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3만명 이번엔 국회 앞으로…초중고교장 803명 성명(종합)
교사들, 교육부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에 "현실 안 맞아"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이번엔 국회 앞에 집결해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했다. 교사들은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에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했다.
토요일인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역 앞 양방향 6개 차로는 검은 옷차림을 한 교사 3만여명(주최 측 추산)으로 가득찼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날씨에도 대부분 교사는 넓은 챙이 달린 모자를 쓰거나 양산을 펼친 채 자리를 지켰다. 한 손에는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 '억울한 교사 죽음 진상규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서이초 교사 사망의 진상을 규명하고 고인의 49재인 내달 4일까지 아동학대 관련법 등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법안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실효적 민원처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교권침해 학생을 분리하면서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할 대책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날로 5주 차를 맞은 집회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시 11개 교육지원청 교육장도 연단에 올랐다.
이들은 효율적인 민원 처리 시스템 마련, 교사 교육활동 보장을 위한 대책과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 등을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서이초 사태 책임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서는 것이 옳은가 고민이 있었다"면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마지막 8부 능선을 선생님들과 함께 넘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에 대해 "물론 부족하다"며 "이것이 학교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할 것이냐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교육청과 지자체에서도 여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사후대책일 뿐"이라며 "교권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들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일부 교사는 조 교육감의 발언 중간에 야유를 보내거나 "사퇴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장 803명도 "위기에 빠진 교육 현장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법·제도 개혁에 함께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학교 차원의 민원 대응 시스템 구축 등을 약속했다.
또 "서이초 교사의 죽음과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회·교육부·교육청에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과 관련 예산 확보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숨진 서이초 교사 유족의 편지도 낭독됐다. 고인의 사촌오빠라고 밝힌 유족은 "동생이 남긴 기록을 통해 동료 선생님이 아이들과 학부모 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거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동생이 마음 찢어지게 괴로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부디 (다른) 선생님은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안녕이 깃들길 진심으로 소망하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집회에 처음 참석했다는 초등교사 강모(49)씨는 "얼마 전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을 보고 '하나도 바뀐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학교 현실과 맞지 않는 대책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왔다는 초등교사 박모(45)씨도 "교육부가 현장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할 것 같다"며 "추상적인 내용이 아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침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4년 차 초등교사 최모(26)씨는 "같은 저연차 교사로서 저도 돌아가신 선생님과 언제든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계속 집회에 참여하려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2학기부터 학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해 교사가 휴대전화를 압수하거나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등의 조처를 할 수 있게 하고 교사는 퇴근 후나 직무 범위를 벗어난 내용의 학부모 상담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고시안을 발표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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