이용되는 주파수 등이 이에 속한다.

무인항공기(UAV)를 조종할 때나 비행 중인 UAV로부터 영상신호를 받을 때 쓰는 주파수를 비롯해 장병들이 운동할 때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착용기기)와 개인정보단말기(PDA)도 전자기 스펙트럼 범주에 들어간다.

스마트 훈련병 자동화 관리체계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군은 최근 장병들이 운동할 때 착용하는 기기가 전쟁지역에서 장병의 위치를 노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러시아가 전자기 스펙트럼을 이용해 우크라이나군의 위치를 탐지하고 파괴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탐지할 수 있는 전자기파 신호를 줄일 수 있는 스마트 전력 기술과 적군을 교란하는 미끼용 전자기파 기술 등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중국, 러시아 등이 사용하는 네트워크 장치를 방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이번 UFS 때 북한 '회색지대 도발' 시나리오 최대한 반영

우리 국방부는 '국방혁신4.0' 계획에 따라 전자기 스펙트럼 작전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며, 이 부대는 내년에 출범하는 전략사령부가 통제할 방침이다.

국군지휘통신사령부도 전자기 스펙트럼 작전실을 갖추고 정례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도 지난 6월 교육사령부에 전자기 스펙트럼 작전 전투발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작전 수행 개념을 정립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UFS 때 한미가 전자기 스펙트럼 동향과 함께 각자 수립 중인 EMSO 방향을 설명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EMSO는 앞으로 한미가 중점으로 연합연습을 해야 할 분야로 꼽힌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UFS에서는 가짜 정보를 활용해 적 지휘부를 교란하거나 아군에 유포되는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인지전' 수행 방안에 대한 토의도 있을 전망이다.

인지전은 적 지휘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교란해 판단력과 전쟁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전투 개념이다. 즉 적 지휘부에 가짜 정보를 인식시켜 잘못된 인지를 바탕으로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도록 하거나, 무기와 장비 운용에서 실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개념이다.

최근 인터넷과 인공지능(AI), 소셜미디어(SNS) 등의 급속한 발전으로 그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초연결됨에 따라 미디어, 가짜 정보 등을 이용한 인지영역의 작전이 물리적 영역의 작전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우리 군도 인지전을 수행하는 전투 요원 양성, 수행 플랫폼 종류, 네트워크 등의 전력을 확보 방안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사이버 공격과 가짜 뉴스 유포 등 비군사적 수단을 이용한 '회색지대 도발' 상황 등도 시나리오에 반영해 연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기 스펙트럼 관련 이미지 [Breakingdefense.com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threek@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