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온상' 빈집 철거시 재산세 더 늘어… "세제 인센티브 달라"

정영희 기자 2023. 8.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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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빈집 정비를 위한 재산세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빈집으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유자가 자진 철거에 나서는 경우 빈집 부속토지에 부과되는 재산세 등 세금을 감면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사진=뉴스1
인구 감소 현상을 직면한 현재 반대로 빈집은 늘어나고 있다. 빈집 소유자가 자진 철거를 거부하면 재산권 침해 등으로 강제 철거에 나서기도 어려워 정비가 힘든 상황이다. '지방세법' 상 빈집은 건축물 가액이 높지 않은데 철거 시 재산세 과세대상이 주택에서 토지로 바뀌며 오히려 세금이 늘어나기에 소유자 입장에선 방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노후·불량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선 빈집 소유자가 빈집을 자진 철거하면 재산세를 경감해주는 세제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일 한국지방세연구원은 '빈집 정비를 위한 재산세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통계청의 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51만1000가구로 전체 주택수의 8.2%를 차지했다. 2015년 106만9000 가구이던 최근 5년 사이 매년 평균 7.2%씩 빠르게 증가했으며 이 속도라면 수년 내 10%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 작성의 대상이 되는 빈집은 매매·임대·미분양·수리·폐가·일시적 이용·상업적 사용 등의 사유로 조사기간 동안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을 말하지만 법적 빈집의 정의는 다르다. '농어촌정비법'과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법')에 따라 빈집임을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사람이 거주·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의미하며 동시에 정책 대상이 된다.

2015년 기준 1년 이상 비어 사람이 장기간 거주치 않은 법적 빈집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약 30만4000가구로 당해 전국 빈집의 28.5%에 달했다. 이 중 대도시의 빈집은 6만1000가구, 농어촌·중소도시 지역은 24만3000가구로 지역별 편차가 매우 컸다.

빈집은 ▲인근의 슬럼화 ▲범죄 장소 악용화 ▲건물붕괴·화재사고 ▲쓰레기 투기·적재로 인한 미관 저해 ▲주변 지가의 하락 초래 등을 이유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민사상 토지소유자가 이웃에게 악취·소음·진동 등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 그 이웃은 토지소유자에게 방지조치나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지만 빈집이기에 소유자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다. 때에 따라선 상속인까지 찾아야 하며 부재 시에는 이 문제를 대신 처리할 부재자재산관리인선임을 청구하거나 소송을 해야 하는 등 개인과 개인 간 해결이 어렵다.

빈집이 무허가라면 실태 파악은 물론 관리가 더욱 어렵다. 2020년 전북도청이 무허가 빈집을 파악했더니 최소 1633가구가 건축물대장이 없는 빈집이었다. '빈집법'에 따라 필요시 지방자치단체가 직권으로 빈집을 강제철거할 수 있긴 하지만 만일 소송이 제기되면 현실적으로 비용이나 권리관계 등에 부딪혀 실제 적극적인 행정절차를 수행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무허가 빈집이어도 건물 소유를 주장하는 자가 있는데 임의로 철거하게 되면 재물손괴죄나 '건축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빈집 증가를 억제하고자 방치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행강제금은 60일 이내 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소유자에게 1년에 2회까지, 조치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반복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빈집 소유자가 이행강제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일 확률이 낮지 않다. 그 밖에 빈집 정비사업(시장·군수 시행 사업 제외) 진행 때 지자체로부터 비용 일부를 보조·융자받는 법령도 있으며 빈집에 대한 공익신고제도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빈집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 증감을 통한 페널티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빈집 소유자가 빈집 철거 후 상시 주거 용도의 주택을 취득하면 해당 주택의 취득세를 감면한다는 조항이 존재하긴 하지만 적용상 제약이 많다. 대상 주택을 농어촌 주택으로 국한한 탓에 도시지역의 빈집은 해당이 되지 않고 새로운 주택 취득일 현재 해당 지자체에 살아야만 세제 특혜를 누릴 수 있다. 이외에 지방세 관계법상 빈집에 초점을 맞춘 세제 혜택을 통해 빈집 관리·철거를 유도하는 제도는 부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세제상 빈집은 재산세(주택)가 과세되며 빈집이 철거되면 더 이상 과세대상이 주택이 아니기에 철거된 빈집의 부속토지를 대상으로 토지에 대한 재산세가 부과되기 시작한다. 이때 오히려 재산세 세부담이 증가하게 돼 소유자 입장에선 빈집 방치가 유리해질 수 있기에 빈집의 철거 등 정비 촉진을 목적으로 한 세제 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제연구실 연구원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빈집 문제를 완화시켜 나가기 위해 빈집과 그 부속토지에 대한 재산세제 개선 목적의 새 정책이 필요하다"며 "세제상 혜택과 부담을 복합적으로 부여함으로써 빈집을 자진해 신속히 철거 또는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고, 빈집으로 계속 방치한다면 오히려 추가 부담이 발생해 불리해진다는 인식을 빈집 소유주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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