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부서지고 녹슬고···세월의 흔적이 몸값 높여주는 세계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3. 8. 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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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낡고 부서지고 녹슬어야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현실 세계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지만 모형의 세계라면 가능한 얘깁니다. 모형의 세계에서 녹과 그을음, 데미지 표현은 세월을 보여주고 그에 따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얼마만큼 낡은 표현을 자연스럽게 잘했느냐에 따라 그 가치를 평가받기도 합니다.

‘어느 좋은 날‘ 대리석고양이 作 하드한 웨더링과 진흙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카데미 ‘포니’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Weathering’
풍화작용이라는 뜻의 weathering은 모델링 용어로 쓰이면 물체가 외부에 노출되어 변하거나 닳은 표현을 의미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프라모델 뿐 아니라 모든 모형에 적용되는 용어로, 도색까지 완료된 모형에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낡은 느낌을 입히는 작업입니다.

원래 밀리터리 모델링에서 먼저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피규어, 건프라 같은 SF나 판타지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전차, 장갑차,항공기 같은 밀리터리나 디오라마 모델링에서는 사실상 필수적인 작업공정으로 웨더링이 없을 경우 심심하고 완구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스토리를 입히려면 필수적으로 웨더링이 필요합니다.

옵솔리트. 대리석고양이 作 녹 표현이 일품인 작품
낡아 보이게 만드는 방법은 다양해서, 그 물건이 사용되는 환경에 따라서 그을음, 먼지, 녹, 탈색, 이끼, 긁힌 자국, 깨지거나 뚫린 흔적 등을 묘사합니다. 탱크나 장갑차의 경우 기름때와 진흙같은 표현을 많이 쓰고 선박의 경우 물때나 소금 마른 자국 등을 묘사하기도 하며 인물의 경우 상처나 핏자국 등을 묘사하기도 합니다.

기법 역시 일반적으로는 도료부터 파스텔, 연필, 마커, 퍼티, 피그먼트, 유화 등이 이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접착제, 인두 등을 이용해 물리적인 웨더링을 하기도 합니다.

표현방법에 따른 웨더링
◇ 워싱

음각 부분에 도료가 고이게하여 명암 대비를 높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좋아 가장 먼저 배우게되고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묽게 희석된 도료를 주로 사용하는데 에나멜 도료가 가장 일반적이고 실제로 패널라인 워시, 패널라인 액센트, Mr. 웨더링 컬러 등 워싱용 도료로 나온 제품 대부분이 에나멜계입니다.

워싱
도료를 킷에 전체적으로 발라준 다음 마르기 전이나 마르고 난후 신너를 이용해서 닦아내면서 표현을 하게 됩니다.
워싱
◇ 치핑

도장(페인트)이 까짐을 표현. 밑색에 치핑 미디엄 등을 바른 뒤 덧칠해 위의 도료를 실제로 벗겨 내는 방법과, 도색을 완료한 뒤 그냥 밑색이 될 색을 세필붓이나 듬성듬성한 스펀지 등으로 모서리에 적당히 칠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치핑
전자의 같은 경우 락커 례열의 도색을 밑색으로 깔고 에나멜 계열의 본색을 도색한 뒤 에나멜 신너로 닦아 내며 표현을 할 수도 있습니다. 락커는 에나멜 신너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죠. 또는 치핑용 도료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치핑
후자의 경우는 그냥 스펀지로 찍어주면 되는 간단한 방법입니다. 아주 세밀하게 표현할 때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스펀지 치핑 방식이 간단하고 편하죠.

◇ 드라이브러싱

도장(페인트)이 까진 모서리를 표현.그 외에도 명암 강조, 금속질감 표현 등에 사용할수 있습니다. 붓의 도료를 거의 닦아낸 뒤 털어주 듯, 쓸어주듯이 붓질을 하면 붓에 남은 소량의 도료가 모서리 부분에 묻어나게 되며 표현됩니다. 금속계열의 도료를 쓰면 간단하게 멋진 표현이 나오게 됩니다.

드라이브러싱
◇ 필터링

워싱보다도 더 묽은 도료를 매우 얇게 전체적으로 발라주어 색감과 채도를 조절해주는 필터링은 특히 톤 다운에 효과적입니다 .필터링은 워싱과 목적이 다릅니다. 쉽게 말해 워싱은 디테일 강조와 세부 표현이라면 필터링은 전체적 색감 조정에 중점을 두게 됩니다. 또한 워싱은 구석진 부분에 도료가 축적되게 하는 반면, 필터링의 경우 반대로 도료를 고르게 펴바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터링
웨더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제대로 표현하려면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이유는 자칫 부족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요. 웨더링 상태에 대한 목표 또는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애써 만든 작품을 망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 반대로 하다보면 조금 더, 조금 더! 를 반복하여 과하게 되는경우 등이 주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비기너라면 시작 전 참고할 수 있는 자료 사진을 준비한다면 웨더링 작업이 한결 수월해지고 즐거워질 것입니다.
수많은 웨더링 도료들
바예호 사의 웨더링 도료들 [조이하비 홈페이지]
다양한 도료 메이커들에서 다양한 웨더링 재료들이 나오고 있고 그 종류 또한 수십여가지입니다.

그 도료들의 특성을 파악(락카계열, 에나멜 계열, 아크릴계열, 유화계열)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종류가 엄청 많은데 각각의 색마다 원하는 색감을 또 자연스러운 색감을 주기 위해 필터와 워시 도료의 종류가 그만큼 세분화 되어있는겁니다. 각각의 메이커에서는 제작자가 도료를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각각의 색을 지정하고 그 색을 위한 워시와 필터를 내놓은것이죠.

MIG 사의 웨더링 도료들
예를 들어 Mig사의 Dark Brown wash for Dark Yellow란 워시도료가 있습니다.

사막전에 사용되는 탱크나 무장등에 어울리는 짙은 갈색입니다. 노랑의 바탕색에 어두운 부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되겠죠.

Dark Brown wash for Green Vehicle 이라는 도료도 있습니다. 같은 다크 브라운 워시지만 녹색의 탈 것에 더 어울리는 색입니다. 다크옐로우에 워싱을 하는 색과 같은 색의 도료를 쓰면 아마 별로 효과적이지 못할겁니다. 그래서 다크옐로우에 사용되는 워시도료보다 조금 더 색이 짙어 어두운 톤의 그린 차량에도 효과적인 워싱을 할 수 있도록 색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렇게 제조사의 도료들이 굉장히 세분화 되어있기 때문에 자신이 작업할 킷에 어울리는 도료들을 사용하면 되는데 처음 시작하는 비기너들은 그냥 ‘Dark Wash’나 ‘Black Wash’ 정도로 시작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워시나 필터링 뿐 아니라 녹, 먼지, 진흙, 찌든 기름때 등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제품들도 많습니다. 10여년 전만해도 이런 표현을 물감과 직접 흙을 골라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이런 세세한 표현 하나하나를 리얼하게 작업할 수 있는 표현제 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만큼 좋은 표현을 간단히 할 수 있지만 지갑은 점점 얇아집니다.

미그사의 MUD표현제
Rust(녹) 표현제만 해도 수십가지입니다. 전부 사고 싶지만 자금사정을 생각하면 구매가 망설여집니다.이럴 때는 구매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제품별로 어떤 표현이 가능한지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와 맞는 제품을 하나씩 사서 모아가는 것이 현명한 소비라 봅니다.

사실 아마추어 모델러들은 이러한 제품을 하나만 사용해봐도 엄청난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녹슨 철을 관찰해 보면 그 안에 노랑, 오렌지, 빨강, 브라운등 여러가지 톤이 존재합니다. 이런 여러 톤을 내는데 한가지 도료를 사용해 표현할 수는 없기에 Rust의 색을 세분화 시킨겁니다.

미그사의 다양한 웨더링 도료제품들
Light Rust Wash를 예로 들면 Light는 말그대로 밝은 Rust는 녹입니다. 밝은 녹이라면 옐로~오렌지톤의 밝은 색 도료라는 뜻입니다. 이런식으로 도료이름을 보고 맞는 제품을 찾으면 됩니다.

Streaking Grime, Streaking Rust effects 등 뭐하는지도 모르겠는 도료들도 많은데 Streaking의 Streak 뜻을 보니 ‘기다란 자국을 내다, 줄무늬를 넣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면 Streaking은 기다란 자국, 줄무늬를 의미하는 것이죠. 말그대로 밑으로 흘러내려 생긴 자국입니다. 수직으로 세워져있는 철판들이 녹슬면 녹물이 흘러내려 밑으로 긴 녹자국을 내게 되는데 그걸 표현하는거죠. Grime은 ‘때’라는 뜻이네요 그럼 Streaking Grime은 녹 표현이 아닌 수직으로 생긴 때를 표현하는 도료라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녹표현을 하다보니 이런 도료로는 표현되지 않는 녹표현도 있기 마련입니다. 바로 질감이 느껴지는 녹표현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피그먼트를 같이 병행 사용하면 됩니다. 피그먼트는 분말형태의 웨더링 도료인데 이것도 색을 가지고 있고 다른 도료와 섞어 사용하면 조색이 됩니다.

이 점을 알고 있으면 웨더링때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미그 헤비머드
흙먼지와 차체에 튀긴 흙, 진흙 등을 표현하는 Dust, Mud계열부터 오일 때 같은 WET계열 등등 웨더링 도료도 여러 메이커에서 수가지의 제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차나 차량이 주행할때 직접적으로 튀는 흙이 아닌 주행과정이나 바람이 불어 차량의 상부 등에 흙먼지가 내려앉은 것을 표현하는 것부터 말라붙은 진흙, 젖은 진흙 등 표현의 영역에는 끝이 없어보입니다.
도료의 활용은 모델러의 몫
필요한 도료를 구입하는데는 목적이 있어야합니다. 또한 그 도료가 내게 적합한지 확인하기 위해 공부도 필요하죠. Mig, AK, Vallejo같은 웨더링 도료를 내놓는 메이커들은 공식 사이트,유튜브에서 도료를 사용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 작가들의 다양한 제작기도 조금만 검색하면 쉽게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도료를 선택하고 활용하고 필요하다면 도료끼리 혼합해 사용할 수 있고 타사의 제품들도 섞어 사용하여 다양한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도료마다 제조사의 정해진 사용법은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힌트를 줄뿐 그 도료를 활용하는것은 수 많은 모델러들에게서 나오고 언제나 변할 수 있는 능동적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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