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무역전쟁' 사령관, 더 강력한 계획으로 컴백[PADO]
[편집자주]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트럼프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집니다. 중국과의 '패권경쟁'을 공식화한 것이 바로 트럼프 행정부이고, 바이든의 민주당 정부 역시 이 기조를 이어받았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가 더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중국에 대한 의존을 낮추어야 하고('디커플링'), 경쟁성장으로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건 미국에서 초당적인 공감을 얻고 있어,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변함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브레인이었던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전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훨씬 급진적인 정책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6월 펴낸 저서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입니다. 책에서 라이트하이저는 '디커플링' 수준을 넘어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완전히 절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너무 급진적이라 허황되게 들릴 정도이지만 트럼프는 이 책을 상찬하면서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어떤 무역 정책을 펼지 미리 보고 싶다면 이 책을 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결코 작지 않은 지금, 한국도 미리 대비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랫동안 미중 무역을 취재하면서 라이트하이저와도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눈 베테랑 기자 밥 데이비스가 포린폴리시에 2023년 7월 16일 기고한 서평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폐쇄적인 워싱턴DC 무역 변호사의 세계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항상 아웃사이더였다.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가 모두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동안 철강 수입을 막기 위한 철강 업계의 투쟁을 수십 년동안 대변하면서 부유해졌다. 그는 마치 무역 협정이 타결되고 있는 워싱턴DC에서 멀리 떨어져 "갈라파고스에 사는 거 같았죠." 한 무역 변호사의 말이다.
하지만 라이트하이저는 도널드 트럼프에게서 자신의 보호주의 사상을 공유하는 대통령을 보았다. 트럼프와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의 경제 정책을 중국에 대한 '관여'에서 '대결'로 전환했다. 2016년 이전에도 이러한 움직임에는 속도가 붙고 있었지만 누구도 트럼프처럼 미국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중국을 막대한 관세로 두드려 팰 의향은 없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전환은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유산일 것이다.
저서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에서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의 미국 무역 대표부 대표로서--사실상 3년에 걸친 무역 전쟁을 진두 지휘하면서--어떻게 중국과 싸워왔는지를 회고하면서 무역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정책을 제안한다. 그는 중국보다 더 중요한 난관은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아마도 독립혁명 이후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지정학적 위협이다." 그는 나치 독일이나 남북전쟁 당시의 분리주의자보다 중국을 더 높이 평가하며 이렇게 말한다.
라이트하이저의 책은 매우 일방적이긴 하지만 중요한 저작이다.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는 틀림없이 대중국 정책을 모색하는 공화당 대선 후보와 모든 경제 국가주의자들을 위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라이트하이저는 늘 백악관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요즘 세태를 보면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75세의 라이트하이저가 비서실장이나 다른 백악관 고위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는 서로 다른 두 권의 책을 짜기운 것이다. 주된 내용은 그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비롯한 다른 무역 전투를 어떻게 치렀는지에 대한 유익하면서도 자극적인 기록이다. 자신과 트럼프의 성과를 과장하고 어떠한 실패도 인정하진 않지만 그의 기록에는 중국 정부를 상대하는 데 대한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는 다음 파트에서 미국과 중국을 분리하기 위한 매우 급진적인 정책을 제안한다. 엄청난 수준으로 관세를 인상하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미국으로부터 받아온 혜택을 끝내고, 양국 간 투자를 차단하고, 중국 SNS 기업을 차단하고, 기술 협력을 중단하고, 현재 4,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무역 흑자가 사라질 때까지 이러한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다시 말해,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수십 년 동안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
그는 자신의 정책 제안을 '전략적 분리'라고 부르지만 여기에 전략적인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대국 둘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릴 것이며, 이는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라이트하이저와 나의 관계는 길고도 복잡하다. 나는 1996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서 밥 돌 상원의원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그의 재무담당자이자 비공식 아이디어 뱅크였던 라이트하이저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그의 '스웩'과 보호주의는 참신한 것이었다. 그는 웨스트버지니아의 한 레이스 트랙에서 빨간색 포르쉐 911 타르가를 타고 레이싱을 했다. 40세 생일을 맞았을 땐 메릴랜드 교외에 위치한 집 응접실에 자신의 대형 유화 초상화를 설치했다. "누구나 이거 하나씩은 있어야 해요." 그는 손님들에게 이렇게 농담을 했다. "당신 초상화를 걸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내 초상화를 걸어야 한다는 겁니다." 플로리다로 이사했을 때 그는 초상화를 가져갔지만 눈에 덜 띄는 장소로 옮겼다.
그가 트럼프의 무역대표부 대표였을 때 나는 그를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때로는 트럼프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그와 함께 베이징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별로 성과는 없었다. 그가 13시간의 비행 시간 내내 잠만 잤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주요한 역할을 한 무역전쟁에 관한 책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때때로 그는 내가 쓴 글에 대해 날카로운 반론을 제기했고, 심지어는 자신이 허위라고 생각하는 이야기에 대해 나와 공동 저자인 링링 웨이의 실명을 보도자료에서 거론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우리가 미국은 무역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쓰자, 그는 더는 이메일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이틀 후 그와 가진 퇴임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아시다시피 제가 항상 당신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은 하드코어 구식 저널리스트죠. 마치 공룡 같은 존재라고요." (난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성격의 라이트하이저가 트럼프 정부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았다. 하지만 밥 돌과 일하면서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길 좋아하는 상사와 잘 지내는 방법을 익혔다. 트럼프와 일하는 데 매우 중요한 스킬이었다. 툭하면 언론에 입을 여는 인물이나 무능력한 말썽꾸러기로 가득 찬 행정부에서 라이트하이저는 입 무겁고 유능한 인재였다. 스티브 배넌처럼 자기 자신을 관심의 대상으로 만들거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처럼 트럼프의 결정에 맞서 싸우지도 않았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를 보좌하면서 그 명성이 높아진 드문 인물 중 하나다.
(계속)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subin.kim@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이다영, 김연경 또 저격 "입에 욕 달고 살아…술집 여자 취급해" - 머니투데이
- 정다래 남편 전처 "정다래는 내 아들 수영쌤…양육비 2년째 미지급" - 머니투데이
- 물인 줄 알고 마셨다가 '뇌사'…회사 종이컵에 담긴 액체, 알고보니 - 머니투데이
- '음주운전' 김새론, 자숙 끝? 은근슬쩍 뮤비로 복귀…반응 싸늘 - 머니투데이
- 데프콘, 이수지 AI프로필에 "100억대 사기" - 머니투데이
- '미성년자 성폭행' 고영욱, 이상민 저격…"인간으로 도리 안해"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중국어 썼다고 감점" 싸늘했던 이 나라…한국 건설사에 일 맡긴 후 '반전' - 머니투데이
- 임신한 손담비 "잘 때 숨 안 쉬어져" SOS…무슨 일? - 머니투데이
- "2회에만 만루포, 투런포 얻어맞아"…류중일호, 대만에 3-6 '충격패' - 머니투데이
- '이혼 소송 중 열애' 괜찮아?…변호사 "황정음 따라하면 큰일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