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육두문자?![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대통령도 욱하면 무섭다
분노지수 치솟는 리더 아무도 못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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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has a potty mouth.”
(그는 욕을 잘 해)
유쾌한 성격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를 훤히 드러내고 웃는 적이 많아 ‘Big Grin’(활짝 웃음)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실없는 농담으로 딱딱했던 주변 분위기를 푸는 재주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은 ‘두 얼굴’이라는 것. 지인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고 합니다.
그의 성질은 상대를 가리지 않습니다. 낮은 직급의 직원이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측근이든 바이든 대통령의 불같은 화를 감수해야 합니다. 백악관 회의 때 대통령의 질문에 우물쭈물하고 대답하지 못하면 극한의 분노 멘트가 날아옵니다.
뉴욕타임스,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화가 날 때 주로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Why the fuck isn’t this happening?”(제기랄, 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거야), “Goddammit, how the fuck don’t you know this?”(젠장, 이것도 모르냐), “Don’t fucking bullshit me!”(헛소리하지마)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을 “potty mouth”라고 부릅니다. ‘potty’(파티)는 ‘유아용 변기’ ‘화장실’을 말합니다. ‘potty mouth’는 ‘지저분한 입’을 말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분노가 ‘일’에 한정된다는 것입니다. 사적인 인간관계에서는 별로 화를 내는 일이 없습니다. 분노는 대통령 통치력의 중요한 변수입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리더가 분노를 적절히 다스리지 못하면 국민은 불안합니다. 화를 잘 내는 것으로 유명했던 리더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You ought to be ashamed of yourself for jumping on my wife.”
(내 아내를 들먹거리다니 창피한 줄 알아라)
흔히 빌 클린턴 대통령을 가리켜 “mother of all tempers”라고 부릅니다. ‘모든 성질의 어머니’ ‘성질계의 지존’이라는 뜻입니다. 그의 성격이 유명해진 것은 1992년 민주당 대선 후보 TV 토론 때였습니다. 아칸소 주지사로 전국적인 지명도가 없던 클린턴 대통령이 생방송 TV에서 벌컥 화를 내자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부인 힐러리 클린턴 여사의 변호사 사업거래를 비판하는 경쟁 후보에게 “감히 내 아내를 들먹거려”라고 흥분해 토론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습니다.
재임 시절에는 주로 기자들에게 화를 냈습니다. 이름을 날리는 기자라도 클린턴 대통령의 분노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ABC 방송 명앵커 피터 제닝스는 모니카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 때 도덕적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가 면박을 당했습니다. 퇴임 후에도 불같은 성질을 버리지 못해 불편한 질문을 던진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러스 기자에게 “너는 네가 똑똑한 줄 알지”라며 흥분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욱하는 성격에 대해 “폭력과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양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분노가 언제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You don’t know a goddamn thing you’re talking about.”
(빌어먹을, 당신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라)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역시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합니다. 클린턴 부부가 한번 싸우면 백악관이 들썩거렸다는 것이 워싱턴의 전설입니다. 힐러리 장관의 성격은 젊은 시절부터 유명했습니다. 법대 졸업 후 의회의 닉슨 대통령 탄핵 조사위원회에서 일하게 된 그녀는 위원장이 사석에서 결혼 상대인 클린턴 대통령을 깎아내리자 폭발했습니다. “goddamn”(제기랄)이라며 대들고 문을 탕 닫고 나가버렸습니다. 위원장은 당돌한 초짜 직원 힐러리가 괘씸했지만, 워낙 일을 잘해 해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힐러리 장관의 분노는 백악관 안주인 시절 절정에 달했습니다. 당시 리언 패네타 백악관 비서실장에 따르면 그녀의 별명은 ‘screamer’(고함을 지르는 사람). 직원들은 힐러리 장관으로부터 지적을 당할까 봐 노심초사였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직속 부하들에게까지 “당신들이 무능해서 내 남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험한 말로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이후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을 거치면서 성격이 부드러워졌습니다.
I don’t give a shit what happens.”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의 모든 대화 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했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 이 사실이 탄로 나자 녹음테이프를 공개하라는 압력을 받게 됐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공개를 거부하다가 테이프 속 민감한 부분들을 대거 삭제한 문서본 형태로 공개했습니다. 많은 비속어가 삭제됐지만, 분노와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닉슨 대통령의 이상 성격이 대화 속에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대화 속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위기를 모면하려고 측근들에게 워터게이트 조사에 응하지 말도록 지시하는 내용입니다. “I don’t give a shit”는 “털끝만치도 관심이 없다”라는 뜻입니다. ‘shit’ 대신에 ‘damn’을 쓰기도 합니다. 이밖에 “Jewish cabal”(유대인 도당), “fucking academics”(빌어먹을 지식인들), “goddamn Ivy Leaguers”(망할 놈의 아이비리그 출신들) 등 특정 그룹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민심은 등을 돌렸습니다. 3개월 후 테이프 원본을 공개하라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났고, 그로부터 1개월 후 닉슨 대통령은 사임했습니다.
명언의 품격
Hold on to your lily white butts.”
(흰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어)
‘lily-white’(릴리화이트)는 ‘백합처럼 희다’라는 뜻입니다. 흑인을 “negro”라고 부르는 것이 경멸의 의미인 것과 마찬가지로 백인을 “lily white”이라고 부르면 조롱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백악관 기자들은 대부분 백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인 기자들에게 유쾌한 인사말을 건넸지만 실은 “lily white”이라고 부르고 싶었다는 유머입니다. 백인 기자들의 잔치인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온 흑인 대통령의 복잡한 속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좀처럼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것은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 ‘angry black man’(성난 흑인 남성)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성난 흑인 남성의 이미지에 부합되면 안 된다는 자각이 그를 화를 낼 줄 모르는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of My Father)에서 “사람들은 예의 바르고 잘 웃고 갑자기 위험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 흑인 청년을 좋아한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체득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실전 보케 360
기소장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를 번번이 거부했고, 이번 사실들을 특검 측에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펜스 부통령은 적입니다. 최근 한 행사에서 연설을 마친 펜스 부통령에게 트럼프 지지자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You are a sellout!”
(이 배신자야!)
‘sell’은 ‘팔다’라든 뜻이고, ‘out’은 ‘완전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sellout’(셀아웃)은 ‘다 팔다,’ 즉 ‘완판’이라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완판’ ‘매진’은 ‘sold out’(솔드아웃)입니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 매진된 것은 수동형이기 때문에 ‘sold out’을 써야 합니다. ‘sell out’은 이것저것 다 팔고 나중에는 자신의 믿음까지 파는 사람, 즉 ‘배신자’를 말합니다.
남북전쟁 때 남군이 북군에 동조하는 남부인을 가리켜 “sellout to the devil”(악마에게 영혼을 판 배신자)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sellout”이라고 불린 적이 있습니다. 일부 흑인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성공하더니 백인 편을 든다면서 “sellout”이라고 비난했습니다. ‘sellout’은 ‘traitor’(트레이터)와 같은 뜻입니다. 야유자는 펜스 부통령을 먼저 “traitor”라고 부른 뒤 한 번 더 약을 올리려고 “sellout”이라고 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야유자에게 “헌법을 읽어봐라”라고 응수했습니다. 자신은 헌법에 명시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승자로 인증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1월 9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에 관한 내용입니다. 화를 잘 내는 것으로 치자면 트럼프 대통령을 따를만한 리더가 없습니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책 제목이 ‘Rage’(분노)일 정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지수가 최고치에 달했던 때는 2020년 대선입니다. 개표 초반에 앞서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패색이 짙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상태는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2020년 11월 9일 PDF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1109/103860626/1
How come every time they count Mail-In ballot dumps they are so devastating in their percentage and power of destruction?”
(아니 어떻게 무더기 우편투표를 개표할 때마다 엄청난 파괴력으로 득표율을 뒤흔드는 거냐)
트위터 세계에 ‘meltdown’(대폭발)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분노의 트윗을 쏟아내는 것을 말합니다. 개표가 우편투표 쪽으로 옮겨가면서 초반 상승세가 확 꺾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대폭발이 시작됩니다. ‘how come’은 ‘아니 어떻게’ ‘왜’라는 뜻으로 불만을 나타낼 때 씁니다.
WHAT IS THIS ALL ABOUT?”
(이게 대체 뭐 하는 짓들이야)
‘all-caps tweeting’(전체 대문자 트위팅)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습관입니다. 모든 글자를 대문자로 쓰는 겁니다. 대문자는 읽는 사람의 주목도를 확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경합주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문자 트윗을 올렸습니다. ‘지금 분노가 최고치에 달했구나’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The damage has already been done to the integrity of our system.”
(우리 시스템의 진실성이 훼손됐다)
한바탕 분노를 쏟아낸 뒤 평정이 찾아옵니다. 지지자들의 이성에 호소할 때가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자신의 어휘 범위에서 벗어난 ‘integrity’ ‘system’ 등의 단어들을 쓰면서 선거 부정을 주장합니다. 이제 법을 통해 상황을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는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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