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아파트 불법 적치물…‘火’ 키운다 [현장, 그곳&]
“왜 여기에 두는 거죠? 이러다 정말 불이라도 나면 어떻게 대피하려고….”
19일 오전 10시께 안양시 동안구 10층 높이의 아파트. 이곳 계단과 복도에는 성인 몸통 만한 화분, 유아차 등이 겹겹이 쌓여 있어 창고를 방불케 했다. 마구잡이로 쌓아둔 물건으로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자리만 남아있었다. 층마다 갖가지 살림살이를 꺼내 놓은 탓에 화재 발생 시 대피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시야 확보까지 어려워 보였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 이곳 계단에도 전동 킥보드, 자전거 등이 한 데 엉켜 통행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한 층에는 개인 물품이 가득한 상자까지 나와 있었으며 벽돌과 낡은 의자 등이 복도를 점령하고 있었다.
주민 강인수씨(가명·49)는 “공용공간인데 내 집처럼 물품을 늘어놓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평소에도 걸리적 거리는 장애물인데 불이라도 나면 주민들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더욱 빠르게 대피할 수 없어 위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내 크고 작은 아파트 화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여전히 복도와 계단 등 피난로에 적치물이 가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발생 시 원활한 소방활동과 대피를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아파트 화재 발생 건수는 2018년 779건, 2019년 731건, 2020년 790건, 2021년 699건, 2022년 727건이다. 이로 인해 19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38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소방시설법상 아파트 화재 발생 시 복도·계단 등이 모두 피난시설에 해당되기 때문에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는 금지된다. 적치물이 피난로를 막아 소방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에도 일부 시민은 이를 어기고 있다. 더욱이 통로에 자전거를 질서 있게 일렬로 세워두거나 즉시 이동 가능한 단순 일상용품, 복도 끝에 피난 및 소방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물건을 보관하는 경우 등에 한해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는 예외규정까지 있어 무분별한 적치물을 원천 차단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쉽게 옮길 수 있는 적치물이라고 해서 과태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법을 어기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처벌 강화로 안전의식을 높여야 한다”며 “또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관계당국이 적치물의 위험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소방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관련 규정을 안내하고 홍보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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