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우박·호우·폭염…끊이지 않는 자연재해에 농가들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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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화성시 매송면에서 열무·얼갈이배추·아욱 등 잎채소류 농사를 짓는 김광태(67) 씨의 하소연이다.
경기도에서는 올해 3~4월 냉해를 시작으로 6월 우박, 7월 집중호우, 8월 태풍에 이르기까지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농가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이상저온에 따른 냉해 여파가 17개 시군 2천73개 농가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다.
올해 7월 말 기준 도내에서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한 농가는 2만5천315개 농가에 3만3천32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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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들 "농업 기상관측 확충, 현실적인 보상 체계로 개선해야"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30년간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처럼 변덕스러운 날씨는 처음 봅니다. 긴 장마와 폭염에 작물이 맥을 못 추고 소출이 확 떨어졌어요. 아무리 농사가 하느님과 동업이라고 하지만 갈수록 이상기후가 심해지는데 앞으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30년째 화성시 매송면에서 열무·얼갈이배추·아욱 등 잎채소류 농사를 짓는 김광태(67) 씨의 하소연이다.
경기도에서는 올해 3~4월 냉해를 시작으로 6월 우박, 7월 집중호우, 8월 태풍에 이르기까지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농가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6월부터 시작된 이른 폭염이 8월 중순 이후까지 이어지면서 공식 피해로 집계되지 않았을 뿐 농작물 작황이 최악인 상황이다.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에 잦아지면서 올해 들어서는 중복 피해를 본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안성시 금광면에서 배 농사를 하는 유모(67) 씨는 4월 냉해에 이어 6월 우박 피해를 봤다.
평년에 4만5천개 열매에 보호용 봉지를 씌웠는데 올해는 1만8천개 정도뿐이라고 하니 반토막도 건지지 못한 셈이다.
유씨 역시 "40년 가까이 배 농사를 했지만 이렇게 힘든 해는 처음"이라며 "본격 출하 시기를 앞두고 있지만 흥이 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안성시 미양면 배 농장주 임모(70) 씨도 봄 저온 피해에 이어 여름 호우 피해를 겪었다.
임씨는 "정상적인 배를 절반도 건지기 어려울 것 같다"며 "못난이 과일도 출하는 하겠지만 가격이 정상과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생산비는 고사하고 인건비도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생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이상저온 1천678㏊, 우박 108.8㏊, 집중호우 97.9㏊, 태풍 4ha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에도 자연재해로 도내에서 1천772.8㏊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는 특히 이상저온에 따른 냉해 여파가 17개 시군 2천73개 농가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다.
봄철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꽃잎이 수정되지 않은 채 고사해 열매가 제대로 달리지 않는 착과 불량 피해를 겪은 데 이어 우박, 폭염, 폭우 등 다른 이상기후 현상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구비 지원은 1천898개 농가에 농약대 43억원(농가당 평균 227만원), 601개 농가(꽃눈 고사율 80% 이상)에 생계비 5억9천만원(농가당 평균 98만원)에 그쳤다.
이상기후로 연중 자연재해가 이어지면서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이 증가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논란이 많다.
올해 7월 말 기준 도내에서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한 농가는 2만5천315개 농가에 3만3천320㏊이다.
도내 가입 대상 작목 농지 면적의 약 30%, 전체 농지 면적의 약 20% 수준이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1만155개 농가, 1만4천818㏊)과 비교해 농가 수는 2.5배로, 면적은 2.3배로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2만4천20개 농가, 3만1천603㏊)과 비교하면 정체 수준이다.
자연재해 발생빈도가 급증하면서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이 일정 수준에는 도달했지만, 가입 조건과 대상 품목, 보장 범위의 제한 등으로 가입 확대와 보장에 한계가 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실제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농작물 재해보험 특약에 가입된 농가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재해보험 현실화, 농업 기상관측 확충 등 기후변화에 따른 현실적인 보상 체계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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