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키우다 버려진 애완용 거북이…도심 생태계 '빨간불'

구재원 기자 2023. 8. 20.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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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귀거북 등 애완용 외래종... 천적 없고 토종 생물 잡아먹어
생태계 교란, 퇴치 활동 한계... 전문가 “지자체 포획 강화해야”

 

'붉은귀거북' 등 애완용으로 수입된 거북이가 아무렇게나 버려지면서 도심 속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거북이는 평균 수명이 길고 천적이 드물기 때문에 무단 유기 후 장기간 방치할 시 하천·습지·저수지 등에 서식하는 고유 생물을 잡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붉은귀거북은 도심 속 생태계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생태계교란 생물로 꼽힌다. 특히 붉은귀거북은 우리나라에 1970년대 후반 ‘애완용’으로 처음 들어와 1990년대 2천여원의 가격에 판매되며 인기를 끌더니, 2001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돼 수입 및 방출 등이 금지됐다.

키우다 질린 이들이 방생하거나, 종교단체가 방생 행사를 여는 등 공원이나 개울·하천 등에 풀어지기 시작하면서 각종 수생 식물, 작은 물고기, 개구리 등 토종 생물을 닥치는대로 잡아 먹어 생태계 교란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안산갈대습지에서 포획된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 거북이. 포획된 외래종 거북이 두 마리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사무용 커터칼을 옆에 뒀다. 안산환경재단 제공

국립생태원이 2021년 발간한 ‘생태계교란 생물 현장관리 가이드’를 보면 붉은귀거북은 수컷 20㎝, 암컷은 30㎝까지 자라며 수명도 20년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종인 수달 외에는 천적도 없다.

리버쿠터도 마찬가지다. 등갑의 옅은 노란색 줄이 특징인 리버쿠터는 붉은귀거북의 수입이 금지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국내로 반입됐다. 붉은귀거북처럼 애완용이었지만 호수 등에 버려지면서 지난 2020년 3월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전국 하천 등지에서 자주 목격됐던 토종 거북이 ‘남생이’는 이 같은 외래종의 유입 등으로 서식지를 잃어 지난 2011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방생된 개체들이 도심지 인근에서 빠르게 늘어나 자주 목격되는 추세다.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저수지 곳곳에서 수거된 외래 생태교란종인 붉은귀거북 알. 최종인 생태전문가 제공

장마철이 지나자 안산 화랑유원지와 호수공원 등지의 저수지에서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 둥지 수십곳이 발견됐다. 이 둥지에는 작게는 10여개, 많게는 30여개의 알이 목격됐다.

또 안산갈대습지에서도 안산환경재단이 수시 순찰을 하며 포획망으로 붉은귀거북처럼 생태계교란 거북이 종인 리버쿠터 등 올해만 30여마리의 개체를 포획했다.

무엇보다 화랑유원지 저수지 등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보호 중인 남생이 둥지 10여개와 자라 둥지 4개 등도 발견,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최종인 생태전문가 등 활동가들은 화랑유원지 내 저수지 곳곳의 둥지에서 붉은귀거북과 쿠터거북 등의 알 520여개를 수거했으며, 최근까지 파악된 나머지 40여개 둥지에서도 붉은귀거북 등의 알을 수거할 방침이다.

안산처럼 다른 지자체도 직접 포획에 나서고 있다. 

수원특례시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매년 5~10월 사이 장안구 만석공원 저수지에서 붉은귀거북을 잡기 위해 곳곳에 포획 관련 현수막을 붙이고 통발을 설치하는 등 포획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5월부터 만석공원에서 포획한 붉은귀거북만 50마리에 달한다. 지난해는 60마리, 2021년 63마리, 2020년 40마리 등 매년 평균 53여마리가 만석공원에서 포획되는 셈이다.

고양특례시 역시 호수공원 일대에서 포획을 시작했다. 시는 일산호수공원에서 거북이 목격 신고와 직접 확인을 거쳐 지난달 10마리를 포획했다. 일산호수공원 관계자는 “포획틀을 이용하고 있지만 제대로 잡히진 않는다”며 “환경부 연구용역 등을 통해 새로운 포획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달부터 포획량을 한층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종인 생태전문가는 “10년이 넘도록 붉은귀거북 등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가 대책을 세워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외래종 개체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백혜준 국립생태원 연구원 역시 “천적이 없는 외래종 애완용 거북이를 자연에 방생하면 고유 식·생물이 점령 당해 기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살모넬라균 등 질병이 번지기도 한다”며 “방생 금지 현수막·안내판 등을 늘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생태계 교란 생물의 번식처 제거에 나서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재원 기자 kjw9919@kyeonggi.com
김건주 기자 gun@kyeonggi.com
김종연 PD whddusdod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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