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돌아온 '유커'… 부산 관광업계 일손 확보 분주

조아서 기자 2023. 8. 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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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가이드 부족 호소…"코로나19 기간 베테랑 유출"
"체질 개선 필수…변화한 관광 트렌드 반영돼야"
서울 중구 명동거리 환전소 앞에 중국 위원화 현수막이 놓여 있다. 중국이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6년여 만에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하면서 관광·여행·호텔·면세·항공 등 관련 업계의 ‘중국 특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023.8.1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중국 정부가 그동안 금지했던 한국행 단체여행을 허용함에 따라 부산 관광업계도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관광 업계가 크게 위축됐던 만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만족시킬 만한 인프라 구축, 인력 보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지난 10일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한국행 단체관광이 6년 5개월 만에 풀린 것이다.

구매력이 큰 유커(중국인 단체여행객)이 한국에 대거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산 관광업계도 발 빠르게 대비하는 모습이다.

부산 관광레저 기업 '요트탈래'는 이달 중국어 사이트 개설을 기획하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편의와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결제 시스템 설치는 물론, 중국어 버전의 안내 방송과 안내문까지 제작하며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중구 중앙동 광복로 패션거리에 위치한 한 SPA브랜드는 최근 관광객을 위한 무료 짐 보관 서비스(Luggage Storage Free Service)를 개시했다.

강산 부지점장은 "명동점 다음으로 부산 남포동 지점에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아 지난주 매장을 리뉴얼해 재오픈 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오는 9~10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유입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의료관광 통역 지원 서비스 인력풀 중 중국어 코디네이터를 기존 35명에서 45명으로 28.6% 확대했다. 지난해 기준 부산의 의료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은 11.8%로 1위 러시아, 2위 미국, 3위 필리핀 다음인 4위를 기록했지만 코디네이터 (지원)인력은 중국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의료관광객 1~2위를 차지하던 중국에서 단체관광을 재개한다는 소식에 청도, 상해 등 해외 거점 에이전시를 통한 네트워킹과 홍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중구 중앙동 광복로 패션거리 한 SPA브랜드에서 이달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무료 짐 보관 서비스를 개시했다.2023.8.19/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면세점 업계도 구매력이 좋은 '큰손'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을 대비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부산의 한 면세점은 이달 데스크 안내 사원으로 중국어 가능자를 모집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의 경우 올해 1월 매출 중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서 단체관광 금지령이 풀리기 전인 지난달 58%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업계는 2016년 면세점 매출액의 80%를 책임지던 '유커'의 귀환으로 이번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상대할 수 있는 인력을 최근 보충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기간에도 꾸준히 인력을 유지해와 대규모 직원 채용이 필요하진 않지만 중국인 관광 수요가 늘 것이 예상되면서 관련 인프라를 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관광업계가 경영상 위기로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관련 업계 대부분 인력 보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커를 전담할 관광통역안내사(가이드·관통사) 수급부터 난감한 상황이다. 관광진흥법 제38조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자는 관광통역안내의 자격을 가진 사람을 관광안내에 종사하게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부산시 홍보 캐릭터 '부기'와 2030부산세계박람회 제5호 홍보대사인 '핑크퐁 아기상어'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3.6.1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시에 따르면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한통협)에 소속된 부산지역 관통사는 354명으로, 이중 중국어 관통사는 65명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조선족 또는 화교 출신으로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변수를 겪으며 대부분 직종을 변경했다고 한다.

김희숙 한통협 부산영남지부 회장은 "사드 사태와 코로나19까지 거치면서 협회에 등록된 중국어 관통사 중 실제로 활동 중인 가이드는 10명 남짓"이라며 "더욱이 코로나19 기간 자격증을 취득해 현장 경험이 전무한 가이드들이 대부분이라 갑자기 풀린 중국인 단체 관광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단순히 언어에만 능통한 사람이 전문 가이드가 되는 게 아니다"며 "관광 가이드 양성과 교육 등 재정비 없이 중국 관광객이 대거 유입된다면 부산 관광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고, 재방문율에도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변화한 관광 스타일 반영과 단체 관광 인프라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중국 내 경기 침체, 애국소비 현상(궈차오) 등으로 기대한 만큼 특수 크지 않을 수 있어, 저가 관광지 위주로 돌아다닌 후 면세 쇼핑을 하는 '덤핑 관광'에 대한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강해상 동서대 이벤트컨벤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이 관광업계를 떠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수용 능력(capability)이 많이 낮아진 상태"라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서울과 제주에 몰리는 건 교통 등 부산의 관광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금영 부산관광마이스진흥회 사무국장은 "단체 관광 대부분 버스를 대절해 다니기 때문 교통, 숙소, 식당 등 인프라에 영향을 크게 받는데 부산은 30~40명, 많게는 100여명을 수용할 만한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라 기대감 대비 만족도가 낮은 관광지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쇼핑 위주의 덤핑관광의 경우 만족도와 재방문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부산만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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