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정상 회견 6시간만에…中, 대만 주변서 합동훈련 무력시위(종합2보)
'양안문제 평화적 해결 촉구' 한미일 '中견제' 결속에 반발 '이중포석' 해석도
중국군 "대만독립·외부세력에 엄중 경고한 훈련"…대만군 "비이성적 도발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황윤정 기자 = 중국군이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차기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의 미국 경유 남미 방문에 대응해 19일 대만 북부·서남부 해역·공역에서 해군·공군 합동 순찰과 훈련을 했다.
이날 훈련은 특히 한미일 3국이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지역 내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지목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지 6시간 만에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부터 중국 인민해방군의 KJ-500 조기경보기와 Y-9 전자전기, J-10·J-11·J-16·Su-30 전투기, Z-9 대잠헬기 등 군용기 총 42대가 대만 인근 해상에서 잇따라 활동했고, 이 가운데 26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침범했다. 또 중국군 함선 8척이 함께 연합 전투대비태세 경계·순찰에 나섰다.
이날 중국군 동부전구의 훈련 규모는 올해 4월 8∼10일 '대만 포위' 훈련에 동원된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보다는 작았지만, 라이 부총통의 출국 후인 15∼16일(군용기 16대·군함 6척), 16∼17일(군용기 10대·군함 6척)에 비해선 눈에 띄게 커졌다.
스이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훈련 시작 시점에 맞춰 내놓은 입장에서 "동부전구가 대만섬 주변에서 해군·공군 연합 전시 대비 순찰과 병력 합동 훈련을 했다"면서 "함선과 항공기의 협동, 제해·제공권 장악, 대(對)잠수함 탐지 등을 중점 훈련했고, 동부전구의 부대 연합 작전 실전 능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스 대변인은 "이는 '대만 독립' 분열세력과 외부세력이 결탁해 도발하는 것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덧붙였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이후 훈련 영상을 공개하며 "연합작전지휘센터가 행동 지령을 하달하자 다수의 구축함, 호위함, 미사일고속정, 전투기, 조기경보기, 전자전기 편대와 미사일군 상시 화력부대 등 임무 병력이 쾌속으로 예정된 지역에 기동을 마쳤다"고 했다.
이어 "계획대로 대만섬 주변 해역·공역에 도착해, 다방향·입체적·장시간 근접 억제를 진행하고 전방향으로 섬 포위 진형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대만 국방부는 "이런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며 '국군(대만군) 평시 전투대비시기 돌발 상황 처리 규정'에 따라 적절한 병력을 파견해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최근 몇년간 중공은 지속적으로 군용기와 함선을 보내 습격·교란함으로써 지역 안전을 실질적으로 침해했다"며 "군사 연습을 빙자한 이번 움직임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의) 호전적인 무력 사용과 군사적 확장·패권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했다.
대만 차기 총통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라이 부총통은 지난 12일 차이잉원 총통의 특사 자격으로 대만의 유일한 남미 수교국 파라과이의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전날 귀국했다.
라이 부총통은 방미 기간 공세적인 대중(對中)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했다.
중국공산당 중앙대만공작판공실 책임자 역시 이날 라이 부총통의 방미 행보를 두고 "민진당 당국이 미국과의 결탁을 강화해 다시 한번 도발해오는 것으로, 우리는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대만 독립'을 위한 분열 활동에는 어떠한 여지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간 중국군은 라이 부총통의 귀국에 맞춰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예고하는 한편 육·해·공군을 총동원한 실전에 가까운 훈련 영상을 공개하면서 군사적 압박 수위도 높여왔다.
일각에선 중국이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올해 4월 차이잉원 총통·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을 이유로 실행한 '대만 포위' 훈련이 재차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군이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직후를 대규모 병력 동원 시점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날 훈련이 '중국 견제'를 기치로 밀착한 한미일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하며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대만에 더해 한미일에 대한 항의 표시를 담은 이중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인 셈이다.
이와 관련, 미국 CNN 방송은 한미일 정상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기념비적인 정상회담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중국이 대만 인근 해상에서 합동 공중 해상 순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군사 훈련은 중국에 대한 한미일 3국의 상호 우려에 의해 뒷받침된 역사적인 3국 정상회담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정상을 초청한 때 이뤄진 것이라고 짚었다.
한미일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국제 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기존 입장에 더해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했다.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말은 최근의 한미 또는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에는 없던 것으로, 중국의 무력 통일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지목해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안보 이익을 희생시키고, 지역의 평화 안정을 대가로 삼아 자신의 안보를 도모해서는 안 된다"며 "대체 누가 문제를 일으키고, 긴장을 격화하는 것인지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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