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위기 어쩌다…컨트리가든 vs 헝다, 같은 점과 다른 점은?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3. 8.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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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양후이옌 컨트리가든 회장/사진=블룸버그
한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의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2023년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에 7년째 진입했다는 뉴스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하지만 순위는 지난해 138위에서 206위로 미끄러졌다. 내년 순위는 어디까지 떨어질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컨트리가든(碧桂園·비구이위안)의 홈페이지다. 컨트리가든은 지난 7일 10억 달러어치 달러화 채권의 이자 2250만달러(약 296억원)를 지불하지 못했으며 30일의 유예기간이 경과해도 이자를 지불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처리된다.

이 와중에 회사는 상반기 당기순손실이 최대 550억위안(약 1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14일에는 컨트리가든이 발행한 위안화 채권 11종의 거래가 중지되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다. 헝다와 컨트리가든이 한때 중국 1, 2위를 놓고 다투던 중국 양대 부동산업체였던 것도 아이러니하다.

2021년 9월 헝다그룹이 파산위기에 처하는 등 중국 부동산 경기 하락이 본격화된 지 2년이 다 된 지금 컨트리가든까지 디폴트 위기에 빠진 원인은 뭘까. 지난 11일 양후이옌 컨트리가든 회장, 모빈 컨트리가든 총재가 위챗 공식 페이지에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양 회장은 2021년만 해도 자산 278억달러(약 36조원)로 중국 여성 부호 1위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자산이 십 분의 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5년간 컨트리가든 주가 추이/사진=구글 금융 캡쳐

"회사 경영진은 사태를 엄중히 반성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번 (부동산) 시장 조정에 대해 예측했지만, 시장 하락의 심도, 강도 및 지속성에 대한 예측이 부족해 적시에 충분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못했으며 부동산 시장의 수급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음을 간파하지 못했습니다. 또 (지방의) 3·4선 및 이하 도시에 대한 투자 비중이 너무 컸고, 부채비율을 빠르게 줄이지 않는 등 리스크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면서 리스크 해소 노력을 적시에,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회사의 공개 사과는 컨트리가든이 위기에 빠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 하락을 예측했지만, 하락이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될 줄 몰랐으며 △지방 중소도시인 3·4선 도시 투자 비중이 컸으며 부채비율을 충분히 줄이지 못하면서 리스크 대응에 실패했다는 내용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안 좋길래 컨트리가든이 위기에 빠졌는지 살펴보자.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부동산개발 투자금액
지난해 중국 부동산개발 투자금액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약 13조2900억위안(약 2392조원)을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개발 투자금액이 감소한 건 1999년 집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 부동산 산업은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중국 경제의 약 2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보다 부채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한 부동산업체가 빠르게 성장했다. 헝다와 컨트리가든이 대표적인 업체다.

하지만 부동산업체들의 공격적이고 무분별한 확장이 너무 오래 지속됐다. 중국 부동산개발 투자금액이 2002년 7800억위안(약 140조원)에서 2021년 14조7600억위안(약 2657조원)으로 20배 가까이 늘어난 걸 보면 그 정도를 알 수 있다. 결국 2020년 중국 정부가 부동산 업계의 부채폭탄을 막기 위해 대출규제 등 디레버러징(부채축소)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부동산업체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판매가 줄면서 부동산업체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 판매금액은 13조3300억위안(약 2400조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6.7% 쪼그라들었다.

정부 규제로 자금조달이 힘들어졌는데, 판매 금액도 급감하면서 중국 부동산업체들은 만기도래한 채권을 상환할 방법이 없어졌고 이는 부동산업체의 디폴트,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7월 중국 부동산 판매금액도 작년 대비 1.5% 줄어든 7조400억위안(약 1267조원)으로 제대로 된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부동산업체의 유동성 위기를 부추겼다. 이 여파가 바로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다.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베이징·상하이 등 1선도시 부동산이 강한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는 반면 지방·중소도시 아파트는 매수자가 사라지며 환금성이 악화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컨트리가든이 짓는 아파트의 약 60%가 3·4선 도시에 자리한다.

컨트리가든의 1~7월 아파트 판매금액은 1408억위안(약 25조35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고 7월 판매금액은 121억위안(약 2조18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60% 급감했다. 베이징 등 대도시 부동산은 가격만 낮추면 팔리지만, 컨트리가든이 보유한 지방 중소도시 아파트는 가격을 인하해도 안 팔리기 때문이다.
컨트리가든과 헝다의 같은 점과 다른 점
컨트리가든과 헝다 모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재무상태는 컨트리가든이 헝다보다 양호하다. 지난해 말 기준 컨트리가든의 총자산은 1조7400억위안(313조원), 총부채는 1조4400억위안(259조원)으로 잘만 하면 자산을 팔아서 전체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반면 헝다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헝다의 총부채는 2조4400억위안(439조원)로 총자산(1조8400억위안, 331조원)보다 6000억위안(108조원) 많다. 자본은 -6000억위안(-108조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상태다. 어떻게 해도 답이 안 나온다. 컨트리가든과 헝다의 처리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 컨트리가든의 유(有)이자부채는 2713억위안(약 48조8300억원)이다. 이중 회사채·전환사채·어음이 약 1088억위안(약 19조5800억원)이며 나머지 60%는 은행 등 차입금 1625억위안(약 29조2500억원)이다. 은행 등 차입금은 부동산, 설비,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기 때문에 만기 연장이 상대적으로 쉽다. 대신 담보가 없는 회사채는 만기 연장이 까다로운데, 컨트리가든이 채무 조정 방안을 준비하면서 아예 거래를 정지시켜버렸다. 중국 정부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부동산 업체의 부채 문제 처리에 있어서 중국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란웨이로우(爛尾樓·자금부족으로 시공이 중단된 건물)의 완공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대개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을 입주 전까지 나눠낸다. 하지만 중국은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계약금 30%를 일시불로 지급한 후 나머지 70%에 대한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이 즉시 실행되고 상환이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란웨이로우가 되면 중국인들은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반드시 아파트를 완공시켜서 수분양자들이 입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사회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컨트리가든이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는 무려 3000여개로 헝다(약 700여개)의 4배가 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컨트리가든은 지난해 아파트 70만채를 완공시켰으며 올해 상반기에 완공한 아파트는 27만8000채, 올 한 해로는 70만채를 완공할 계획이다.

양후이옌 컨트리가든 회장이 위챗에 올린 공개사과에 한 네티즌은 "란웨이로우를 만들거나 도망가지 말고 사람들이 이미 산 집을 잘 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컨트리가든이 집을 잘 짓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다른사람들이 (컨트리가든의) 주택을 살 것이며 자금줄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과연 컨트리가든이 회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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