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숨져서 환불도 불가”…제주 차량 탁송 피해자 수백명
제주에 사는 윤현종 씨는 지난 16일 차를 대신 운반해주는 A 탁송업체로부터 황당한 문자를 받았습니다.
경기도로 차를 옮기기 위해 35만 원을 미리 입금했는데도, 대표가 사망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업체 측은 "제주도 관련 예약, 결제 등의 업무를 모두 대표가 진행하고 있던지라 제주도에서 오고 가는 모든 것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회사 통장엔 돈이 하나도 없다"며 환불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윤 씨처럼 운송료를 다 내고도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며 SNS 단체채팅방에 모인 사람만 200여 명에 이릅니다.
윤 씨는 "대표가 숨져서 서비스 제공은 못 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받은 돈은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신이 생겨서 앞으로 탁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윤 씨는 이어 "단톡방에 있는 분 중에는 큰맘 먹고 제주 여행을 오려다 여행 자체를 취소한 사람도 많다"며 "대부분이 다른 지역 사람들인데 다신 제주도에 안 오겠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단체채팅방을 만든 김민범(가명) 씨에 따르면 A 업체 전 직원 등의 증언을 종합해볼 때 8월 한 달 예약자만 200~300명에 이르고, 연말까지 약 800명가량이 해당 업체 서비스를 예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업체 직원이 이용 직전인 사람들에게만 문자를 보냈기 때문에 9월~12월 예약자들은 아예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며 "갈수록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피해자들 가운데는 차를 돌려받지 못해 목포와 여수에 있는 해운선사를 직접 찾아가 차를 끌고 온 경우도 있습니다.
김 씨는 "선사에서 A 업체 직원이 와야만 차를 빼준다고 해서 차주가 직접 가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차량등록증까지 보여준 뒤에야 차를 찾아온 사람이 20명 가까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한 수입차 이용자의 경우 왕복 운송료 80만 원을 결제했지만, 차를 돌려받지 못해 목포에서 직접 차를 찾아왔고, 이 과정에서 선사 측에 선적료를 지급해야 했습니다.
더욱이 운반 과정에서 차량이 파손돼 수리비 200만 원이 들었지만, 책임을 물을 사람이 없어 고스란히 본인이 부담했습니다.
실제로 A 업체 대표가 사망한 사실을 확인한 김 씨는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싶어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것 아니냐"며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소송 비용을 들여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피해자들은 탁송업체의 '선입금 시스템'이 피해 규모를 더욱 키웠다고 입 모아 말합니다.
김 씨는 "A 업체는 바로바로 선적료를 지급하지 않고 월말에 한꺼번에 결제하고 있었다"며 "선사에 후불로 계산하는데 왜 선불로 전액을 다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따져 물었습니다.
김 씨는 이어 "다른 탁송업체에도 물어보니 대부분 시스템상 어쩔 수 없이 전액 선불제로 운영한다고 했다"며 "예약자한테 선불을 받아서 윗돌 뽑아 아랫돌 막는 식으로 운영하다 업체 측에서 손들어버리면 피해는 모두 예약자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함께 여러 업체를 수소문한 결과, 후불제로 운영하는 업체도 하나 있었다"며 "운송료 10% 정도를 예약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서비스 제공 후 받는 식으로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A 업체 전 직원 역시 탁송업체 운영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해당 직원은 "기사님들도 직접 고용한 게 아니라 예약이 들어올 때마다 사람을 구하는 식으로 운영됐다"며 "차량을 안전하게 운송해줄지 기사님에 따라 복불복인 상황에서 차량이 파손돼도 배 째라는 식으로 응해왔다"고 전했습니다.
이 직원은 이어 "근무하는 동안 차량 파손 항의가 굉장히 많았지만, 회사에서 처리해준 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차 안에서 담배 냄새가 심하다고 하면 세차비 4만 원 정도를 준 게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해당 업체 직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예약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회사 통장에 돈이 없어서 돌려줄 게 없다"며 "나도 월급을 받지 못해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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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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