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머리 박는 특수 학생에게 교사가 헬멧 착용 가능…교실 안전 강화 목적
장애 학생의 도전 행동에 대한 지침 필요하다는 주장도
특수 학급 과밀 문제도 개선점으로 지적돼
앞으로 장애 학생이 교실에서 머리를 부딪히는 등 신체·생명에 위해(危害)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 학부모 동의를 구하고 학생에게 헬멧 등의 보호 장구를 착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장애 학생과 특수교사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발표한 교권 보호를 위한 학생 생활 지도 고시안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고시안은 오는 28일까지 행정 예고를 거친 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최근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유명 웹툰작가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며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자, 교육부는 교사가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생활 지도 고시안을 마련했다.
◇위험 시 학부모 동의받고 장갑·헬멧 등 보호 장구 착용
특수교사는 시각·청각 장애, 지적·지체 장애, 정서·행동 장애가 있는 학생을 교육한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특수 교육 대상 학생은 10만9700여명, 특수교사는 2만5600여명이다. 특수 교육 대상 학생의 약 70%는 일반 학교에 다니고 나머지는 특수 학교나 특수 교육 지원 센터에 다닌다. 문제는 장애 학생이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물건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도전 행동을 할 때 발생한다. 고의는 없지만, 특수교사가 이 과정에서 폭행·폭언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곤 한다.
교육부는 이에 고시안 14조에 ‘교원은 학생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특수 교육 대상자에게 보호 장구를 착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장애 학생이 벽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자신의 몸을 손으로 긁어 상처를 내는 경우, 특수교사는 일시적으로 학생에게 헬멧을 씌우거나 장갑을 착용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가 (학생 인권 문제를) 우려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동의를 구한 뒤 보호 장구 착용을 진행한다”며 “행정 예고가 됐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에 (보호 장구 착용) 관련 내용이 담길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특수교사들은 학부모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보호 장구를 ‘반드시’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이 위험한 상황에서 즉각 개입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특수교사노조 측은 “보호자 동의가 없다면 학생 자신 뿐 아니라 다른 학생, 특수교사까지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며 “보호자 동의를 구하는 부분을 삭제하고 (보호 장구 착용이) 학교의 권한이 돼야 한다”고 했다.
고시안에는 학교장과 교원이 특수 교육 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한 생활 지도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전국특수교사노조 측은 “학교장의 책무라고는 ‘노력’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며 “학교장의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고시안에 ‘(장애 학생의) 심각한 문제 행동으로 생활 지도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학교장은 교육청에 행동 중재 전문가를 요청하고 병원 및 기관 연계 등을 통해 별도의 중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학교장 책임 하에 전문가 연계 등 외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수교사 90%가 부상, 돌발 행동 대처하는 구체적 지침 필요
그동안 특수교사들은 교육 활동 중 폭행·폭언·성추행을 당해도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웠다.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해도 교권 침해를 인정받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으로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해 직위가 해제되거나 혼자 소송에서 맞서야 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전국특수교사노조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특수교사 295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교육 중 장애 학생의 도전 행동으로 다친 적이 있다는 답변이 88.8%였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 경우는 3.7%에 불과했다.
특수교사는 장애 학생이 화장실에 갈 때 손을 잡거나 양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부득이하게 신체 접촉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이 들어올 수 있어 적극적으로 교육하기 어려웠다. 장애 학생이 교사에게 학대당하는 사례가 있다보니, 마음을 졸이는 일부 학부모가 근무 시간 외에 지속적으로 연락하거나 예고하지 않고 녹음·녹취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장애 학생의 도전 행동에 대처하는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전국특수교사노조 측은 “맞고 할퀴고 멍들고 머리채 잡히며 끌려다녀도 특수 교육으로 사회를 통합한다는 목표를 위해 달려왔지만, 더이상 통합 교육을 실현할 의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학생의 도전 행동을 중재하고 최소한의 방어권을 특수교사에게 줄 수 있는 생활 지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특수 학급 과밀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법상 특수교사 1명이 학생 4명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이보다 많은 학생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국특수교사노조 측은 “생활 지도를 제대로 하려면 특수교사와 특수학교·학급을 늘려야 한다”며 “통학 거리 30분 내 특수학교나 장애별 소규모 특수학교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특수 학생의 도전 행동을 교사가 어떻게 중재할지 구체적인 방식과 범위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연말까지 별도로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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