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 "'콘크리트 유토피아', 무겁지만 가치있는 영화" [인터뷰]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적정선을 지키면서 연기하는 게 참 힘들었어요.”

배우 박서준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를 통해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관객들에게 꺼내 들었다. 극한 재난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갈등하고 변화해가는 민성이란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표현해 내 관객들의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본 관객들은 저마다 민성이란 캐릭터에 자신을 대입하며 깊은 공감을 느끼고 있다. 박서준도 흔들리는 눈빛부터 변해가는 말투 그리고 몸짓, 손짓, 옷깃 등 디테일한 요소 하나마저 놓치지 않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박서준은 쉽지 않았던 캐릭터였던 만큼 그 어떤 작품보다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털어놨다.

박서준은 “과해서도 안 되고, 덜해서도 안 됐다”며 “적당한 선이라는 게 중요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민성이란 인물이 감정 표현을 익숙하게 해내는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며 “평범함도 놓치면 안 되기에, 감독님과 차근차근 대화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박서준은 민성이란 인물을 연기하면서 참고한 레퍼런스도 없었다. 그야말로 박서준과 엄태화 감독이 만들어낸,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캐릭터다. 박서준은 “레퍼런스는 생각도 못 했다. 영화 소재도 그렇고, 지금껏 이런 상황에 놓인 캐릭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내 안에서 표현해야 할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성이란 인물의 전사도 생각해 보고,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란 생각으로 한 장면, 한 장면 담담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박서준은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자 7kg을 감량했다. 재난 상황이기도 하고, 민성이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선 조금은 야윈 모습이 맞겠다는 판단에서다.

박서준은 “‘드림’을 촬영하고 바로 ‘콘크리트 유토피아’ 촬영에 들어갔다”며 “민성이란 캐릭터가 근육질은 아닐 것 같아서 체중을 감량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상시 유지하는 몸무게에서 체중을 감량하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며 “폭염에 두꺼운 옷을 입고 촬영했던 터라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지만, 배우로서 역할을 표현하는 게 1순위란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박서준은 연기를 하면 할수록 ‘가족’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가장 역할을 맡았기에 더욱더 감정이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박서준은 “당연히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촬영하면서 한두 번쯤은 상상을 해보곤 했다”며 “나 역시 그 순간에 닥치면 막막하겠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생존이 걸려있다면 적응하고자 노력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극중 민성처럼 가족을 1순위, 아니 0순위로 생각할 것 같다”며 “가족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지 않을까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혹시 이병헌처럼 주민 대표를 해볼 생각은 없냐는 물음에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어서 주민대표는 못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살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서준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이 참 기가 막힌 것 같다. 이 단어를 어떻게 조합했나 싶을 정도로, 시나리오 첫 장을 열기 전부터 기대감에 차 있는 상태였다”며 “이야기는 무거울지언정 충분히 기대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선택당할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박서준은 “배우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내 필모그래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대표작이란 단어에 연연하고 싶지 않지만, 굳이 따진다면 지금 이 순간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대표작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박서준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족을 지키려는 강한 책임감을 지닌 민성 역을 맡았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민성의 고민과 갈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점차 변해가는 캐릭터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윤기백 (gibac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