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경기 불안에…한은, 24일 기준금리 5연속 동결할 듯
"한은, 올해 성장률도 中리스크 반영해 0.1∼0.2%p 하향조정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오지은 기자 = 한국은행이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에 이어 오는 24일에도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묶을 것으로 예상된다.
2%포인트(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 원/달러 환율 상승세, 다시 불어나는 가계대출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올려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최근 중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은이 추가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이런 중국 리스크(위험) 등을 반영해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4%보다 0.1∼0.2%p 소폭 낮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기준금리 올리면 수출·내수 다 죽고 부동산PF 터질 수도"
20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다수인 7명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져 우리나라의 하반기 경기 회복도 불투명한 가운데 한은이 소비와 투자 위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환율·물가·가계부채 등을 명분으로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논리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 등이 물가의 상방 리스크(위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국내 경기 회복이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중국발 금융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경기 하방 위험도 더 커졌다"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우리나라 실물 경제 상황이 나쁘고 중국 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이나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의 효과는 단기에 그쳐 실익이 없는 반면 부작용은 더 클 것"이라며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PF에서 문제가 터지거나 내수와 수출이 다 죽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이 이어져 이달뿐 아니라 상당 기간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수출 부진, 내수 회복세 둔화, 건설경기 악화가 지속되고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에 신중한 입장이라 성장률이 높아질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한은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전문가 "베이비스텝으로 한미 금리차 줄여야…부동산·가계부채도 억제"
반면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일하게 0.25%p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교수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2%p에 이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여전히 금리 인상 여지를 두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최근 오르고 있어 한은이 한번은 쫓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반등과 가계대출 재증가 현상도 기준금리 인상 예상의 근거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며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다"며 "다시 부동산 가격이 뛰는 것도 금리 인상으로 조금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결을 점친 다른 전문가들도 이런 한·미 금리차,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 가계대출 증가 문제와 여전히 불안한 물가 등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요인이라는 점은 모두 인정했다. 다만 경기 우려가 더 크기 때문에 동결 수준에서 절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최근 중국 경제 불안과 실물경제 침체 심화 등을 고려해 (금통위가)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물가와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는 기준금리를 베이비스텝(0.25%p 인상) 정도로 잡아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
조 연구위원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물가뿐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도 금통위원들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는…"美 긴축에 내년" vs "중국발 경기충격에 연내"
이처럼 인플레이션·가계부채 등의 불씨가 살아있기 때문에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
이성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긴축 기조가 바뀌어야 한은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며 "미국 연준이 긴축 여파가 나타나면 인하 시그널(신호)을 줄 텐데, 올해 하반기까지는 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위원도 "미국의 경우 고용시장이 호조인 데다 여전히 실업률이 4%를 밑돌고 임금 상승률도 높아 인플레이션을 계속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전년 대비 마이너스(-) 에너지 가격의 효과까지 점차 사라지면 미국의 물가 우려가 다시 커지고 기준금리 인하 전환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고, 내년 중반깨나 미국을 따라 인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발 경제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면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인하 시점이 연내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와 고금리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을 고려하면 올해 4분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경기 리스크가 중국 내부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경제·금융시장으로 확산하면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더 일찍 올 수 있다"며 "3분기 소비 위축이 확인되면 한은이 4분기부터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0.1∼0.2%p 낮출 것…1.2∼1.3%"
한은은 24일 기준금리뿐 아니라 수정 경제 전망도 내놓는다.
상당수 전문가는 한은이 중국 경기 리스크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0.1∼0.2%p 정도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교수는 "중국 부동산 불안이 커지고 중국 내수 시장이 얼어붙는다면 대(對)중국 수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경우 한은도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도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부진으로 수출이 생각했던 것만큼 하반기에 반등하지 못할 것 같다"며 "한은 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 실장 역시 "중국 리스크가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한은이 0.1∼0.2%p 성장률 눈높이를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고, 안 연구원도 대내외 수요 부진을 감안해 한은이 성장률을 1%대 초반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비슷한 근거에서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은 전망치가 1.4%에서 1.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 연구위원은 "한은이 중국 리스크를 곧바로 반영해 성장률을 낮출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우리(LG경영연구원)가 작년 하반기 올해 성장률로 1.4%를 제시할 당시, 하반기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성장률 하락을 막을 것이라는 예상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추경 등을 배제하고 있는 만큼 실제 성장률이 1.2%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공공요금이나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여지가 있지만, 중국 경기 침체로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가능성도 병존하기 때문에 한은이 전망치를 현 수준(3.5%)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shk999@yna.co.kr, pdhis959@yna.co.kr, ssun@yna.co.kr, buil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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