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류현진-김광현 롤모델이었는데… 강제 은퇴 위기? 박수 칠 때 떠났어야 했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6‧토론토)과 김광현(35‧SSG)은 최근 한국인 투수 중 가장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선발 경력을 쌓은 선수들로 뽑힌다. 잘 이어지지 않고 있던 메이저리그 한국인 선발 투수들의 명맥을 잇는 소중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음은 물론 2019년 사이영상 투표 2위와 평균자책점 1위, 2020년 사이영상 투표 3위에 4년 8000만 달러 계약까지 터뜨린 류현진은 말할 것도 없다. 박찬호와 더불어 한국이 낳은 가장 훌륭한 투수로 역사에 남을 것이 확실시된다. 2020년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해 2년간 10승에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한 김광현 또한 가볍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인 기량이 뛰어난 것도 있었지만, 좋은 팀 동료들 사이에서 뛴 것도 하나의 원동력으로 뽑힌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첫 팀인 LA 다저스, 김광현의 소속팀이었던 세인트루이스 모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들이다. 팀 클럽하우스 문화가 잘 잡힌 구단들로 손꼽힌다.
또한 류현진은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라는 보고 배울 만한 투수들이 곁에 있었다. 커쇼는 류현진보다 한 살 어리기는 하지만 당대 최고의 선발 투수였다. 역시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는 그레인키 또한 류현진의 투구에 영감을 줬을 법한 투수다. 그레인키가 전형적인 클럽하우스 리더는 아니었지만, 구속이 점차 떨어진 뒤로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두뇌파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강속구 투수는 아니었던 류현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베테랑이었다.
김광현 또한 애덤 웨인라이트라는 좋은 투수가 있었고, 야디어 몰리나라는 걸출한 포수의 덕을 봤다. 진출 당시 웨인라이트는 투수진의 리더, 몰리나는 야수진의 리더였다. 두 선수 자체가 워낙 단짝이라 세인트루이스의 팀 분위기는 항상 정제되어 있었다. 웨인라이트는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직후인 2020년 스프링트레이닝 당시 옆 라커를 쓰며 많은 조언을 해줬고, 코로나19로 상황이 곤란해진 김광현과 훈련을 같이 하기도 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존경 받는 베테랑 투수들이다. 40세인 그레인키는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 경력을 비롯, 메이저리그 통산 20시즌 동안 224승을 거두고 있는 걸출한 투수다. 추후 명예의 전당 입성도 가능한 경력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현역 투수로는 저스틴 벌랜더(휴스턴‧252승)에 이은 통산 다승 2위다.
올해 42세인 웨인라이트 또한 사이영상 투표 3위 이내만 네 차례를 기록했고, 통산 198승을 기록 중이다. 이 198승을 오롯이 세인트루이스에 바쳤다는 것도 대단한 업적이다. 두 차례의 골드글러브와 2006년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도 가지고 있다. 역시 세인트루이스 프랜차이즈에 길이 남을 선수로 기억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두 선수가 올해 유독 고전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두 선수는 지난해 전성기만한 기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익장을 과시하며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 친정팀 캔자스시티로 돌아온 그레인키는 2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웨인라이트는 32경기에서 191⅔이닝을 던지며 11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나란히 2022년 시즌 뒤 은퇴를 고민하던 두 선수는 소속팀과 1년 더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에이스급은 아니더라도 4~5선발급은 충분한 활약인데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구단이 두 선수를 원한 건 당연했다. 그레인키는 1년 850만 달러, 웨인라이트는 1년 175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런데 올해 성적이 공교롭게도 처지고 있다.
그레인키는 시즌 22경기에서 110⅔이닝을 던졌으나 평균자책점 5.53까지 치솟았다. 5.53의 평균자책점은 데뷔 초창기였던 2005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여전히 안정적인 제구는 보여주고 있으나 구위가 상대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소속팀 캔자스시티의 전력 약세와 맞물려 1승12패에 머물고 있다. 3000탈삼진까지 45개를 남겨두고 있는데 무난히 달성 가능해 보였던 이 기록도 불투명해졌다.
웨인라이트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스텝이 꼬였고, 복귀 후에도 부진하다. 16경기에서 3승8패 평균자책점 8.42라는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닝당출루허용수(WHIP)가 무려 2.01에 이른다. 9이닝당 14.5개의 안타를 맞을 정도로 동네북이 됐다. 개인 통산 200승까지 2승만 더하면 되는데 이대로면 간당간당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인트루이스가 일찌감치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사실 로테이션 잔류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겨울과 올해 겨울은 상황이 사뭇 다를 전망이다. 지난해는 소속팀의 구애가 있었다. 두 선수가 ‘은퇴 시점’을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성적이라면 올 겨울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소속팀이 두 선수를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고, 원하는 타 팀이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더 뛰고 싶어도 등 떠밀려 은퇴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레전드들의 앞길에 어떤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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