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멀리 내버린다는데 韓 마시겠다니, 참으로 괴이한 이야기"

2023. 8. 19. 19: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함께 사는 길] 일본 방사능 오염수를 권하는 '과학' 혹은 '괴담'

[함께 사는 길 ]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7월 4일 '후쿠시마 원전 ALPS 처리수의 안전 검토에 관한 종합 보고서'(이하 IAEA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은 문제없다는 것. 3일 뒤, 윤석열 정부는 IAEA 보고서의 내용을 존중한다며 '오염수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안전하고 국제법·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분되어야 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해온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IAEA 최종보고서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제시한 자료에 근거해, 오염수 해양투기만을 전제로 한 편협한 검증이었으며 일본 정부의 요청대로 오염수 해양투기에 면죄부만 줬다고 비판하며 IAEA 최종보고서를 폐기하고 일본 정부를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 역시 IAEA 최종보고서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하고 있다.

▲ IAEA 최종보고서 발표 후 7월 12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국제 안전 기준과 일치한다?

IAEA 최종보고서는 일본이 취한 ALPS 처리수 배출에 대한 접근 방식과 활동이 관련 국제 안전 기준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 역시 자체적으로 진행한 일본의 오염수 처리계획에 대한 과학·기술적 검토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IAEA 최종보고서가 국제안전기준을 적용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캐나다원자력공사 등 원전 현장에서 30년간 활동하기도 했던 이 대표는 "농도기준으로 배출하는 그 기준이 과연 합리적이냐. 이것은 분명히 국제안전기준이 아니다"라며 "환경영향평가 국제안전기준이라고 하지만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시설 보완 및 특종 물질의 방어 규칙'에서 NRA(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정한 농도기준이다. 더군다나 이 농도기준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인 원전에 적용하는 기준이다. 중대 사고가 일어난 지역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과연 어느 나라가 동의를 할 것인가. 이걸 광대하게 중대 사고가 일어난 지역에 적용하는 것에 있어서 누가 받아들이겠느냐"고 지적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IAEA 최종보고서가 국제 안전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1993년 일본은 러시아가 동해상에 핵폐기물을 투기한 것을 반대했다. 하지만 IAEA 보고서는 앞으로는 아무 데나 갖다 버려도 된다, 농도기준으로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도명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역시 "일본의 방사능 해양 방류는 런던협약을 위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IAEA는 바다에 투기하는 것이 모두가 투기를 가장 좋고 가장 저렴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공유지의 저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ALPS는 검증했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ALPS를 통해 방사능 오염수 내 핵종을 제거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의 해양 방류 발표 직후부터 ALPS 성능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도쿄전력은, ALPS 운영 초기에 고장으로 인해 스트론튬이 제거되지 않고 저장된 사례는 있지만, 기준 초과 문제의 대부분은 성능이 떨어진 흡착재를 자주 교체하지 않아 발생했고, 2019년 이후에는 이러한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 중"(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 2023. 6. 15.)이라며 도쿄전력 측의 주장을 대변하며 ALPS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해왔다.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ALPS가 흡착 방식을 이용한다는데 모든 물질을 한 번에 흡착하는 건 없다. 후쿠시마 핵 폐수에 몇 종이 있는지 모른다. 적어도 수백 가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그중에 불과 7가지 정도를 흡착한다고 되어 있다. 그조차도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해 실제로 처리했다는 처리수에서도 70% 이상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왜 제대로 작동을 안 했느냐는 알 수 없다. ALPS의 과학적 성능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IAEA는 ALPS의 성능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했을까. 이정윤 대표는 "IAEA 최종보고서에는 ALPS 성능에 대한 공학적인 데이터의 신뢰성을 보일 수 있는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고 평가했다. "앞서 4차 보고서에는 ALPS 설비의 설계 개선, 피폭 관리, 측정 이행과 관련해서 도쿄전력의 자체 규제 활동을 분명하게 관찰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최종보고서에는 이 문장도 삭제되었다"며 "IAEA가 ALPS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도 도쿄전력이 차단했기 때문에 자체 규제 확인으로 평가를 해준 것 아니냐, 거기에서 어떤 합의점이 된 거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해양 방류는 정당하다?

백도명 교수는 "IAEA 검토가 일본이 선택한 ALPS 처리수 해양 방류 방법이 국제안전표준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증발이나 콘크리트 같은 다른 잠재적인 방법의 실행 가능성을 평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방사능 오염수 처리에 있어 해양 방류가 최선이었느냐에 대해 평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AEA 최종보고서에 적시된 GSG-8 공공과 환경의 방사선 방호- 정당화 및 최적화 평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백 교수는 "계획된 피폭 상황에서 정당화는 행위가 전반적으로 유익한지, 즉 행위를 도입하거나 지속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에 기대되는 이익을 결정하는 과정으로 행위로 인한 피해(방사선 피해 포함)를 능가하는 혜택은 개인과 사회 전체에 적용되며 환경에 대한 혜택도 포함된다"며 "현재 IAEA 안전 검토 범위에는 정당화 절차의 세부 사항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무영 교수 역시 "IAEA가 정당성 기준을 무시하면서 공공성을 위반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정윤 대표는 "공공과 환경의 방사선 방호-정당화 및 최적화 항목은 과제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평가하는 항목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 그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가 최종보고서에 갑자기 들어갔다. 논리도 희박하고 내용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다로 배출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오염수 탱크로 인해 해체 폐기물을 쌓아놓을 곳이 없으니 탱크를 제거해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가 없다. 방사선이 너무 높아 해체를 못하는 것이지 공간이 없어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이정윤 대표는 배출한 방사능이 환경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해선 사고 전과 후 배출된 방사능 총량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지만 IAEA 최종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평가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백도명 교수는 IAEA 최종보고서가 환경의 실제 상황을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 어류를 모니터링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도쿄전력의 보고를 최종보고서는 그대로 담았다. 또한 물고기의 방사능 물질 농축은 생태학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너무 단순하게 계산했다. 물속에 얼마만큼의 농도가 있으면 고기 속에 얼마만큼 농도가 될 것이라고 계산했는데 그 사이 먹이사슬 등이 생략돼 있다. 오염수를 방류하는 첫 번째 해에 평형에 도달하고 30년 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한 것도 심각한 가정이다. 1만80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우럭(지난 5월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내부에서 잡힌 우럭)은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IAEA의 환경영향평가가 시운전에 국한되어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IAEA와 UN 환경 프로그램이 공동으로 후원하는 시설 및 활동 일반 안전 지침에 대한 예상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어떤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평가할 때는 부지 선정 및 부지평가 - 설계 - 건설- 시운전 - 가동 - 폐기 등 전체를 다 평가해야 함에도 IAEA 최종보고서는 시운전에 대한 평가만 했다는 것이다. "원전 인근 바닷물을 끌어와 (오염수에) 희석한 후 1km 떨어진 바다에 배출한다고 하는데 발전소 부근에 있는 바다 혹은 해저는 깨끗한가. 상당히 오염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양방류를 위한) 터널 공사나 수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해저 토양에 가라앉아 있던 방사성 물질이 떠올라 바닷물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높아졌을 가능성도 크다. 결국 기존 위험을 안고 있는 물과 여러가지 상황들을 끌어들여서 1km 밖으로 내보낸다는 것은 오염의 문제를 이동시키고 확산시킨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IAEA는 이에 대한 평가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학적 결론이니 무조건 믿어라?

윤석열 정부와 여당 그리고 원자력학회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들은 IAEA가 과학적으로 안전을 검증했으니 더 이상 반대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최무영 교수는 "과학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성은 어디서 올까. 과학은 조직적 회의(의심)을 위한 비판적 사고에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량성을 지닌 지식의 실증적 검토와 이를 통한 재현성이 과학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다. 또한 과학의 덕목으로 보편성, 공평, 공공성 등이 과학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하는데 과학적 판단에서 비인식적 가치가 개입하면 바로 왜곡될 수 있다"며 "이러한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교차 검증, 곧 독립적이고 반복적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후쿠시마 핵폐수에 대해 알려진 일본과 IAEA의 자세는 이러한 기준에서 크게 부족해 보인다. 시료 채취와 검사 핵종, 대표성과 모형에 관한 가정, 생명 영향 평가 등에서 검증의 보편성과 공평성을 찾기 어렵다. 신뢰성 근거가 상당히 미흡하고 특히 교차 검증을 하지 않는 상황이니 과학적 검증이라 볼 수 없으며 과학적으로 타당한 결과를 얻었다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히려 "위험과 연관관계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판단을 유보하고 잠재적 위험성으로서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를 위험성 없음으로 오인한다면 매우 비과학적인 태도"라며 "대부분의 과학은 상식과 어긋나지 않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면밀한 검토를 통해 상식으로 만들어가게 된다. 모든 잠재적 위험성을 최소한으로 낮춰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과학의 명확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검증은 했지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IAEA

IAEA 최종보고서에 명시된 문구도 최종보고서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IAEA는 최종보고서 첫 장에 "IAEA와 그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명시했다. '면책조항'이라는 반발이 일자 정부는 "통상 국제기구에서 일반적으로 그런 검토 내용을 할 때 쓰는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IAEA의 책임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정윤 대표는 "일본과 IAEA가 어떤 계약을 했는지 우리는 모른다. 그동안 언론에 나온 내용을 보면 기술지원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문재인 정부 때 해양 방류를 우려하면서 더 강하게 주장할 수 없었던 이유는 IAEA가 검증을 하겠다고 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IAEA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강하게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과학과 괴담 그리고 상식

"IAEA는 일본의 계획 이행을 감시하고 검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IAEA 전문가들은 방류가 안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IAEA 전문가들의 확인은 처리수 방류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일본과 그 밖의 지역, 특히 일본과 이웃한 나라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2년 전 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 대한 기술지원 범위에 합의했다며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2021. 7. 8. IAEA to Review and Monitor the Safety of Water Release at Fukushima Daiichi) 의 일부다. 이 말을 한 이는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다. IAEA 최종보고서는 정말 객관적으로 검증된 것일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편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지난 12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1만 명의 시민들과 함께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전국행동을 열고 사실상 오염수 해양방류를 용인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는 동시에 일본 정부에게 해양투기 말고 육상에 장기 보관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16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소송 대리인단을 구성하고 국가의 실효적 조치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기 위해 정부로서는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고 잠정조치 등 국제분쟁조정으로 나아가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정부의 부작위, 한국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의 위헌성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에도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를 우려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괴담이자 가짜뉴스로 낙인 찍고 이를 유포할 경우 사법 조치 검토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한다. 여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선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것이 오염수를 마시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일본에서는 식수는커녕 농업이나 공업용수로 쓰지도 않고 멀리 내버린다는데 한국에서는 마시겠다니, 참으로 괴이한 이야기, 곧 괴담이 아닐 수 없다."

방사능 오염수를 권하는 이들에게 괴담자로 몰린 최무영 교수가 그들에게 날리는 일침이다. 지금 누가 바다와 국민을 위협하고 있는가. 정녕 괴담을 유포하는 자는 누구인가.

[함께 사는 길 ]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