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공지능 석학’ 제리 카플란 “AI가 제공하는 정보 사업에 매우 유용… 기업들이 잘 훈련시킨다면 정확도 높일 수 있어”
’인간은 필요 없다’, ‘인공지능의 미래’ 저자
9월 21일 열리는 ‘스마트클라우드쇼 2023′에서 기조강연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노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서둘러 생성형 AI를 사업 모델에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기업은 생성형 AI를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할지, 활용하면 기대한 만큼의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 고려한 후 도입해야 합니다.”
조선비즈가 다음달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하는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3(Smart Cloud Show 2023)’의 첫번째 기조강연자로 무대에 서는 제리 카플란(Jerry Kaplan) 박사는 20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생성형 AI가 촉발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을 재설계해야 가장 큰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공지능의 미래’ ‘인간은 필요 없다’ ‘스타트업: 실리콘밸리의 모험’ 저자인 카플란 박사는 35년 넘게 인공지능 전문가, 연쇄창업가, 미래학자, 기술혁신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생성형 AI가 기업의 사업모델을 바꿔놓을지 묻자 “그것은 인터넷이 기업의 사업모델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묻는 것과 같다”고 했다. 카플란 박사는 “생성형 AI가 기업의 사업모델에 미칠 변화는 기업, 산업, 사업에 따라 다르다”며 “해당 질문에 대한 하나의 정답은 없으며 결국 각 기업이 최선의 답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플란 박사는 1981년 AI 스타트업 ‘테크놀리지(Teknowledge)’를 공동 창업했다. 1987년에는 태블릿 컴퓨터 회사 고(GO Corp)를 창업했다. 카플란 박사는 애플이 아이패드를 선보인 것보다 20년 이상 먼저 태블릿PC의 기본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오늘날까지 태블릿 및 펜 컴퓨팅 분야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유다. 카플란 박사는 1994년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경매 사이트 온세일(Onsale)을 공동 창업했다. 온세일은 한때 20억달러(약 2조6760억원)에 달하는 시장가치를 자랑했다. 그가 구상한 몇몇 특허 기술은 이베이에서 구매해 사용되고 있다.
그는 ‘인간은 필요없다’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자동화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을 언급하며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카플란 박사는 생성형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자동화의 발전은 사람들이 일하는 직업의 종류를 변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노동 시장을 방해하는 요소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고 했다. 카플란 박사는 올 연말 ‘모두가 알아야 할 생성형 AI(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What Everyone Needs to Know)’라는 저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생성형 AI 혁명 아직 시작에 불과… 몇 년 안에 단점 해결될 것
─생성형 AI의 현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초거대 AI라고도 불리는 생성형 AI는 진정한 혁신이다. 특히 하나의 통합된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AI와는 다르다. 생성형 AI는 자연어 처리에 매우 능통하며 방대한 디지털 자료 묶음을 분석해 새로운 글, 이미지, 음악,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창의적이다. 생성형AI 자체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과의 상호작용과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놀랍기는 하지만, 아직은 생성형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초기 단계다.”
─생성형 AI의 한계점은.
“지금까지 출시된 생성형 AI는 잘봇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제시해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게 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보이거나 편견을 나타낸다. 또 수학, 수리 논리 등 특정 유형의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보이는 단점이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이런 결점을 보이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라 놀랍다. 하지만 현재 서비스 중인 생성형 AI는 혁명의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이러한 단점 중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으로 본다.”
─'인간은 필요없다’라는 저서에서 언급했듯이 인공지능의 발달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 보는가.
“생성형 AI를 포함해 인공지능은 자동화의 한 형태다. 자동화는 결국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화와 마찬가지로 AI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혜택이 자본을 가진 부유층에게 돌아갈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문제해결이 더 어려워지지도 않을 것이다. 경제 발전의 혜택을 분배하는 방법은 정부 정책과 규제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까. AI는 노동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자동화의 한 형태인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자동화의 발전은 사람들이 일하는 직업의 종류를 변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노동 시장을 방해하는 요소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령 컴퓨터로 문서와 안내책자에 사용할 그래픽을 만드는 일은 지금보다 훨씬 쉬워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이 ‘수작업’으로 이미지를 생성할 필요성이 줄어들겠지만, AI 기술을 사용한 그래픽 아티스트에 대한 수요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잠재적 일자리 손실이 상당 부분 상쇄된다는 이야기다.”
카플란 박사는 ‘인간은 필요없다’라는 저서에서 인공지능이 대체할 일자리에 대한 해법으로 교육 개혁과 직업 대출을 제안했다. 직업 대출은 수요 변화에 맞춰 신기술을 배우려는 구직자가 잠재적인 고용주의 보증으로 교육비를 대출받은 다음 기술을 체득하고, 취업 후에 갚는 것을 말한다.
◇ CEO 의사결정에도 도움… 최선의 행동 방침 제안하기도
─기업이 생성형 AI를 가장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분야는.
“프로그래밍, 문서 초안 작성 및 요약, 고객 서비스 등 이미 생성형AI를 사업에 적용한 사례들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기업이 서둘러 생성형 AI를 사업 모델에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업은 생성형 AI를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할지, 활용하면 기대한 만큼의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 고려한 후 도입해야 한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므로 행동을 취하기 전에 지속적인 평가 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 신중한 조치다.
─생성형 AI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까.
“생성형 AI는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CEO의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 CEO가 심사숙고하는 사안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고, 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 해당 정보를 곧바로 분석해 최선의 행동 방침에 대한 권고와 제안을 제공하며 CEO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생성형 AI의 조언은 사람의 조언보다 더 나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기에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부여할지는 CEO가 결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달라.
“CEO가 A제품에 대한 잠재적 신규 시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고 가정해보자. CEO는 해당 사항을 직원에 물어보거나 별도의 컨설팅업체와 계약해 브리핑을 받는 대신 생성형 AI에게 질문하면 즉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 말하는 모든 것이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는 매우 유용하고 시의적절하며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기업은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
“기업은 생성형 AI를 보다 신빙성 있는 정보로 훈련시키고, 잘 이해되고 추측이 필요하지 않는 특정 문제에 시스템을 집중시킴으로써 생성형 AI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생성형 AI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이는 생성형 AI 제공업체들이 시장 조사 목적으로 제품을 무료 혹은 낮은 비용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제공기업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검색하고, 이를 통해 제품을 어떻게 개선시켜나갈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용자들이 입력하는 모든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있다. 개인정보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 업체들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고도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할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산업과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개인정보를 적절히 보장하지 않으면 결국 그 어떤 고객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3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의 일과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기조강연에서는 생성형 AI의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해당 기술이 우리의 삶과 직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볼 계획이다. 인류를 위해 이 놀라운 신기술을 배포하는 것이 왜 우리 시대의 결정적인 도전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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