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이제 끝물이라는데...그러면 한국 게임 망하나요? [더테크웨이브]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8. 19. 18: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갈림길에 선 한국 게임업계
위기와 기회 요인 분석

주요 게임사들이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킬러 지식재산권(IP) 유무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오랜 시간 한국 게임 전성기를 이끌어온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국내 톱3 게임사 ‘3N’ 체제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게임사들의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넥슨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부진과 기존 IP 영향력이 줄어든 여파로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넷마블은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일각에서는 한국 게임업계 위기론을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사실 이 같은 ‘K게임 위기론’은 메이저 게임사들 실적이 꺾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던 얘기라 새롭지 않을 수 있어요. 한국 게임업계는 중·장기적 경쟁력 관점에서 △특정 장르에 매몰된 게임 지식재산권(IP)과 수익(과금)모델 △모바일 일변도의 플랫폼 △한국·중국 등 일부 지역에만 집중된 사업 구조 등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돼 왔죠.

넥슨의 콘솔 IP 데이브 더 다이버 이미지. <넥슨>
이를 타개하기 위해 게임사들은 콘솔 등 플랫폼 다변화, 서구권 등 해외시장 공략,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신사업 개발 등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써왔습니다. 무엇보다 캐시카우가 되어줄 신규IP의 흥행 여부가 실적 턴어라운드의 핵심입니다. 3N 체제의 균열은 정말 한국 게임업계에 큰 위기일까요.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서는 한국 게임사들의 위기와 기회 요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희비 엇갈린 게임사 2분기 성적표
넥슨은 2분기 영업이익(이하 연결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2640억원(환율 100엔당 956.0원 적용 기준)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간 매출은 90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4% 늘었죠. 반면 엔씨소프트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3% 급감했어요. 매출(4402억원)도 1년 전보다 30% 줄어들었죠.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랜 시간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던 ‘리니지IP’의 제품수명주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주요 게임사 2분기 실적 <매일경제DB>
넷마블도 2분기 37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6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3N에 이어 메이저 게임사 ‘2K’로 불리는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67.3%, 20.7% 감소했습니다.

주요 게임사 중 넥슨은 유일하게 실적이 상승세를 그렸어요. 넥슨만 보면 K게임 위기론이 무색할 지경이죠. 비결은 IP에 있었습니다. 넥슨은 “올해 2분기 ‘피파온라인4’ ‘피파 모바일’ 등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정통 축구 게임부터 서브컬처 장르의 본고장인 일본과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아카이브’, 그리고 ‘프라시아 전기’ ‘HIT2’ 등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전망치에 부합하는 매출을 거뒀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회사가 성공하려면 업의 본질인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고 넥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면서 “다른 게임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고 작년부터 신작 개발에 상당한 내부 리소스를 투입해온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수년 묵은 한국 게임 위기론
국내 게임기업의 대다수는 2010년대 초중반부터 PC온라인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겨왔습니다. 이 시장에서는 중국이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큰 손’ 입니다. 다만 한국 게임의 ‘고인물’ 지식재산권(IP)로는 더이상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새로움과 신선함을 신선함을 주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중국 게임사들은 개발자 인건비가 훨씬 저렴해 게임 개발에 유리했고, 기술적으로 이미 한국 게임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IP경쟁력 측면에서는 중국이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죠. 중국의 대표 게임사인 텐센트, 넷이즈 등은 이미 시가총액은 물론 히트작 숫자와 시장 점유율에서도 글로벌 ‘1티어’ 게임사로 도약한지 오래고요. 현재 업계에선 우리나라가 절대적인 게임 개발력 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는 MMORPG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게임업계의 현 상황을 놓고 ‘위기의 터널에서 빠져나가는 단계’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위기론이 대두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준비한 대비책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오랜 시간 준비했던 신규IP가 속속 출시되고 있고, 기존에 공략하기 어려웠던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령 한국 게임들은 과거 ‘K게임 무덤’으로 꼽힌 일본 시장에서 현지 감성을 저격한 콘텐츠와 마케팅으로 일부 게임이 매출 상단에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게임사 돌파구1-콘솔 게임과 서구권 공략
한국 게임사들이 모바일 일변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준비해온 것은 서구권 시장 공략과 이를 위한 콘솔게임 출시입니다. 콘솔게임은 전 세계 게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지만 한국 게임사들의 영향력은 사실상 없다시피 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죠.

특히 게임 산업의 본산으로 불리는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 공략을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시장입니다. 실제로 북미와 유럽에선 콘솔이 대세입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PwC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와 유럽의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각각 184억달러, 250억달러로 추산됐어요. 양대 시장은 523억 달러(약 66조 5779억) 규모의 전 세계 콘솔 시장 중 82.9%를 차지했고요.

주요 게임사 콘솔 출시 계획 <매일경제DB>
우선 하반기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콘솔 게임의 흥행이 관건입니다. 넥슨 ‘데이브 더 다이브(데이브)’를 비롯해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공들여 개발해온 신작 게임들이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줄줄이 콘솔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6월 말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된 데이브는 출시 1일 만에 스팀 내 유가게임 기준 글로벌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렸어요. 7월 8일 기준 누적 판매량 100만 장(얼리 액세스 판매 포함)을 돌파하며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죠. 스팀 리뷰 평가에선 4만 7000여개의 긍정 리뷰로 스팀 최고 등급인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어 장기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요.

네오위즈의 최대 기대작 ‘P의 거짓’도 콘솔에서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PS)과 엑스박스 등 콘솔 플랫폼을 통해 오는 9월 출시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독일 ‘게임스컴’에서 한국 게임사 최초로 3관왕에 오를만큼 게임성을 인정받았죠. 엔씨소프트가 핵심 IP로 기대중인 ‘쓰론 앤 리버티(TL)’도 하반기 PC·콘솔버전으로 출시될 전망입니다. 이를 위해 엔씨는 아마존게임즈와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죠. 국내에선 엔씨가 게임 서비스를 하지만 국내 게임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북미, 유럽 등 서구권은 잔뼈가 굵은 아마존과 손잡고 시장 공략을 노리는 전략입니다.

게임사 돌파구2-장르 다변화와 서브컬처
‘장르 다변화’도 한국 게임사들 앞에 놓인 과제입니다. 한국 게임사들은 ‘서브컬처’ 장르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모바일 게임 시장인 동아시아 (중국·한국·일본)에서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서브컬처 게임은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소녀 캐릭터를 내세워 세계관을 만든 게임을 의미해요. 과거엔 특정 마니아층만을 타깃으로 했지만 최근엔 주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팬덤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케팅에 용이하고 다른 모바일 게임에 피해 이용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아 대규모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고요. 또 굿즈, 피규어, TV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IP확장이 가능하죠.

서브컬처 게임 특징 <매일경제DB>
특히 최근 빗장이 풀린 중국 시장에서는 서브컬쳐 장르가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여전히 비중이 높은 MMORPG 게임은 시장 비중이 3% 수준에 불과하죠. 중국은 국내와 달리 장르가 매우 다변화된 시장입니다. 특히 가장 큰 인기 장르인 수집형 RPG의 60%이상이 서브컬쳐 게임에 해당할 정도죠. 중국 대표 게임사 호요버스의 서브컬처 게임 ‘원신’은 2020년 9월 출시 이후 7조원이 넘는 글로벌 누적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임사 돌파구3-다시 열린 중국 시장
게임업계에서는 지난 3일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의 흥행 가능성에 관심이 모입니다. 이 게임은 중국에서 사전 예약자 수만 425만명에 달하는 등 기대를 모았습니다. 중국 출시 이후 시장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죠. 기대가 컸던 만큼 성과가 충분치 않았다는 얘기도 있어요. 반면 게임업계와 증권가 일각에서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블루 아카이브가 일본과 글로벌 지역 모두에서 출시 초기보다 출시 1년 후, 2년 후 성과가 더 높은 ‘슬로우 스타터’ 게임이라는 것이죠. 또 플랫폼 게임 평점이 중국 내 최상위권 서브컬처 게임들에 비해 높아 매출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에서는 블루 아카이브의 연간 목표 일매출을 여전히 1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사업과 관련해서는 결국 중국시장에서 통할 게임을 만들 수 있는가가 핵심 과제로 보입니다. 50조원에 달하는 중국 유저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이들의 바뀐 취향을 공략하는 것이 급선무죠. 게임사들이 준비한 신규IP가 중국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갈림길에 선 한국 게임업계
한국 게임회사들은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수년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K게임은 중국 대신 서구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고요. 실제로 한국 게임사들의 콘솔 진출은 중국 게임 시장이 현지 판호 인가 문제로 정체되면서 속도가 붙었습니다.

국내 한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한한령으로 중국이 막힌 사이 게임사들이 생존전략으로 북미·유럽으로 투자 시장을 눈을 돌리고 콘솔 등 서구향에 맞는 게임을 개발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 시장도 열리면서 (한국 게임사들이)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구도가 짜여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하기 위한 한국 게임사들의 진짜 승부가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랜 시간 고착화됐던 한국 게임업계 ‘3N 2K’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 한국 게임의 미래,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