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경제는 '점핑' 할 수 있지만 문화는 '생략'이 없다" [서울ZOOM人]

대담= 권형진 사회정책부장 권혜정 기자 윤다정 기자 김도엽 기자 2023. 8.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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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8기 1년②] "뿌리가 튼튼해야…청소년·청년층 투자"
마음이 모이면 서울이 됩니다…'초일류 전문가'도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특별시청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3.8.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대담= 권형진 사회정책부장 권혜정 윤다정 김도엽 기자 = "스토리텔링 전문가, 카피라이터, 애니메이션, 공간 조성에 이르기까지 '초일류' 인재들이 모두 무료로 돕기 시작했어요. 힘도 나고, 신이 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8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서울의 새 도시브랜드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의 제작 비화를 소개했다.

서울의 네 번째 브랜드로 낙점된 '서울, 마이 소울'은 도시 이름인 'Seoul'(서울)을 전면에 배치하고 '마음, 경험, 즐거움'을 그림문자인 픽토그램으로 표현해 각각에 의미를 담았다. '마음이 모이면 서울이 됩니다'라는 한글 부제도 추가했다.

서울시 브랜드 총괄관을 맡고 있는 홍성태 한양대 명예교수를 시작으로, 뛰어난 감각을 지닌 전문가들을 어렵게 초빙해 최종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오 시장은 "요즘은 민간에서 줄 수 있는 보상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초일류'가 공공을 돕지 않는다"며 "홍보기획관은 공무원 출신이지 홍보, 브랜드 전공자가 아니고, 예산 사정 때문에 충분한 대가를 치르며 '초일류' 전문가를 모시기는 어렵다"고 개발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홍성태 교수를 '삼고초려'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고 수많은 디자인, 특히 브랜딩에 관한 한 최고 반열에 오른 분"이라며 "그 분께 제가 애국심에 호소했다. 처음에는 거절하러 나왔는데 '서울시를 위해 일해 달라'고 발목을 잡아 어렵게 모실 수 있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것"이라고 돌아봤다.

오 시장은 "그 분과 함께하는 일류 전문가가 만든 문구가 '마음이 모이면 서울이 됩니다'이다"라며 "웃으면서 발표했지만 굉장히 긴장했는데 (발표 이후) 다들 '잘 되길 바란다', '길게 가면 좋겠다', '지켜보겠다'고 한다. 전문가란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특별시청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3.8.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오 시장은 2006년 '디자인 서울'을 발표하는 등 줄곧 서울만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도시 디자인을 확립하는 데 공을 들여 왔다.

오 시장은 "10년 전 1기에서 '디자인 서울'을 부르짖었고 조직을 개편했으며 조직에 '디자인 DNA'를 심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지금 서울시 직원들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나라를 경영하든, 도시를 경영하든 경쟁력과 삶의 질을 강화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목표"라며 "두 가지의 접점에 있는 게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소홀히 하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가 전 국토를 바꿨다고 자부한다"며 "예전에는 지자체에 건축·토목 부서는 있었지만 디자인이 없었다. 하지만 건축과 토목을 모두 이끌어가는 핵심 콘셉트가 디자인이 됐고, 디자인 없이는 지방자치 행정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자평했다.

문화·예술의 저변을 다지는 것도 오 시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 중 하나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에 세계적인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을 임명하고, 국제적 미술행사 키아프·프리즈와 연계한 '서울아트위크'를 오는 9월 첫 개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오 시장은 "경제는 '점핑'할 수 있지만 문화·예술은 중간 단계를 생략할 수 없다"며 "문화 선진국이 되려면 차근차근 기초와 뿌리를 튼튼히 할 수밖에 없다. 한류라는 K-컬처가 등장해 '점핑 업'을 한 듯한 일종의 착시현상이 벌어졌는데, 바탕에 존재해야 할 실력이 (뒤를) 쫓아가느라 지체현상이 발생 중"이라고 짚었다.

오 시장은 무엇보다도 청소년과 청년층 등이 문화·예술에 친숙해지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장기적으로 관련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초·중학생을 공연장으로 초청하는 '공연봄날 프로젝트', 19세 청년에게 문화예술공연 관람이 가능한 2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서울형 청년문화패스' 사업을 운영 중이다.

오 시장은 "작품에 제작비를 지원하는 것을 잘못 활용하면 '내 새끼를 먹여 살리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며 "생태계를 만들려면 뿌리가 있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특별시청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3.8.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한편 서울시는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위고)와 함께 '서울 스마트도시 상(Seoul Smart City Prize)'을 제정하는 등 세계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여 나가기 위한 행보를 밟고 있기도 하다.

오 시장은 "취임 이후 2년간 '약자와의 동행' 콘셉트를 적용해 스마트 기술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는 어르신을 교육하기 위해 굉장히 애쓰고 심혈을 기울였다"며 "국제사회가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디지털 약자에 대한 배려도 전 세계적으로 뒤처지지 않는데 서울이 (다른 도시에) 상을 줄 자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개 도시가 평가 대상에 올랐고 평가가 조용히 이뤄지고 있다"며 "다른 부문이라면 몰라도 스마트도시는 우리가 시상하고 모범 사례를 만들어 전 세계에 전파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 대담= 권형진 사회정책부장, 정리= 권혜정·윤다정·김도엽 기자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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