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으면 ‘재건축’ 없으면 ‘재개발’ 참 쉽죠?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8. 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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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10]
대한민국 부촌으로 살펴본
재건축과 재개발 차이점

대한민국의 소문난 부자 동네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용산구 한남동에선 요즘 ‘정비사업’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정비사업이란 낡은 주택을 다시 짓거나 열악한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정리하는 사업을 뜻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유형이 바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죠.

흔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같은 거 아니냐’고 합니다. 두 사업 모두 기존 주택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기 때문입니다. 용어를 혼용해서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두 사업은 엄연히 성격과 내용이 다릅니다. 차이점을 함께 살펴볼까요.

기반시설 양호하면 재건축, 불량이면 재개발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을 나누는 핵심은 ‘정비기반시설’입니다. 정비기반시설은 도로나 상하수도, 소방시설 등을 말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전경 [사진 출처=연합뉴스]
재건축은 주변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한데, 아파트가 너무 오래됐으니 부수고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초고층 빌딩과 넓고 깨끗한 도로, 초록빛 공원 사이에 1970년대 지어진 아파트 단지가 여럿 있습니다. 이 ‘반백살’ 아파트들은 현재 재건축을 열심히 추진 중입니다.

반면 재개발은 주변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한데다, 너무 낡아 불량한 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에서 이뤄집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관악구 신림동 일대를 생각해보세요. 오래된 빌라와 단독주택들이 즐비하고 도로가 좁아 차량 이동이 불편한 곳이 많습니다. 해당 지역에선 현재 노후 불량 주택들을 허물고 도로와 공원을 정비한 후에 새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 한창입니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일대 과거 전경 [사진 출처=매경DB]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올리면 이해가 더욱 쉽습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는 소방차 한 두 대가 거뜬히 들어갑니다. 지하주차장이 없어 지상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긴 해도요. 이런 곳은 재건축 사업을 추진합니다. 단독주택 등이라도 주변 기반시설이 양호하면 마찬가지로 재건축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소방차 한 대도 들어가기 힘든 좁은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진 동네라면 통상 재개발 사업이 진행됩니다.
사익 측면 강한 재건축, 공익 측면 있는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밟아야 하는 첫 번째 절차도 사뭇 다릅니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은 ‘안전진단’입니다. 지어진지 30년이 넘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합니다. 아파트가 구조적으로 안전한지, 살기 불편할 정도로 낡았는지를 따져보는 겁니다. 안전진단 결과 D~E등급이 나와야만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A~C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을 할 수 없어요. 무분별한 재건축은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재개발 사업에는 이 같은 안전진단 절차가 없습니다. 그보다 동네가 전반적으로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가령 오래된 불량 건축물이 전체 건축물의 3분의 2 이상인 지역은 재개발 대상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정비기반시설이 현저히 부족해 홍수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구조 활동이 어려운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지역에 속한 토지 등 소유자들은 일정 비율 이상의 의견을 모아 “재개발 계획을 세워달라”고 입안 제안을 할 수 있죠.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의 차이점 [자료 출처=법제처]
조합원 자격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재건축 사업은 아파트 한 호수별로 조합원 자격이 생긴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법제처에 따르면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 소유자 중 조합설립에 찬성한 자’에게 조합원 자격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재개발은 구역 안에 일정 크기 이상의 땅만 갖고 있어도 조합원이 될 수 있습니다.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 또는 그 지상권자가 재개발 조합원 자격을 얻거든요.

아파트를 새로 짓는 재건축 사업보다는 동네 전반을 정비하는 재개발 사업이 공익적 성향을 띕니다. 그래서 재개발 사업에는 주거이전비 등 보상과 관련한 내용이 조금은 포함돼 있습니다. 반면 사익적인 측면이 강한 재건축 사업에는 이런 지원이 없습니다. 오히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라는 것이 있죠. 개발 이익이 많으면 나라에서 세금으로 가져가겠다는 제도입니다.

재건축은 압구정, 재개발은 한남뉴타운 주목
서울 강남구 압구정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 출처=매경DB]
마지막으로 가장 주목받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를 각각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압구정 재건축과 한남뉴타운 재개발이 그 대상입니다.

먼저 서울시가 지난달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압구정동은 미성·현대·한양아파트 등 8500가구 가량이 6개 구역으로 나뉘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해왔어요. 이 중 압구정 2~5구역이 재작년부터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해 재건축 계획안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압구정 일대 재건축 조감도 [사진 제공=서울시]
압구정 6개 구역 가운데 4개 구역이 서울시와 손잡으며 개별 단지 차원을 넘어 하나의 도시를 정비하는 듯한 재건축 계획안이 나왔습니다. 이번 계획대로면 압구정 일대는 향후 한강변 파노라마 경관을 형성하는 50층 안팎의 1만 1800가구 규모 ‘수변 특화 단지’로 변신하게 됩니다. 디자인을 특화하면 랜드마크 1~2개 동은 최고 70층 높이로도 올라갈 길이 열렸어요. 다만 압구정 1·6구역은 아직 재건축 추진이 활발하진 않고 압구정3구역은 설계업체 선정과 관련해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게 변수입니다.

한편 한남뉴타운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보광동·이태원동·동빙고동 일대 111만 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입니다. 구역에서 해제된 한남1구역을 제외한 한남 2~5구역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이 최근 발표한 ‘한남동 심층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곳의 대장구역은 한남3구역입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고 조합원 수도 3800명 이상으로 제일 많습니다.

한남뉴타운 위치도 [자료 출처=NH투자증권]
한남2구역은 한남3구역 다음으로 사업 속도가 빠릅니다. 조합원 수가 1000명 아래로 적어 향후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유리합니다. 한강 조망 입지는 아니지만 이태원역과 가깝게 위치해 있기도 합니다. 한남4구역은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가장 좋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상가조합원 수가 많은 게 사업을 진행할 때 변수가 될 수도 있단 전망이 나옵니다.

한남5구역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데다 용산공원을 인근에 두고 있어 입지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중대형 평형 비율이 높아 고급 단지로 구성 될 계획입니다. NH투자증권 측은 “한남뉴타운은 반포를 마주하고 한강 조망이 가능하며 용산공원이 옆에 위치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입지가 좋지만 규모가 큰 만큼 조합원, 국토부, 서울시, 시공사 등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부동산 이기자는 도시와 부동산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주는 연재 기사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생긴 진입 장벽, 한번 ‘이겨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초보 투자자도 이해할 수 있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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