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용돈’ 받았을 뿐인데 ‘세금폭탄’…가족 간 금전거래 ‘세금’ 피하려면[머니뭐니]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가족 간 현금 거래는 일상에서 무심코 이뤄진다. 부모님, 혹은 자녀에게 용돈을 주면서 세금 부과를 걱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증여세나 상속세에 대한 고민은 부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도 파다하다. 그러나 세금의 세계는 냉정하다. 금전이 오고 간 순간, 의도와는 상관없이 ‘증여’라는 이름으로 세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올 초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 선물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현금·상품권’을 선물한다는 비중이 29.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이례적이지 않다. 매년 명절·어버이날이면 나오는 선물 선호도 조사에서 현금은 꾸준히 1등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심코 건넨 현금은 향후 세금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용돈 또한 엄연히 ‘증여’의 영역으로,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상속법에 따르면 증여는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형, 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하거나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물론 상속세 및 증여세법 46조에 따르면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이와 유사한 금품 등은 비과세 대상이다. 이밖에도 기념품, 축하금, 부의금 등도 비과세다. 생활비를 위해, 혹은 가족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오고 가는 용돈도 일종의 ‘축하금’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 통념’에 해당하지 않는 고액의 금액이 이전되거나, 이같은 행위가 반복될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축하금이나 생활비 등 비과세 대상으로 보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꼭 거액의 거래가 이루어져야만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도 아니다. ‘사회 통념’에 부합하는 별도 금액 기준은 뚜렷하게 마련돼 있지 않다.
예컨대 가족의 재산을 취득할 때는 자금출처조사 과정에서 이전 거래에 대한 소명을 요구받을 수 있다. 또 부모의 사망 이후 자녀가 상속받는 경우에도 사전증여를 조사하기 위한 세무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현행법상 증여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될 경우, 납세의무자는 해당 거래가 증여가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단순 용돈이라 할지라도, 비과세 항목임을 입증하지 못할 시 최소 10% 이상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납부가 지연된 데 따른 가산세도 부과된다.
다만 직계존비속의 경우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 그 밖의 친족은 1000만원, 부부의 경우 6억원의 공제액이 적용된다. 10년을 합산한 총금액이 해당 기준 아래라면 굳이 증여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증여자가 아닌 수증자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부모에게 5000만원의 금액을 받았다면, 추가로 조부모 등에 받는 금액은 공제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피해를 막을 방법은 간단하다. 가족 간 계좌이체 등 통상적인 금전이 오갈 경우 비고란에 ‘생활비’ ‘축하비’ 등 메모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거래마다 비과세 항목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남기 때문이다.
피치 못하게 거액의 돈을 주고받아야 한다면, 금전대차계약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족 간 돈을 빌려주는 것은 증여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차용증(금전소비대차계약서)와 원리금 상환 내역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차용 날짜에 공증을 받아놓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현행법은 가족 간 금전을 무상으로, 혹은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빌린 경우 해당 이익을 증여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법정이자율(당좌대출이자율) 4.6%보다 낮은 이자율로 빌려서 얻은 이익이 1000만원 미만인 경우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르면 약 2억1700만원까지는 무이자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 물론 자금 출처 및 사용처 등 자금 거래 세부 사항이 종합적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편, 추후 증여세 부과가 예상되는 금전 거래가 이뤄질 경우, 자진신고를 하는 것도 세금 절약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증여세를 일정 기한 내 자진신고할 경우 3%의 신고세액공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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