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당구인사이트] 흥미로운 PBA 팀리그 풀세트 승부, 승점제 신의 한수?
프로배구식 승점제 “1점이라도 따자” 끝까지 긴장
비중 커진 여자 선수, 기량 평준화도 한몫
용현지 “이기고 있어도 7세트 갈까 부담”
지난 16일 2라운드 첫날에도 풀세트 경기가 절반인 2경기였다. 웰컴저축은행이 휴온스를, NH농협카드가 하이원리조트를 각각 세트스코어 4:3으로 이겼다.
프로당구협회(PBA)에 따르면 올 시즌 1라운드에서 풀세트 경기는 전체 36경기 중 11경기로 30.5%다. 올 시즌 팀리그는 9개팀 체제로 확대 운영되는데 지난 시즌 정규리그 전체 풀세트 비율(31.5%.168경기 중 53경기)과 큰 차이가 없다. 현재 흐름이면 지속적으로 접전 양상이 나오면서 풀세트 비율이 늘어나리라는 분석이 있다.
그 중심엔 올 시즌 PBA가 도입한 승점제가 있다. 프로배구 승점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승리 팀 3점, 패배 팀 0점이 주어지나 풀세트 경기 시에는 승리 팀은 2점을 얻고, 패배 팀에도 1점이 주어진다.
승점제로 바뀌면서 선수에게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다양해졌다. 우선 승점 1점이라도 따기 위해 밀리는 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리드하는 팀은 여러 심리적 압박감이 든다.
용현지(하이원리조트)는 “승점제 이후 팀이 리드하고 있을 때 5, 6세트에서 선수들의 부담이 더 커진 것을 느낀다. 상대가 (1점이라도 따내려고) 온 힘을 쏟는데, 괜히 내 실수로 7세트까지 가면 우리 팀이 이겨도 2점 밖에 못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여자 선수 기량이 상향 평준화하는 것도 언급된다. 팀리그는 지난 시즌 기존 여자단식과 혼합복식에 이어 2세트에 여자복식(9점제)을 추가, 여자 선수 역할이 더 커졌다.
그에 맞춰 팀 운영이나 선수 선발 기류도 달라졌다. 여자 선수들은 팀리그 문화가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기량상승 효과도 얻고 있다.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실전 경기를 하면서 경기력이나 시야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엔 개인 투어 무대를 지배하는 김가영, 스롱피아비 등이 팀리그에서도 두각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 또한 풀세트 승부가 늘어난 요인이다.
용현지는 “3시간 넘게 남자 선수들과 경기하고 현장에서 공을 보는 건 흔하지 않다. TV나 휴대폰, 관중석에서 보는 것과 차이가 있다”며 “남자 선수의 공 선택이나, 샷 방식을 보며 많이 배우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미래(하이원리조트)도 “팀리그하면서 여자선수 기량이나 경기 운영 방식 등이 확실히 눈에 띄게 바뀌었다”며 “(선수 선발부터) 갈수록 서로 스타일이 맞는 팀에 선수가 들어온다. 팀리그 생태계에 맞는 팀 운영을 하다보니 승부가 치열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PBA 측도 운영 방식 변화와 더불어 선수 경기력 향상을 풀세트가 늘어난 요인으로 언급했다. 장재홍 사무총장은 “승점제를 비롯해 포스트시즌 진출 방식도 5개 라운드 우승 팀(라운드별 우승 팀이 중복될 경우에는, 정규리그 종합 순위로 차순위팀 진출)으로 바뀌지 않았느냐. 선수 집중력이 높아지는 장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선수 중심으로 경기력 향상을 의미하는 지표 중 하나가 경기 시간이다. 지난 시즌 1라운드 세트당 18분46초였는데 올 시즌 1라운드는 18분이었다. 전년 대비 평균 46초나 감소했다. 팀리그가 갈수록 빠르고 팽팽한 승부를 펼치는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일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 체육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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