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단체관광길 열렸지만…과거 영광 되찾기는 ‘글쎄’ [언박싱]

2023. 8. 1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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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의 귀환 ②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이 전면 허용되면서 중국 관광객(유커·遊客)이 속속 입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유커 등이 단체여행객 전용 데스크에서 상담받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중국 정부가 6년 5개월 만에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했다. 중국 관광객(유커·遊客)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내수 경기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때 서울 시내 백화점 매장 매출의 30~40%가 중국 관광객의 통 큰 소비가 차지하는 ‘과거 영광’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으로 인한 국내 경제적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행은 중국 관광객이 100만명 늘어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8%포인트 올라간다고 추산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의 절반 정도만 돼도 GDP 성장률이 0.2%포인트 넘게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에 방한한 중국 관광객 수는 23만8987명이다. 2019년(51만9132명) 대비 46%에 해당하는 수치로, 이미 절반 수준으로 크게 증가한 상태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이 1.4%인 걸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다만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침체가 특히 심각하다. 1~7월 부동산 신규 건설은 24.5%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색은 금융권으로 확산 중이다.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만 봐도 지난해보다 각각 0.3%, 4.4% 하락했다. 중국에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확산되는 이유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체이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4%에서 4.8%로 낮췄다.

대외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중국 하이난성의 면세점 산업을 키우려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정책 의지로 중국 내 명품 소비 비중이 커졌다. 이에 따라 국내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고가의 명품을 구매할 만큼 가격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점이 변수다. 최근 들어 중국인이 대규모 단체 여행보다 6인 내외 소규모 그룹으로 투어를 하는 여행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미·중 갈등과 자국 우선주의가 조성되면서 이전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부동산시장 침체 지속, 디플레이션 우려 등 불안한 경기 상황으로 인해 중국인의 소비심리가 여전히 냉각돼 있다”며 “중국인의 역내외 여행 수요 회복세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가나다순)을 비롯해 5성급 호텔 가운데 중국 단체 관광객만을 타깃으로 프로모션을 펼칠 계획인 곳은 아직 없다. 중국 단체 관광객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개별 여행객을 중심으로 한 ‘외국 관광객’을 마케팅 대상으로 정하고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유니온페이·알리페이 결제 혜택 행사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 개별 관광객을 비롯한 홍콩·대만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 모두를 고려한 성격이 짙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은 사실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라며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유치를 시켜야 할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백화점업계 관계자도 “중국 단체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시점은 9월 초·중순으로 본다”라며 “영업팀이 현안을 살펴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5성급 호텔 관계자는 “중국 단체 여행객이 많아질 경우, 국내 고객 가운데 일부는 불만을 내비치기도 해서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국내 백화점 3사 모두 외국인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올해 1~7월 본점의 외국 관광객 매출은 전년 대비 490% 신장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와 비교해서는 2분기 들어 80%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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