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투자 급증… 올해 日 ETF 매수 규모, 작년의 14배

정현진 기자 2023. 8.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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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수 추종 ETF 평균 23% 상승
일본 증시, 하반기에도 강세 전망

일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 국내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개인투자자는 일본 주가지수 추종 ETF를 150억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지난 한 해 순매수 금액(10억9700만원)보다 14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일본 증시가 1990년대부터 이어진 오랜 불황을 깨고 되살아나며 투심이 개선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 일본 지수를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상품은 5개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이 5개 상품을 총 150억7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한 해 순매수금액(10억9700만원)보다 14배 넘게 늘었다.

ETF의 수익률도 껑충 뛰었다. 이날 종가 기준 일본 주가 지수 추종 ETF 5종목의 연초 대비 평균 상승률은 23.44%에 이른다. 이들 상품은 일본 주가 지수가 오를 때 함께 상승하는 구조다. 상승률이 가장 큰 종목은 ‘ACE 일본TOPIX레버리지(H)’ ETF로, 연초 대비 41.40% 올랐다. 이 ETF는 일본 토픽스(TOPIX)지수 일별 수익률의 2배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18일 종가 기준 토픽스 지수는 2237.29이다. 지난 1일에는 2337.36까지 오르며, 1990년 거품 경제 시기 이후 33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토픽스 지수는 코스피지수처럼 도쿄증권거래소 제1부에 상장된 모든 기업을 편입한 시가총액 가중 지수로 1969년 도입됐다.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닛케이225지수의 후발 주자 격이다. 닛케이255지수는 도쿄증권거래소 제1부에 상장된 주요 기업의 가격을 가중 평균한 지수다.

‘ACE 일본Nikkei225(H)’ ETF는 연초 대비 23.33% 올랐다. 이 상품이 추종하는닛케이225 지수의 상승률 20.57%를 웃도는 수준이다. ‘TIGER 일본니케이225′ETF와 ‘TIGER 일본TOPIX(합성 H)’ ETF도 각각 19.55%, 17.98% 상승했다. ‘KODEX 일본TOPIX100′ETF의 상승률은 14.96%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높아진 것은 엔저(円低·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계속되면서 일본 수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다. 특히 일본 산업계는 과거부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정보통신(IT) 제조업종에 주력해 왔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 등으로 이 산업 분야가 세계 증시의 주도 업종으로 뜨면서, 가격 경쟁력과 상승 모멘텀을 모두 갖춘 일본 기업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엔화 환율은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지난 6월 원·엔 환율은 약 8년 만에 800원대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921원대이지만, 그래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엔저 현상은 일본은행(BOJ)이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해 온 영향이 크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긴축적 통화 정책에 나섰지만, 일본은 안정적인 물가상승률 2%라는 목표를 앞세웠다. 일본은 인플레이션보다 저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를 더 우려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엔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BOJ가 여전히 통화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미·일 금리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반기에도 일본 증시 전망은 밝다. 엔저 효과에 더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정보통신(IT) 등 일본의 주력 산업이 세계 증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증시는 미국 증시가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산업인 IT와 산업재는 일본이 잘하는 산업 분야”라면서 “소부장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어 공급망 안정도가 높은 점도 증시 랠리를 이어가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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