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무빙’ 리뷰… 로맨스, 액션, 휴먼드라마 세 마리 토끼 잡았다.
이것은 하이틴 로맨스물인가 히어로물인가. 남모를 비밀을 지닌 청춘들의 풋풋한 감성에 꽁냥꽁냥 하다가도 이내 강렬한 액션으로 전환된다. 8화부터는 서로를 걱정하는 어른의 사랑을 절절하게 보여주며, 로맨스와 액션, 휴먼드라마란 세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아나갔다.
지난 9일 7편을 한꺼번에 선보인 뒤 매주 수요일 두 편씩 공개하는 디즈니+ ‘무빙’은 청춘물과 액션물이란 ‘두 얼굴’을 성공적으로 오가며 일단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현실에 발붙인 가장 한국적인 히어로물 ‘무빙’은 세계적 OTT 플랫폼인 디즈니+를 떠오르게 할 수 있을까.
초능력을 감춘 채 살아가는 고3 봉석(이정하), 희수(고윤정), 강훈(김도훈)의 정원고 풍경은 파스텔톤이다. 매사 꽁꽁 싸맨 듯 소극적이던 봉석은 전학 온 희수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드러내기로 결심한다. 전학 오기 전 상처받았던 희수는 봉석을 통해 위로받고 다시 굳건해진다. 완벽주의 반장 강훈은 희수를 좋아하며 봉석과 은근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다. 희수에게 설렐 때마다 주체할 수 없이 떠오르는 봉석의 몸은 가릴 수 없는 첫사랑의 감정과 닮았다.
청춘의 설렘이 오그라듦으로 변할 때쯤 한국의 은퇴한 초능력자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에서 온 프랭크(류승범)의 어둡고 강렬한 액션이 펼쳐진다. 회복 능력을 가진 프랭크의 액션은 생각 이상으로 잔인하고 현실감 있다. 프랭크는 원작 웹툰에 없던 캐릭터. 각본까지 맡은 강풀 작가는 드라마에 프랭크를 추가함으로써 아이들 얘기만 다뤄 느슨해질 수 있는 초반부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청춘의 풋풋한 감성을 표현한 고윤정과 비정하고 거친 어른의 세계를 온몸으로 토해낸 류승범은 7화까지 시리즈의 완급 조절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아이들 세대의 초능력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란 설정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유사한 장르인 ‘엑스맨’이 ‘돌연변이’라면, ‘무빙’의 초능력이 ‘유전’이란 점은 본질적 차이. 이들의 부모인 장주원(류승룡), 이미현(한효주), 이재만(김성균)은 남들과 다른 자신이 괴물인지 영웅인지 분간하기 힘든 아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애틋해하며 미안해한다. 미현은 봉석에게 매일 고봉밥을 먹이고, 책가방에 아령을 넣어주며 아들의 능력을 억누른다. 주원은 딸 희수에게 그의 능력을 말해주지 않았다. 자식은 나처럼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한국 부모 고유의 정서가 녹아 있다.
초능력자들이지만 행동의 동기는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이다. 이들은 세계를 구하려는 마블 히어로와 달리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능력을 쓴다. 박인제 감독은 "캐릭터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시작점은 가족에서 온다"며 "이들이 사건을 만나 각성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히어로’라 부를 수 있는 성장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능력보다 중요한 건 인간의 공감이란 점도 강조된다. 미현이 봉석에게 "사람의 진짜 능력은 공감 능력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무슨 영웅이야"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원작자 강풀 작가는 각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의 웹툰처럼 차근차근 쌓아 올린 정서들이 맞물려 폭발하는 순간을 기대하게 된다. 인물과 상황에 대한 묘사가 워낙 친절해 등장인물이 많이 나와도 이야기를 따라가기 쉽다. 다만 상대적으로 웹툰이 가졌던 미스터리함은 약해진 측면이 있다. 한 회의 마무리 지점이 정직한 편이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긴장감이 덜한 것도 시리즈로선 아쉬운 지점이다.
8화부터는 부모들의 과거사로 중심 이동한다. 16일 공개된 8~9화에선 국정원 요원 김두식(조인성)과 이미현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을 이뤘다. 끼니를 거르고 야근을 하는 미현에게 창문을 통해 돈까스를 전달하며 하늘을 나는 모습을 수줍게 보여준 두식이나 "난 지금 내 비밀을 말하고 있어요"라며 뛰어난 오감 능력을 두식에게 알리는 미현의 모습은 설렘을 안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자의 비밀을 서로에게 공개하며 마음을 전한 방식은 아들인 봉석이 희수와 서로의 비밀을 공개하며 마음을 표현한 것과 오버랩된다.
20부작 ‘무빙’의 제작비는 500억 원. 올해 개봉한 한국 텐트폴 영화들의 평균 제작비 200억 원의 배가 넘는다. 7000여 컷이 컴퓨터그래픽(CG) 작업으로 제작됐다. 이 역시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2000여 컷)의 3배 이상이다.
이제까지는 캐릭터 빌드업을 통한 휴먼드라마 성격이 강했다면, 회를 더해갈수록 돈 좀 쓴 화려한 액션이 가득 펼쳐질 전망이다. 월트디즈니코리아 관계자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사연과 액션이 맞물리면서 점점 폭발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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