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부동산 위기 속 홍콩 미분양 주택 재고 16년만 최고
대형 호화 주택 판매 부진에 2분기 신규 주택 판매 규모 26% 급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경제 둔화와 고금리 속에 홍콩에서 미분양 주택 재고가 16년만에 최고를 기록하며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경고등이 켜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다양한 부동산 중개업체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현지에서 완공됐으나 팔리지 않은 신규 주택 재고가 200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부동산 중개업체 JLL은 현재 안 팔린 신규 주택이 8만3천채로 2007년 이후 최다이며, 올해 안에 약 2만5천채가 시장에 더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SCMP는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재고 처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경쟁 업체들보다 선수를 치고자 업체 간 가격 할인 경쟁이 붙었다고 전했다.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이 세운 부동산 개발회사 청쿵(CK)애셋홀딩스는 이달 초 야우퉁 지역 신규 아파트단지 '코스트 라인 Ⅱ' 내 표준형 626채를 7년만에 최저가인, 주변 시세보다 16% 저렴한 가격에 분양해 순식간에 완판 시켰다.
그러자 다른 지역에서 '빌라 가르다 Ⅲ' 단지를 개발한 부동산 개발회사도 20일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상반기 청쿵애셋의 주택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66%, 순이익은 20% 급감했다.
청쿵애셋이 파격 할인을 시작한 것을 두고 시장 판세를 몇수 앞서 읽는 리카싱이 홍콩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이 밀려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대응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홍콩 부동산 시장은 수년간 이어진 미국의 저금리와 중국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려왔지만, 이제 상황이 뒤집혔다.
홍콩은 지난달 27일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인 5.75%가 됐다.
홍콩은 1983년 이래 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에서 통화 가치가 움직이도록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자동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고금리는 홍콩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중 주요 은행들의 대출 우대 금리가 1년 새 약 5%에서 5.875%가 되면서 주택 구매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홍콩 정부는 올해 1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 기대했지만, 금리 상승과 외국인의 홍콩 유입 감소로 부동산 거래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맥을 못 추면서 중국의 '큰손'들이 홍콩 호화 주택 시장에 들어오지 않아 굵직한 거래도 부진하다.
대형 호화 신규 주택의 판매 부진 탓에 2분기 홍콩 신규 주택 판매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26.2% 줄어든 293억6천만홍콩달러(약 5조 340억원)라고 부동산 중개업체 미드랜드는 밝혔다.
재고가 쌓이면서 6월 신규 주택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동월보다 20% 떨어졌다.
기존 주택 거래에서도 손해를 보고 처분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상반기 손해를 보고 판 주택 거래는 전년 동기보다 14.6% 늘어난 1천964건으로 2010년 하반기 이후 최다라고 부동산 중개업체 리카코프는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주민의 이민 물결과 지난해 주택 가격이 15% 떨어진 것이 그 이유라고 지목했다.
주택 거래 자체도 줄어 7월 주택 매매 건수는 4천426건으로 8개월만에 최저라고 부동산 중개업체 센탈린은 밝혔다.
판매 부진과 할인에 따른 이익 감소, 높아진 이자 비용에 위안화 평가 절하 등이 겹치면서 홍콩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실적 전망은 악화했다. 이들 업체가 중국 본토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전문가들은 홍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최소 6∼12개월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향후 몇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쏟아질 예정인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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