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프티 가족 "소속사 폭언·감시 심해…멤버 공황장애→실신"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그룹 '피프티 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 피프티피프티 음악 프로듀싱을 맡은 더기버스가 서로 상반된 주장으로 팽팽한 진실 공방을 벌였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는 K팝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핍티핍티)' 전속계약 분쟁 사태를 둘러싼 진실공방을 다뤘다.
美빌보드 휩쓴 '피프티 피프티', 왜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
'큐피드'는 작년 11월18일 첫 EP '더 피프티(THE FIFTY)'로 데뷔 이후 약 4개월 만인 올해 4월1일 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100위로 진입했다. 해당 차트에 데뷔 이후 가장 빨리 진입한 K팝 그룹이 됐다.
이후 꾸준히 순위가 올라 최고 17위를 기록하고 21주가 넘도록 상위권에 머무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은 이른바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리게 됐다. '데뷔 후 최단시간 빌보드 진입, 최장기간 차트 인'이라는 이 기록은 글로벌 스타가 된 그룹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뉴진스도 아직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네 멤버는 지난 6월19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들은 투명하지 않은 정산, 무리한 일정 강행 등을 문제 삼으며 소속사가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어트랙트는 피프티 피프티에게 접근해 전속계약을 위반하도록 유인하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 배후로 더기버스를 지목하면서 6월27일 대표 안모씨 등 3명을 업무방해, 전자기록손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안 대표는 피프티 피프티 앨범 제작 과정에서 음악 작업을 주도적으로 해온 메인 프로듀서다. 더기버스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멤버들이 주체적 판단을 내려 전속계약 분쟁에 돌입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후 법원은 피프티 피프티 네 멤버가 어트랙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관련 조정기일을 열었다. 멤버들이 재판부에 어트랙트와 조정 의사가 없다고 밝혀 조정이 불발됐고, 결국 양측의 공방은 정식재판으로 판가름나게 됐다. 지난 17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은 어트랙트 대표 전모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고 밝혔다.
어트랙트 "멤버들 가스라이팅" vs 더기버스 "최선 다해 멤버들 육성"
법원 앞에서 '그알' 제작진을 만난 어트랙트 소속사 측 변호사는 "어트랙트는 이 사건을 뒤에서 조정하는 어른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 증거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획사에서 정말 전재산을 투자해서 노모가 모아놓은 적은 금액까지도 다 합쳐서 투자해서, 80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투자해서 이 그룹을 성장시켜왔다"고 강조했다.
6월16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로부터 갑자기 계약해지 통고에 대한 내용증명을 받았다는 어트랙트. 소속사 측은 사건의 배후에서 멤버들을 조종하는 이가 있다며, 음반제작 전반을 용역 받았던 외주제작사 '더기버스'의 대표 겸 프로듀서인 안 씨를 지목한다. 8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빌려서 투자하고 멤버들을 지원해왔는데, 안 씨 측이 멤버들을 가스라이팅해 계약 해지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소속사는 안 씨 측이 대신해서 관리해오던 '피프티 피프티' 관리자 계정에 수상한 흔적이 남아있고, '큐피드'의 저작권자가 안 씨로 몰래 변경됐음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어트랙트 대표 전모씨는 "부모나 애들이 전문가 두 명한테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완벽하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외주제작사 '더기버스' 측은 가스라이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소속사와의 용역계약에 따라 최선을 다해 멤버들을 육성했을 뿐, 멤버들과 소속사의 갈등을 부추긴 적이 없다는 것. 더기버스 총괄이사 백모씨는 "소속사와 아티스트간의 분쟁인데, 이 안에 분명히 뭔가가 있는 것"이라며 "외부세력, 가스라이팅, 탬퍼링(가수 빼돌리기) 이렇게 자극적으로 돌릴 수 있는 말들을 쓰고 있다. 자꾸 왜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돌그룹은 결국 자본력 싸움? "데뷔까지 최소 수십억 든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5명을 데뷔시키려면 그에 비해 한 4~5배 정도 되는 인원이 필요하다. 그 정도 규모가 되는 연습생은 빠르면 1~2년, 오래 걸리면 4~5년 이상이 걸린다. 아이돌 데뷔는 어떤 의식주와 관련돼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달라"고 했다.
또 "음반 녹음하는데 있어서 수억원이 든다. 미니앨범(EP)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4~5곡 이상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뮤직비디오도 아무리 싸게 찍어도 최근에는 1~2억원 정도가 든다. 안무영상이나 콘텐츠 제작 비용도 따로 든다. 의상·헤어·메이크업은 말할 것도 없다. 음악방송 무대 하나 나갈 때를 보면 어마어마한 세트가 들어간다. 이게 대부분 소속사의 비용으로 들어간다"고 짚었다.
영세한 규모의 소속사는 아이돌 데뷔에 최소 10억원, 대형기획사는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한다. 한 해에 데뷔하는 K팝 그룹은 최소 100여팀, 그중 살아남는 그룹은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김윤하 평론가는 "약간은 도박에 가까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만큼 (성공하면) 많은 금액이 들어오기 때문에 다들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고, 투자를 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거나 거액의 빚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 전직 아이돌 가수 A씨는 "어차피 저희가 갚으니까 그게 계약서에 써져 있다. 앨범을 제작하면서 빚이 많이 쌓였는데, (만약에) 조금 벌었다고 가정하자. 그럼 메꿀수가 없고, 수익이 있어도 돈을 못 받는다. 데뷔하고 5년동안 빚이 14억원이었다"고 털어놨다.
피프티 피프티 가족, 침묵 깼다…"가수 안 하면 안 했지 돌아가고 싶지 않아"
유 변호사는 "사실 멤버들 중에서 이미 증세가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고, 수술 이후의 문제가 아니라 수술 날짜를 잡는 과정에서도 계속 연기된 부분이 있다. 수술하기 전에 직전까지 참고 계속 약을 복용하면서 일정을 진행했다"며 소속사 측의 일정 강행이 있었음을 주장했다.
또 유 변호사는 "정산 자료를 보면 실제 음원 수익을 받은 데가 어트랙트가 아니라 B엔터사로 돼있다"며 소속사 어트랙트의 정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매된 앨범 숫자를 생각해볼때 80억원이라는 금액은 사실 이해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저희가 당연히 문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 가족은 오랜 침묵을 깨고 '그알' 제작진을 만나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A멤버 가족은 "소속사 어트랙트 대표는 아이들한테 공포의 대상 같은 분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 몸으로 느꼈다"고 주장했다.
B멤버 가족은 "(소속사 대표의) 말씀은 돌아오라는 것인데, 모든 여론을 이렇게 만들었다. 모든 사람을 다 옥죄고 돌아오라고 한다. 저희는 그게 더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C멤버 가족은 "제 생각에 정산은 부수적인 것 같다. 다른 멤버들은 이야기하지 않겠는데, 언젠가 한 멤버가 많이 힘들어해서 그 소속사에서 한 번 뛰쳐나온 적도 있다. 공황장애로 여러 번 발작이 있었고, 한 번은 병원에서 실신해서 산소호흡기로 깨어난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소속사에 폐쇄회로TV(CCTV)도 있었다. 숙소에 감시와 통제가 너무 심하고 압력이 심했다.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멤버 부모들이 음식을 갖다주면 반찬을 전부 다 거실에 내다 던져버렸다. 멤버들에게 다 주워서 빨리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는 이런 모욕적인 언사나 행동들을 심하게 당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돈이고 뭐고 가수를 안하면 안했지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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