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커서 교사 되겠단 말에 가슴 철렁”…국회 앞에 모인 교사들 5주연속 추모집회

김나연 기자 2023. 8. 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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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죄송하다···법적 장치 만들어야”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과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에서 초등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교권 추락’의 본질적 해결을 요구하는 교사들이 5주째 거리로 나왔다.

전국 교사들은 19일 오후 서울 영등로구 국회의사당역 앞 대로에서 지난달 18일 숨진 서초구 교사 A씨 관련 진상규명 및 아동학대관련법 즉각 개정을 국회에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진행된 이전 집회들과 달리 이번 집회는 국회 앞에서 진행해 아동학대 관련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3만여 명이 모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개정”이라는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교사의 억울한 죽음 진상을 규명하라” “악성민원인 처벌 법안 즉각 마련하라”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A씨의 유족은 집회에 참여한 교사를 통해 “동료선생님이 아이들과 학부모의 문제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거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동생이 마음 찢어지게 괴로워 했다는 것을 동생이 남긴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집회에는 조희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겸 서울시교육감도 발언대에 올라 애도를 표했다. 조 교육감은 “정당한 훈육이 아동학대로 도전받고 있는 현실, 교육전문가로서의 교사 권리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인권마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절규에 죄송한 마음을 가졌다”며 “선생님들을 아동학대로, 교권침해로 옥죄고 있는 법정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동학대 침해에 대한 법적 보장 장치를 만들고, 교권이 짓밟히지 않도록 교원지위법을 포함해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도 집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전북의 한 학생은 “언젠가는 제가 꿈꾸는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모두 웃을 수 있는 교육현장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18년차 초등교사는 “딸이 ‘커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할 때면 가슴이 철렁한다”며 “교사에게는 가르칠 권리를, 학생들에게는 배우고 성장할 권리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 교장 803명도 공동성명서를 내고 “문제행동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사 혼자 품고 감당하게 하거나 악성 민원을 홀로 맞닥뜨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민원이나 중대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장 중심의 민원대응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 “교사의 교육활동이 위축되지 않고, 학생들이 안전한 교육 환경에서 함께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제반 관련 법률을 제·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A씨의 49재인 다음달 4일까지 집회를 이어가며 교육당국에 진상 규명과 실효성 있는 교권보호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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