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2023 네마프에서 만난 대안 영상 이야기
지난 10일 ‘제23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이하 네마프)가 ’안전한 신체의 확장‘이라는 주제로 개막해 22일 폐막을 향해 가고 있다. 올해에는 40여 개국에서 온 82여 편의 영상 작품들이 KT&G 상상마당 홍대(이후 상상마당) 시네마와 갤러리에서 소개되고 있다.
태풍과 함께 시작되어 폐막을 향해 가고 있는 네마프에서 만난 대안 영상 두 편에 대해 살짝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 16일에 시상식이 진행되어 홈페이지와 SNS에서 수상작도 확인이 가능한데, 수상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써둔 소개 글이라는 점 밝힌다.
네마프가 소개하는 ‘대안 영상’을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주류 영화계나 영상계에서 자주 접하는 익숙한 작품과는 다른 실험적인 영상’ 정도가 가장 무난한 정의가 될 듯하다. 물론 여기서 ‘다른’과 ‘실험적인’의 의미는 지극히 상대적이라서 모두에게 조금씩 다르게 인식되는 건 당연하지만, 상영작과 전시작을 마주하는 순간 납득이 가능하다. 더불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비록 글로 쓰는 소개지만, 그 새로움이 전달되면 좋겠다.
- ‘체르노빌 22 Chornobyl 22’(감독 올렉시 라딘스키)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여러 작품 중 먼저 개막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체르노빌 22’‘는 2022년 초 러시아의 체르노빌 점령 기간에 몰래 촬영된 영상을 바탕으로 한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목격한 핵 테러 행위와 경험들이 소개된다. 전쟁 범죄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로 촬영된 영상이라 익숙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문법과는 거리가 멀다.
언뜻 보면 발전소 주변 주민의 일상이 담긴 것 같고, 짧은 몰래카메라 영상이 좀 엮인 것 같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그들은 발전소 근무자들이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핵 테러 범죄 고발이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관객 역시 그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21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 동안 일상성과 현장성, 그리고 심각성이 모두 담겼다.
- ’나는 말이다‘ (감독 임채린)
해외 상영 경쟁 부문인 ’글로컬 부문‘에서 본선 진출작 18편 중 1편으로 상영된 ’나는 말이다‘는 채색되지 않은 선으로만 그려진 실험 애니메이션이지만 강렬한 힘과 메시지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말들이 싸우는 혹은 춤추는 격한 모습이 7분 동안 펼쳐지는데, 자세히 보면 반인반호(호랑이), 반인반마(말)이다. 그리고 그 반인은 여성이다.
말 꿈이 태몽인 임채린 감독은 여자아이 태몽으로는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졌던) 말과 여성을 아예 한 몸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림 속 가족의 모습에서 여자아이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이중섭 화가의 그림도 인용한다. 말과 호랑이의 매우 강렬한 싸움 혹은 춤은 쿠킹포일을 활용한 키친 석판화 기법 등으로 표현했다.
임채린 감독은 주로 해외에서 작업을 진행해왔다. <나는 말이다>의 제작국가도 한국, 덴마크이고, 2022년 네마프에서 상영했던 전작 ’아이즈 앤 혼즈‘의 제작국가도 미국, 독일, 한국이다. 지난 8월 11일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임 감독은 국내에서 제작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는 실험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여러 대안 예술 작품의 국내 작업 현실이기도 하다.
네마프 상영작과 전시작은 영화인지 미술인지 혹은 영화 중에서도 극영화인지 다큐멘터리 영화인지 애니메이션인지 깔끔하게 카테고리화하기 어려운, 그래서 대안적이라 할 수 있는 영상들이다. 그래서 처음엔 낯설고 어려울지 몰라도, 경계를 무의미하게 하는 다양한 시도에 매혹되는 건 의외로 쉽다.
전시 경쟁 부문인 ’뉴미디어 부문‘의 본선 진출작은 22일 폐막까지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회화, 조각, 설치 미술, 영화 등으로 단순히 규정할 수 없는 작품들이 세팅되어 있는데, 작품에 따라서는 수십 분 동안 상영되는 영상을 헤드폰을 끼고 앉아, 매우 개인적으로 목격하거나 소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네마프 상영 작품의 오프라인 상영은 끝났지만, 8월 17일부터 19일까지 72시간 동안은 필름업 온라인 상영관을 통해 만날 수 있으니, 온라인으로도 그 매혹적 몰입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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