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샤워장 태국인 사건, '성범죄'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팩트체크]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기간 중 숙영지 여자샤워장에서 샤워를 하다 적발된 30대 태국 남성 지도자가 16일 전북경찰청에 의해 '건조물 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사건에 대해 일각에선 '성범죄'인데 제대로 수사가 안 됐다거나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사건을 축소하려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 사건에 대해 "경미한 사안으로 보고 받았다"고 발언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성범죄가 경미한 사안이냐'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실제 일어난 일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범죄'로 보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 오히려 이 사건을 '성범죄'라 주장하는 건 사건의 실체를 왜곡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일 수 있다.
경찰은 보름 가까운 기간에 걸친 수사를 거쳐 '성범죄'가 아니라 판단했다. 결국 세밀한 법리 검토 끝에 '건조물 침입'으로만 송치한 것도 이 사건을 '성범죄'로 볼 만한 근거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세계스카우트 연맹도 6일 이 사건에 대한 공식 브리핑에서 "독립적인 조사를 거쳐 성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해당 지도자는 경고조치를 받았다"면서 사실상 범죄로도 보지 않아서 '단순 실수'로 보고 자체 종결처리로 결론냈음을 밝힌 바 있다.
우선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사실은 해당 태국인 남성 지도자가 먼저 샤워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를 주장하는 한국인 여성 성인 지도자는 해당 태국인 지도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았다.
결국 성범죄가 성립하려면 태국 남성이 성범죄 의도를 가지고 여자샤워장에서 숨어들어 샤워중인 여성 대원이나 여성 지도자를 훔쳐보거나,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했어야 하지만 그런 일들은 경찰 수사와 세계연맹 조사결과 전혀 없었다.
경찰과 세계스카우트연맹 그리고 관계자들이 밝힌 사실을 종합해보면, 이른 새벽 비어있던 여자샤워장에 태국 남성이 먼저 들어가 샤워를 하고 있었다. 이 남성은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하고 있었다. 이후 샤워장에 들어온 한국인 여성 성인 지도자가 콧노래 소리를 듣고, 남성이 샤워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와 한국 남성 지도자를 불러 해당 태국인에게 샤워를 그만두고 밖으로 나오게 했다.
샤워장에서 먼저 샤워를 하고 있던 태국 남성을 나중에 들어간 한국 여성이 노래소리로 남성이라 판단하고 즉시 나온 뒤, 다른 한국 남성 지도자를 불러 밖으로 쫓아낸 게 이 사건에서 벌어진 실제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성인 여성은 해당 태국 남성과 샤워장에서 얼굴을 마주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옷도 입은 상태에서 태국 남성의 인기척을 듣고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태국 남성이 피해를 주장하는 한국인 여성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태국 남성이 샤워장 밖으로 쫓겨나온 상황에선 소란스러움에 몰려든 주변에 있던 대원들과 성인 지도자들이 해당 남성이 샤워장에서 밖으로 나오는 장면을 모여서 봤다. 따라서 피해 주장 한국 여성 입장에선 샤워장 안에서가 아니라 '사후적'으로 샤워장 밖에서 쫓겨난 해당 태국 남성의 얼굴을 보게 된 것이다.
반대로 태국인 입장에선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밖에 있는 한국인 중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건이 종결된 셈이다.
이 사건에 대해 법조인들 의견도 경찰 수사 결과와 같다. 성범죄로 볼 순 없단 것이다. 전주 지역 한 로펌의 변호사는 "특히 샤워장 안에서 샤워를 하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던 행동을 보면, 몰래 샤워장에 침입해 여성을 훔쳐보려는 시도로 보긴 어렵다"며 "게다가 태국 남성이 피해 주장 여성이 누구인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범죄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건 법적인 관점에선 전혀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해당 여성 지도자가 속한 전북스카우트 연맹의 전주지역 제900단 측이 성범죄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취해지는 '분리조치' 등을 요구했지만, 성범죄 사건으로 볼 수 없는 상황에 태국 남성과 한국 여성 지도자가 서로 대면하지도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성범죄 사건처럼 '분리조치'를 하는 건 무리란 지적이다. 다만 조직위는 브리핑 후 논란이 커지자 다음 날인 7일 해당 태국 지도자를 대원들과 분리조치했음을 밝혔다.
전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성범죄에 해당할 지 여부를 법리 검토를 통해 세심하게 살폈지만, 남성이 여자샤워장에서 혼자 샤워를 하다 쫓겨난 사건이라는 것 외에 다른 범죄를 적용할 수 없단 결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프레스센터에서의 소란 등이 더해져 실제 벌어진 일보다 과장되게 알려지면서 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흘러가는 데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최초로 알려진 6일엔 대부분의 언론보도를 통해 '태국 성인이 여자샤워장에 몰래 침입해 여성 대원을 훔쳐 본 사건'처럼 인식되도록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김효진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6일 공식 브리핑에서 '문화적 차이'를 언급했다. 태국의 경우 남녀가 같이 쓰는 샤워장이 많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15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참여하면서 화장실과 샤워장에선 문화적 차이로 발생하는 해프닝도 적지 않았다. 11일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여자 화장실이 붐벼 대기줄이 길자, 덴마크와 영국 등 여성 청소년 대원들이 남자 화장실 안에 들어와 사용하기도 했다. 남자 화장실을 이용하는 유럽 남성 대원들은 놀라지 않고 오히려 여성 동료 대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같은 남자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잼버리 대회 중 '성중립(Gender Neutral)' 샤워장이 설치 됐었던 것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이는 세계스카우 연맹의 규정상 설치된 것으로 청소년대원과 성인 IST요원들 중 성적소수자(LGBT)를 위한 것이었다. 다만 이들은 4만3000여명의 참가자 중 극소수였고, 실제 이 샤워장들은 거의 이용자가 없었다.
하지만 이 '성중립' 샤워장은 한국 학부형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켜 대회 초기 강한 항의를 받았던 원인이기도 했다. 한국 학부형들은 "남녀 아이들을 혼탕처럼 함께 목욕시킨다"며 한국스카우트 측에 항의하고 언론 등에 제보를 하기도 했다.
6일 오전 정례브리핑 직후 당시 피해 주장 여성 지도자가 속한 전주지역 제900단 측은 기자들에게 "태국 남성 지도자가 우리 여자 대장을 따라 들어갔는데, 현장에서 잡힌 후 '샤워하러 들어왔다'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태국 남성은 한국 여성 지도자를 따라 들어간 게 아니라 먼저 샤워를 하고 있었고, 나중에 들어온 여성 지도자가 태국 남성의 콧노래를 듣고 밖으로 나와 한국 남성 지도자를 불러 밖으로 쫓아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계연맹 조사 결과도 같았다. 전주 제900단은 지도자와 청소년 대원 80명이 6일 새만금을 떠났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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