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하려다 쇄신 당하기 일쑤…성공하는 혁신위가 갖춘 두 가지는 [정치에 속지 않기]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혁신위원회가 활동을 마무리했다. 민주당은 전신인 열린우리당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10개 넘게 이상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선거 패배 뒤나 당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혁신위가 나왔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위원장의 ‘당혁신위원회’(2005), 통합민주당 김원기 위원장의 ‘통합과혁신위원회’(2009), 새정치민주연합 원해영 위원장의 ‘정치혁신실천위원회’(2014) 등이다.
지난 6월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코인 투자 논란’ 등 연이은 도덕성 논란이 벌어지자, 쇄신을 위해 출범했다. 첫 혁신안으로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및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제시했다. 혁신안은 의원총회에서 채택됐으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이 붙었다. ‘반쪽짜리’란 평가가 나왔다. 또 ‘꼼수 탈당 방지’도 발표했지만 당 지도부가 부동산 논란 속에 제명된 김홍걸 의원을 복당시키면서 의미를 잃었다.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과 개인사 문제로 인해 잡음이 이어지자 혁신위가 조기 종료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은경 혁신위는 지난 10일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 투표를 아예 없애는 내용 등을 담은 3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종료했다. 친명(친이재명)을 위한 혁신이냐는 반발이 뒤따랐다.
국민의힘도 전신인 한나라당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혁신위원회가 꾸려졌었다. 역대 혁신위로는 한나라당 홍준표 위원장의 ’혁신추진위원회‘(2005), 새누리당 김문수 위원장의 ’보수혁신위원회‘(2014) 등이 있다. 가장 최근으로는 작년 6월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혁신위가 구성됐다.
최재형 혁신위는 대선 승리와 지방선거 압승 후 혁신위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과거 혁신위와는 달랐다. 하지만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혁신위를 만든 것에 대해 당내 인사들이 비판했고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시각과 함께 다툼이 거셌다. 출범 직후에도 이 대표의 징계 문제가 겹치며 혁신위는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다.
그동안 등장했던 양당의 혁신위는 혁신안 추진에 있어 내부 반발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 추미애 대표 시절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혁신을 내세워 정당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발위는 ▲현역 의원 공천 시 경선 의무화 ▲당원자치회 도입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 원인 제공 시 무공천 및 선거비용 보전 등 혁신안을 발표했다. 특히 현역 의원에 대해 단수 공천하던 기존 관행을 벗어나 경선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혁신안은 당헌·당규 개정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새누리당 김문수 위원장의 ’보수혁신위원회‘가 있었다. 김문수 혁신위는 ▲정치인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 동결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적용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개선 등의 혁신안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성 없다는 지적 속에 대부분 안이 반영되지 못한 채 혁신위가 종료했다.
문 대표는 2015년 9월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안이 끝까지 통과되지 않는다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승부수를 던지며 혁신위를 밀어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1차례 발표한 혁신안을 2번의 중앙위원회를 거쳐 당헌·당규에 반영했다. 이를 통해 ▲당 사무총장제 폐지 ▲현역 의원 중 하위 20% 공천 배제 ▲경선 시 결선투표제 도입 ▲정치 신인, 여성, 장애인, 청년에 가산점 부여 등 제도가 마련됐다. 혁신위 해체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새정치민주연합은 2016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에서 가장 성과를 낸 혁신위는 2005년 한나라당 홍준표 위원장의 ’혁신추진위원회‘다. 당시 홍 위원장은 ▲당권과 대권 분리 ▲대선 및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룰 도입 ▲책임당원제 ▲중앙당에 집중돼 있던 공천위원을 시·도당에 별도 설치 등 혁신안을 내놓았다. 홍준표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에 크게 반발했던 세력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대표와 당 지도부가 홍준표 혁신위의 혁신안을 지지해 주면서 혁신안 대부분이 통과됐고 현재 국민의힘 체제의 골격이 만들어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성과를 낸 혁신위는 위원장이 계파색이 옅거나 객관성을 가진 것으로 통한 인물들이었다. 또 당 대표 등 실권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밀어붙일 힘이 있었다. 반대 목소리와 잡음은 언제나 나왔지만 객관성과 힘을 바탕으로 고비를 넘고 혁신안을 관철시킨 거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김윤하·이민형 인턴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잼버리 끝날 때까지 현장 지켜라” 지시했는데…여가부장관, 간 곳은 - 매일경제
- 아침 눈 떠보니 10분새 400만원 증발…머스크도 전량 처분, 이대로 추락? - 매일경제
- "최저임금 집착하다 져" 野 뒤늦은 반성 - 매일경제
- 정부가 뭘하는지 모르겠다…전세계 돈 빼가는데도 입 꾹 닫은 중국 - 매일경제
- “넉달 전만해도 이정도 아니었는데”…증권가 눈높이 ‘뚝’ 이마트, 무슨일이 - 매일경제
- “너네 나라로 돌아가”…한국계에 대한 인종차별, 흑인과 다른 이유 [한중일 톺아보기] - 매일
- 오늘의 운세 2023년 8월 19일 土(음력 7월 4일)·2023년 8월 20일 日(음력 7월 5일) - 매일경제
- “성폭행 실패, 우울증 앓아” 감형 노리는 너클男...피해자 가족 눈물 - 매일경제
- 대학생 탈북자, 유엔서 北김정은에 인권유린 질타...“죄짓지말고 인간답게 행동하라” - 매일경
- 전반 느낌표, 후반 물음표로 끝난 ‘괴물’ 김민재의 데뷔, 온도 차 컸던 68분 [분데스리가] - MK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