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32) 불나면 요양병원은? 재난안전 고민하는 유미 교수

임채두 2023. 8.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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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불편한 요양병원 환자 도울 '휠체어형 승강식 피난기' 개발
학술대회 우수논문상 수상…"안전 플랫폼 사업화 필요"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인터뷰하는 전북대 유미 교수 [촬영: 임채두 기자]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요."

유미 전북대학교 공과대학 바이오메디컬공학부 연구교수는 20일 자신의 연구 배경을 설명하면서 재난 안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유 교수는 화재 시 요양병원 입소자들이 가급적 빠르게 대피할 수 있는 '승강식 피난기'를 연구했다.

승강식 피난기는 탈출형 대피 기계로, 승강판에 올라 안전 손잡이를 잡은 뒤 페달을 밟으면 아래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연구에 착수한 유 교수는 이 기구를 요양병원에 설치하기에 앞서 고령의 만성 질환자가 많은 이 병원의 특성을 알아야 했다.

먼저 화재 대피 기계 제조기업과 함께 도내 요양병원 5곳을 선정하고 입소자 유형, 시설 현황, 운영 인력 등을 살폈다.

거동에 불편함이 없는 일반인은 반복 숙달로 피난기 사용법을 익힐 수 있으나, 요양병원 입소자들은 휠체어에 의존하거나 침대에 누워지내기에 홀로 피난기를 이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침상 환자를 옮기는 데 2∼3명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유 교수는 요양병원 입소자들을 자력 대피가 불가능한 A군, 자력 대피가 불편한 B군, 자력 대피가 가능한 C군으로 나눴는데 다수가 A군에 속했다.

승강판에 두 다리를 스스로 올려야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승강식 피난기는 사실상 요양병원에 무용했다.

유 교수는 "요양병원 입소자들의 병증을 살펴보니 생각 이상으로 중증 환자가 많았다"며 "대피를 도울 요양병원 종사자가 대부분 여성이고 화재 발생 빈도가 높은 야간에는 주간의 30%가량만 근무한다는 것도 변수였다"고 말했다.

승강식 피난기. [화재 대피기계 제조기업인 디딤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유 교수가 권대규 지도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과 머리를 맞댄 결과물은 휠체어형 피난기와 침상형 피난기였다.

말 그대로 승강기에 휠체어와 침상을 올려놓은 형태다.

하지만 휠체어형에 비해 침상형은 요양병원에 설치하기 적합하지 않았다.

전주와 완주 등 비교적 도심에 위치한 요양병원은 앞 건물과의 간격이 좁은데 침상형은 넓은 공간을 차지했다.

그래서 선택된 게 휠체어형 피난기다.

휠체어형을 이용하면, 바닥에 설치된 승강기 보호 덮개를 열고 승강기에 올라 아래층으로 이동하는 데까지 10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피난기 형태를 결정하고 전문 업체와 함께 화재 조기 감지, 화재 경보 등을 관제하는 통합플랫폼도 만들었다.

이러한 내용의 유 교수 논문은 지난 5월 열린 한국산학기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유 교수는 올해 5개 요양원 중 1곳에 휠체어형 승강기를 시범 설치하고 상용화 테스트에 들어간다.

실제로 승강기를 이용해본 사용자의 목소리를 들어 시스템을 개선하고 통합플랫폼도 점진적으로 고쳐나갈 예정이다.

유 교수는 "요양병원 입소자나 종사자가 실제 상황에서 승강식 피난기를 사용하려면 훈련이 필요할 것"이라며 "시행착오를 거쳐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유미 교수 [촬영: 임채두 기자]

공학 재활 장비를 연구하는 유 교수는 평소 '불이 났을 때 노인은? 임산부는?'이라는 궁금증에서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대피에는 조력자가 필요한데, 피난 시간이 길어질수록 인명 피해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유 교수의 마음 한편을 늘 불편하게 했다.

그래서 그의 연구 목표는 불가피하게 이번 논문에 넣지 못한 침상형 피난기의 현실화다.

유 교수는 "일반인부터 혼자 움직일 수 없는 노인성 질환자까지 모두가 재난 상황에서 피난기를 이용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요양병원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피난기 유형을 체계화하면 재난 안전 플랫폼 자체의 사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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