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다감, 임성한 틀 깨고 "내스타일 살렸죠"

최지윤 기자 2023. 8. 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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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감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한다감(43)은 임성한 작가 작품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임 작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데, TV조선 종방극 '아씨두리안' 제안을 받았다. 극본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대사 양도 많아 여러 번 봐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정신·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재벌가 며느리 '이은성'(한다감)을 완벽 소화하고 싶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단발머리로 변신하는 등 외적인 부분도 신경 썼다.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임 작가님 작품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임 작가님은 대사 토씨 하나 틀리면 안 되는 걸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한 글자도 바꾸면 안 돼 힘들었지만, 하다 보니 당연하다는 듯 익숙해지더라. 대사 양도 단연코 최고 난이도였다. 임 작가님 작품에 국한되기 보다, 나름 자유롭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작품에서 이 캐릭터를 연기해도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대사, 톤 등을 바꿀 수는 없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한다감 스타일을 가미했다."

이 드라마는 두 여인 '두리안'(박주미)·'김소저'(이다연)와 단씨 일가의 시대를 초월한 운명 이야기다. 은성은 재벌가 총수 '백도이'(최명길) 둘째 며느리이자 '단치감'(김민준) 부인이다.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모티브로 해 부담감이 컸을 터다. "처음부터 작가님이 '김건희 여사 스타일링을 해달라'고 했다"면서 "사진을 받고 자료를 찾아보며 헤어를 연구했다. 아무래도 작가님은 재벌가의 교양있는 분을 떠올리며 픽한 것 같다. 다른 인물은 참고하지 않고, 그분만 생각하고 연구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하다 보니 괜찮았다"고 털어놨다. "앞머리에 웨이브가 들어갔는데, 평소 해보지 않은 스타일이라서 우왕좌왕 했다"며 "작가님이 '1㎝만 더 앞으로, 1㎝만 더 뒤로' 등 디테일하게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은성 반려견 '오이지'는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촬영 전부터 오이지가 우리 집에 와있었다. 임 작가님 권유였다"며 "처음에 오이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숑이나 말티즈를 생각했는데 치와와였다. 굉장히 말을 잘 들었고, 오랫동안 함께 산 아이처럼 행동해 빨리 교감할 수 있었다. 사실 강아지와 촬영하는 게 쉽지 않은데, 오이지는 짓지도 않고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 않는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아씨두리안은 40~60대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파격적인 설정으로 호불호가 갈렸지만, 1회 4.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16회 8.1%로 막을 내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서도 서비스해 중국, 태국 등에서 입소문을 탔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많이 늘었는데 대부분 중국인"이라며 "요즘 댓글이 다 중국말"이라고 웃었다. "임 작가님은 이야기 보따리꾼"이라며 "어떤 이야기도 마음만 먹으면 100가지, 1000가지로 늘리고, 시청자들이 빠져 보게 만든다. 작가님이 또 불러주면 감사하다. 내가 표현한 은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음에 들어하는지 궁금하다. 한 번 만나서 얘기를 나눠 보고 싶다"고 바랐다.

특히 시어머니 '백도이'(최명길)와 첫째 며느리 '장세미'(윤혜영)의 고부간 동성애로 호기심을 끌었다. 도이와 서른살 연하 '주남'(곽민호) 로맨스도 재미를 더했다. 은성이 두리안에게 대리모를 제안했을 때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임 작가님 극본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면서 "은성이 두리안한테 그렇게 말 할 줄은 몰랐다. 긍정적인 성격이라서 빨리 흡수하는 편이지만, 그 대사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라며 놀랐다. 어느 정도 공감이 돼야 연기를 할 수 있는데, 살다 살다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싶었다"고 부연했다.

'아씨두리안에서 정상적인 캐릭터는 은성이 밖에 없다'는 반응도 많았다. 김민준과 부부 호흡 관련해서는 "첫 촬영부터 잘 맞았다. 네 살 차 오빠인데, 생각보다 선하고 배려심이 많다"며 "마지막에 '치감이가 은성이한테 사과할게'라고 문자가 와 감동했다. 치감이 무덤덤하고 시크한 캐릭터라서 내가 속상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슬립만 입고 치감을 유혹하는 신은 "부담됐지만,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했다"며 "그런 의상을 입은 게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옷을 벗었는데, 스태프들은 일 하느라 관심이 없더라. 씩씩하게 했다"고 돌아봤다.

마지막회에서 치감은 전생의 '돌쇠'(김민준)로 분해 두리안과 사라졌다. 은성의 결말은 나오지 않았는데 "워낙 남편을 좋아해서 기다렸을 것"이라며 "키우는 강아지 수를 늘리지 않았을까. 한 열 마리는 키우면서 '개 엄마'로 살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시즌2도 암시했는데 "불러주면 감사하다"며 "은성이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시즌2를 하길 바라는 것 같다"고 했다.


한다감은 결혼 후 일 욕심이 많아졌다. 2020년 한 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 후 쉬지 않고 활동했다. "일에 치중해서 살다 보니 결혼했는지도 인지가 잘 안 된다"고 할 정도다. "남편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재미있다'고 하더라. 말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다. '드라마 좋았어. 고생했어'라고 했다"며 "며느리로서는 집안 행사를 잘 챙기려고 노력한다. 일을 한다고 내색하거나 핑계 삼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한은정에서 한다감으로 개명한 지도 5년이 넘었다. "지금은 어색함이 전혀 없다"며 "그때 몸이 조금 안 좋기도 했고, 이름이 조금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이름을 갖고 싶었다. 호적도 바꾼 상태"라고 설명했다. "진짜 약하게 태어났다. 어렸을 때 항상 엎드려 있어서 별명이 '또 아파?' 였다. 한 신 찍고 쓰러지곤 했는데, 이제 건강해져서 며칠 밤새도 끄덕 없다. 20~30대 때보다 건강하다"며 "운동만이 살 길이다. 헬스장 가서 PT 받고, 등산하고, 한강변도 걷는다. 실내운동과 등산은 다르다. 힘들지만 촬영할 때도 틈 나는 대로 산에 갔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도시적이고 시크하지 않느냐. 이전에는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어울린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어느 순간 세련되고 도시적인 캐릭터 하면 한다감이 떠오르게끔, '하나라도 제대로 내 영역을 구축하자'고 마음 먹었다. 요즘은 캐릭터 시대 아니냐. 다양한 캐릭터를 섭렵하려고 하기 보다,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다. 같은 캐릭터를 맡아도 다른 모습을 보여 줄 자신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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