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병 제대→신인왕→태극마크→마무리까지…24세에 꿈 이루다 “두산의 오승환&고우석 될 것” [오!쎈 인터뷰]
[OSEN=잠실, 이후광 기자] “감독님 저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두산 필승조 정철원(24)은 작년 12월 1일 열린 2022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정철원은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두산 이승엽 신임 감독을 향해 “감독님 저 마무리하고 싶습니다”라고 힘차게 외치며 클로저의 꿈을 밝혔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8개월이 흘러 마침내 꿈이 이뤄졌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5일 “홍건희는 삼성전이 끝나고 벤치에서 봤을 때 부담감이 큰 것처럼 보였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실패하는 비율이 조금 높아져서 편한 8회나 7회에 올라가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마무리투수는 정철원이 나간다”라며 마무리투수를 홍건희에서 정철원으로 전격 교체했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정철원은 “지난주부터 마무리를 준비했는데 기사가 15일에 나왔다”라며 “언젠가 두산의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데 빠른 시일 내에 보직을 맡게 돼 기분이 좋다. 중간이나 마무리나 중요한 순간에 나가 선발투수의 승리를 지켜주는 건 똑같다. 내 마음가짐도 똑같으며, 크게 걱정도 안 한다”라고 마무리의 꿈을 이룬 소감을 전했다.
정철원은 왜 마무리 보직에 대한 꿈을 키워왔던 것일까. 마무리 보직에 어떤 매력을 느낀 것일까. 그는 “2군에서 선발로 많은 경기에 나갔고, 고교 때도 선발을 맡았다. 선발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닌데 그래도 마무리가 더 좋다”라며 “마무리는 내게 주어진 10~15분 동안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주인공 같은 느낌도 든다. 15분을 집중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는 부분이 매력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철원은 안산공고를 나와 2018년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 지명을 받은 우완 파이어볼러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입단 초반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현역 포병으로 입대해 병역 의무를 먼저 이행했다.
정철원은 입대를 커리어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지난해 5월 6일 혜성처럼 1군 무대에 등장해 빠른 적응과 함께 셋업맨 한 자리를 꿰찼다. 어떤 상황에서도 150km가 넘는 돌직구를 가운데에 과감히 뿌리며 김태형 전 감독의 신뢰를 얻었고, 이는 데뷔 시즌 최다 홀드(23홀드)라는 대기록으로 이어졌다.
정철원은 이에 힘입어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을 차지했다.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다녀왔다.
이제 데뷔 2년차 신예이지만 마인드만큼은 오승환(삼성), 고우석(LG) 등 KBO리그 대표 클로저 못지않다. 정철원은 “작년에 배영수 코치님께서 ‘타자가 직구를 노려도 네 장점은 직구니까 직구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라며 “최근 황재균(KT) 선배 상대로 바깥쪽 잘 들어간 직구가 홈런이 됐는데 만약 다시 붙더라도 그 공이 또 넘어갈지 궁금해서 똑같이 던져보고 싶다. 내가 잘못 던져서 홈런을 맞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홈런을 맞더라도 후회는 없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변화구를 던질 생각은 없다”라며 “마무리 보직에서도 내 공을 믿고 포수 형들 사인에 따라서 전력으로 정면승부할 생각이다. 홈런을 맞으면 그날 타자 컨디션이 좋았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당찬 포부를 덧붙였다.
정철원의 목표는 오승환, 고우석처럼 오랫 동안 한 구단을 대표하는 클로저가 되는 것이다. 두산의 경우 최근 정재훈, 이용찬, 이현승, 함덕주, 김강률, 홍건희 등이 마무리를 담당했지만 보직의 수명이 길지 않았다.
정철원은 “두산은 그 동안 오래 밀고 나간 마무리가 없었다. 내가 두산에서 LG 고우석, 삼성 오승환 선배처럼 오랫동안 마무리를 하는 게 목표다”라며 “나 같은 경우 FA도 한참 남았고, 수술 이력도 없고, 아픈 곳도 없다. 작년 김태형 감독님, 배영수 코치님에게 배운 자신 있는 투구를 앞세워 내 공을 던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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