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체육교육과 학부생, 응용수학 세계 유명 저널에 논문 게재…인공지능, 물리학 복수 전공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학부생들이 응용수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널인 ‘케이오스, 솔리톤스 앤드 프랙탈스(Chaos, Solitons & Fractals)’에 논문을 게재했다. 박사도 아닌 학부생이 쓴 논문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케이오스, 솔리톤스 앤드 프랙탈스’에는 지난 15일 ‘주성분으로 상태공간을 재구성하는 데 기초해 최대 리아푸노프 지수를 소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측정하는 방법(Noise-robust estimation of the maximal Lyapunov exponent based on state space reconstruction with principal component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저자는 이준혁씨(25), 박일승씨(27) 등 서울대 스포츠공학실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서울대 체육교육과 4학년생들이다. 리아푸노프 지수는 다양한 분야에서 시스템 안정성과 복잡성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다. 논문 저자들은 데이터에 노이즈가 많이 섞여도 정답에 가까운 리아푸노프 지수를 산출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제1저자인 이 씨는 공대에서 인공지능을, 박 씨는 자연과학대에서 물리학을 각각 복수 전공했다. 이 씨와 박 씨는 인간 보행을 함께 연구하다가 리아푸노프 지수를 안정적으로 산출하는 알고리즘을 새로 개발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씨는 지난 18일 서울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보행 관련 다양한 데이터를 다루는데 노이즈가 너무 많다보니 상황에 따라 결론이 서로 다르게 나왔다”며 “노이즈가 아무리 많아도 일관성 있는 리아푸노프 지수를 도출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먼저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탄탄한 이론을 갖춘 박 씨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현실에 실행하는 능력이 발군이다. 반면, 이 씨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만드는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 둘은 3년 동안 연구실에서 살다시피하며, 연구를 함께 밀고 끌었다. 이들은 “거의 매일 함께 밥을 먹었고 연구하며 밤도 자주 샜다”며 “가족, 애인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연구한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 출신 체육교육과 안주은 교수다. 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적으로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낸 뒤 기존 논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연구한 결과물”이라며 “운동역학, 비선형 동역학, 신호분석, 경제학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다. 다른 학자들의 후속 연구가 이어지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이 씨는 “축구, 아이스하키 등 비정형화된 스포츠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며 “군대에서도 연구를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오는 9월 인공지능 개발병으로 해군에 입대한다. 박 씨는 운동 역학에 관심이 많다. 오는 9월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대 체육교육과에서 석사과정을 이어간다. 박 씨는 “인간 동작을 연구해 인간이 움직이는 다양한 원리를 파악하는 데 기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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