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구텐버그' 기세중 "터진 바지도 공연의 일부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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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역의 이름이 적힌 모자 7개를 눌러쓰고 목소리를 바꿔가며 정신 없이 노래를 부르는 남자.
주인공 버드를 연기한 배우 기세중(33)은 지난 14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1초도 숨을 쉴 시간 없이 노래해야 하는 분주한 뮤지컬"이라며 "7개 배역을 연기하는 장면은 계속 노래를 불러야 한다. 수영하는데 숨을 쉴 타이밍에 파도가 쳐서 숨을 못 쉬고 다시 물에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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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중심 10년간 활동하며 입지…"무대 떨림 느끼고파"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뮤지컬 배역의 이름이 적힌 모자 7개를 눌러쓰고 목소리를 바꿔가며 정신 없이 노래를 부르는 남자.
아슬아슬하게 타이밍을 맞추며 노래하는 이는 자신이 제작한 뮤지컬 '구텐버그'를 소개하는 신인 작곡가 버드다.
지난 2일 서울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구텐버그'는 작가 더그와 작곡가 버드가 인쇄술의 발명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프로듀서에게 처음 선보인다는 설정의 2인극이다.
주인공 버드를 연기한 배우 기세중(33)은 지난 14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1초도 숨을 쉴 시간 없이 노래해야 하는 분주한 뮤지컬"이라며 "7개 배역을 연기하는 장면은 계속 노래를 불러야 한다. 수영하는데 숨을 쉴 타이밍에 파도가 쳐서 숨을 못 쉬고 다시 물에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작품에서 두 사람은 배우를 섭외할 여력이 없어 직접 20개가 넘는 배역을 연기한다. 주연 구텐베르크는 물론 마을의 취객과 꽃 파는 여인 등 조연부터 생쥐, 고양이 등 동물까지 소화한다.
그는 "연기할 캐릭터가 워낙 많아서 신경 쓰지 않으면 다 비슷한 톤으로 들리게 된다"며 "말하고 노래하는 쥐를 연기할 때 캐릭터를 입혀야 할지, 목소리는 어떻게 표현할지 음악감독님과 의견이 달랐던 적도 있다"고 돌아봤다.
2013년 뮤지컬 '미스터 온조'로 데뷔한 기세중은 대학로를 중심으로 10년간 활동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는 배우다. 앙상블로 시작했지만 가창력을 바탕으로 주연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에는 대학로의 한 공연장에서 1년간 올린 모든 공연에 참여하는 기록을 세우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무대 경험이 적지 않은 그는 '구텐버그'가 대사가 많고 힘든 공연이라는 소문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예상보다 노래의 음이 높아 놀랐다고 한다.
기세중은 "이렇게 높은음을 내본 적이 있나 싶다"며 "캐릭터가 신인 작곡가라 작품에 대한 열정이 고음으로 나온다. 소극장에서 올리는 공연 중에서는 제일 높은 음을 처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배역을 바꾸고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니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세중은 무대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최근 공연 중 입고 있던 바지가 터지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그것도 공연의 일부처럼 연기했어요. 다른 공연은 바지가 터지는 일이 비상사태지만 이 공연은 오히려 관객에게 터진 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공연이 끝나면 입고 있는 셔츠가 다 땀으로 젖을 만큼 바쁘지만 그만큼 보람이 찾아온다고 한다. 기세중은 함께 무대에 서는 배우와 '전우애'를 느낀다는 말을 '구텐버그'를 통해 이해하게 됐다.
그는 "더그를 연기한 정민 형과는 제 데뷔 무대를 함께 했는데 이렇게 같은 무대에 서니 보람을 느낀다"며 "온 마음을 다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기세중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배우 경력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저를 보러 오는 팬들의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았으면 한다"며 "언제나 누구를 위해 무대에 서는지 생각한다. 배우라면 티켓의 값어치를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무대에 서는 떨림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무대에서 잘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떨림을 느낀다고 생각해서 계속 떨림을 느끼고 싶어요. 첫 대사를 받았을 때의 느낌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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