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대한민국 R&D 투자 절반은 삼성전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3. 8. 19. 1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한민국 R&D 투자 절반은 삼성전자가 담당하고 있다는 기사가 거의 대부분 언론에 실렸다. 그러나 이는 오보다.

▲ '삼성전자 R&D' 관련 기사 갈무리

사실 “한국 R&D 투자 절반은 삼성전자”라는 기사는 제목만 봐도 오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알아채야 한다. 한국은 R&D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조차 한국이 R&D 투자를 많이 한다며 미래에 살고 있는 나라라고 말했을 때가 2012년도다. 당시 한국은 R&D 투자에 GDP 대비 3.9%를 지출했다. 그런데 2022년 대한민국 R&D 지출액은 GDP 대비 무려 5%에 육박한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독보적인 규모다. GDP가 약 2천조 원이니 R&D 지출액은 약 100조 원에 달한다. 아무리 삼성전자가 R&D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해도 대한민국 R&D 지출의 절반을 삼성전자가 차지한다는 기사는 잘못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통해 22년 삼성전자 연구개발비는 누구나 확인 가능하다. 삼성전자 R&D 지출액은 25조 원이다. 즉, 삼성전자 R&D 지출액은 대한민국 R&D 지출액의 50%가 아니라 25%가 맞는다. 절반으로 깎인다.

▲ R&D에 대한 국내 총지출. 그래프=OECD 홈페이지
▲ R&D에 대한 국내 총지출. 그래프=OECD 홈페이지

그런데 왜 대부분의 언론이 왜 이런 오보를 냈을까? 기사 출처를 보니 전경련의 “글로벌 R&D 투자 상위 2500 기업 분석” 결과 보고서다. 여기에 한국 기업은 53개가 포함되었다. 즉, R&D 투자 상위 53개 중에서 삼성전자 R&D 투자액이 약 50%라는 의미다. 이런 분석결과를 '한국 R&D 투자의 절반은 삼성전자'라고 제목을 달고 기사를 쓰면 오해를 피할 수 없다. 마치 대한민국 전체 R&D 투자액의 절반을 삼성전자가 담당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R&D 투자액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수준에 달한다. 특히, 한국 정부의 R&D 투자액은 전체 R&D 100조 원 중, 약 4분의 1인 25조 원에 달한다. 재정지출액뿐만 아니라 조세감면액도 많다. 대만의 연구개발 세액공제율은 올해들어서 겨우 25%로 늘어났다. 반면, 한국은 2021년도에 공제율을 30%로 이미 늘렸다. 순증분은 최대 40% 공제까지 가능하다. 이말은 삼성전자가 10조 원의 R&D를 투자하면 이중 3조 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준다는 의미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개발에 국민의 지분이 30%가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은 TSMC를 지원하고, 한국은 발목을 잡는다고 표현하는 일부언론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

대한민국 정부의 복지지출 비율은 OECD 국가 중 사실상 최하위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반면, 경제관련 지출 규모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대한민국 정부 복지지출 규모는 GDP 대비 약 12%다. OECD 평균은 20%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 경제관련 지출규모(economic affairs) 는 GDP 대비 약 14%다. 일본은 9.5%, 미국은 8.9%, 독일은 7.6%다. 제한된 국가지출을 R&D 등 경제관련 지출에 몰아 주어서 복지 지출 규모가 적다는 사실은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이렇게 R&D 등 경제관련 지출이 많은 나라에서 삼성전자의 R&D투자액이 50%를 차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월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문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런 비슷한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매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4%를 넘어간다는 기사가 있다. 이런 기사를 보면 마치 삼성전자의 매출 때문에 대한민국 GDP의 14%가 늘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삼성전자 매출액과 대한민국 GDP와 바로 비교할 수 없다. GDP는 대한민국의 전체 부가가치의 합이기에 삼성전자의 부가가치와 한국의 GDP의 비중을 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 대비 대한민국 GDP 비중이란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다. 삼성전자의 부가가치는 매출액 대비 약 3분의 1 정도다. 결국, 삼성전자의 부가가치는 대한민국 전체 부가가치(GDP)의 비중은 그만큼 낮아진다.

[관련기사 : 삼성전자 매출 GDP 비중 14%라는 기사? 잘못된 표현]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경제에 차지하는 규모는 실제로도 대단히 크다. 그런데 언론에서 보여지는 삼성전자의 비중은 실제보다 훨씬 과장되어 있다. 나는 이런 과장이 어떤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단순한 착오에 따른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기초 개념과 경제적 상식에 더 신경쓰기를 제안한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