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2023. 8. 1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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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스타뉴스 | 김나연 기자]
사진=디즈니플러스
위기의 디즈니+를 구할 히어로가 등장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한 듯한 '무빙'이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로, 제작비가 500억 원 이상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드라마 대본을 썼다. 그는 "시리즈 '무빙'은 웹툰과 같을 것 같지만 다르다. 시리즈를 만들 때는 '달라야 한다'라고 생각했고, 좀 더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걸 다시 쓸 거면 내가 각본을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 한 가지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해보고 싶었고, 웹툰에는 담지 못했던 이야기로 확장하면서 더 큰 세계관을 구축하게 됐다"면서 "저는 평생 만화만 그릴 줄 알았는데 너무 애정하는 작품이다 보니까 끝까지 책임지고 해보자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강풀 작가의 애정은 곧 '무빙'의 완성도로 연결됐다. 10대들의 이야기, 과거 부모들의 이야기,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 등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진 가운데, 극의 전반부는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부모와 그들의 자식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김봉석(이정하 분)은 아빠 김두식(조인성 분)이 가진 비행 능력과, 엄마 이미현(한효주 분)이 가진 초인적인 오감이 모두 물려받은 초능력자다. 어찌 보면, 그가 가진 잠재력 만큼은 작품의 세계관 내에서 최강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조절하는 데 서투르고, 엄마인 이미현은 모래주머니와 생수병이 든 무거운 가방을 건네며 아들의 능력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그런 김봉석에게 불현듯 찾아온 장희수(고윤정 분)는 "이상하지 않아. 조금 다르고 특별할 뿐이야"라고 말한다. 그는 마음만큼이나 붕 떠오르는 몸 때문에 항상 '원주율'을 외울 수밖에 없다.

재능을 꽁꽁 감추던 김봉석이 날기를 결심하는 이유도 장희수 때문이다. 장희수가 위험에 처한 상황에 모래주머니에 묶여버린 김봉석은 각성하고, 훨훨 날아오를 결심을 한다. 이렇듯 초반 에피소드는 하이틴 로맨스의 느낌이 강하다. 김봉석의 첫사랑과 성장통을 큰 줄기로 가져가면서, 오리지널 캐릭터인 프랭크(류승범 분)를 등장시키며 전체적인 흐름에 긴장감을 형성한다. 강렬한 액션과 존재감으로 작품에 궁금증을 더하는 것은 덤이다. 이는 눈빛만으로도 화면을 압도하는 류승범의 힘이기도 하다. 프랭크의 등장으로 풋풋한 로맨스물에 피가 튀기는 모양새지만, 그 흐름이 전혀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무빙 / 사진=디즈니플러스
무빙 / 사진=디즈니플러스
하드코어한 액션부터 핑크빛 로맨스까지, 복합적인 장르를 한 작품에 녹여낸 것이 '무빙'의 가장 큰 장점. 마치 시청자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한 느낌이다. 특히 자식 세대인 김봉석의 성장통에 이어 부모 김두식과 이미현의 과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이는 멜로 드라마에 가깝다. 죽어도 좋다며 떠오른 김두식이 죽을 것 같아서 날아오른 장면은 시청자들의 감정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김두식이 가진 초능력보다, 그가 가진 감정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무빙'이 가진 힘이다.

기본적으로 '무빙'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믿음이 바탕에 깔렸다. 마블의 '어벤져스'가 전 지구와 우주를 지킨다면, '무빙'의 히어로들은 가족, 내 주위의 사람들로 구성된 '작은 우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분단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도 사랑과 가족애, 그리고 인류애를 기본 정서로 한다.

이렇듯 액션, 로맨스, 휴머니즘까지 여러 장르를 총망라한 '무빙'의 시작은 좋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또 움직이며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20부작이라는 방대한 분량에도 '용두용미' 시리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빙'은 첫 주 에피소드 7개 공개 이후, 매주 수요일 2개씩 그리고 마지막 주 3개로 총 20개 에피소드가 공개될 예정이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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