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3국 안보공조 제도화, 美트럼프 재집권시 동맹 안전장치 포석도
NYT "외교적 돌파구 추동에는 트럼프 요인도…트럼프 재선 대비 동맹 관계 악화 차단"
AFP "韓도 대통령 바뀌면 日 향한 적개심 이용 가능성…미래 지도자가 못 되돌리도록"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18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간 안보공조를 불가역적으로 제도화한다는 공약이 도출된 배경에 내년 미 대선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재임기간 전통적 동맹과 우방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을 고려한 일종의 안전장치라는 주장이다.
이날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의 결과물 중 하나인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은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맞선 정부 대응을 조율하기 위한 3자 협의 약속을 담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것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염두에 두고 구축된 것이지만, 이런 외교적 돌파구가 추동된 데는 도널드 J. 트럼프라는 한 가지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은 어디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행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인도·태평양권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또다시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북한, 러시아에 구애하면서 다년간 지속된 미국의 안보·경제 공약 축소를 위협한 탓에 일본과 한국은 그 4년간 어려움을 겪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와 더 안정적인 소통에 익숙했던 일본과 한국 지도자들을 당황하게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적대감을 터뜨려대는 행위가 (이번 회의의) 배경에 희미하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재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미일 상호방위조약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했다.
또,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미 합동훈련을 갑작스레 취소했고, 퇴임 후 인터뷰에선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국에 주한미군 유지 대가로 수십억 달러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캠프 데이비드에 모인 3국 정상은 "오랫동안 성사되지 않았던 3국 동맹을 공식화하면서 차기 백악관에 누가 들어서든 상관없이 지속될 전략적 구조체를 확고히 만들어내길 희망했다"고 NYT는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후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단합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결의에는 누구도 필적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올해나 내년까지만 아니라 영원히 그렇게 하겠다는 게 우리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선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미국을 믿을 수 있냐는 질문에는 "난 외교정책에서 전임자(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동의하는 부분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로부터 멀어지는 건 우리를 약하게 할 뿐 강하게 하지 않는다. 미국은 우리 동맹국들과 동맹이 있어 강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오래가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AFP 통신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역시 대통령이 바뀌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이용하려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의는 미래 지도자가 되돌리기 어려워지도록 3자 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짚기도 했다.
우드로 윌슨 센터의 고토 시호코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대행은 "여기에는 명백히 정치적 리더십에 관한 위험회피 전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약속대로 실무 단계에서의 협력 체계가 공고히 구축된다면 설사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인물이 당선되더라도 기능적으로는 한미일 정부간의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차기 미 대선과 관련해 동맹국들이 미국의 방위약속에 의구심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을 지원할 것이란 바이든 대통령의 확언에도 일부 국가 정상들은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 외교정책 기조가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 왔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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