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서 처음으로 中 직접 비난…반발 거셀듯

“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
中콕찍어 국제질서 저해주체로 규정
‘싱대사 사태’ 냉각된 한중관계 반영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 올해도 ‘난망’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이 3자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직격 비판해 중국측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당당한 대(對) 중국 외교를 내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싱하이밍 대사 발언’ 파문까지 불거지면서 사뭇 싸늘해진 한중관계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한미일은 미국 메릴랜드주의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단독 3자 정상회의를 가진 이후 발표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국제질서를 저해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세 정상은 성명에서 “역내 평화와 번영을 약화시키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면서 중국을 직접 비난했다.

한미일은 성명에서 “최근 우리가 목격한 남중국해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해, 우리는 각국이 대외 발표한 입장을 상기하며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매립지역의 군사화, 해안경비대 및 해상 민병대 선박의 위험한 활용, 강압적인 행동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 포함된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이라는 표현은 이달 초 중국 해경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경선에 물대포를 발사한 행위를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미일은 지난해 11월 프놈펜 3자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군사적 활동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공격적 행위의 주체인 ‘중국’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원칙에 입각한 한중관계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도 그동안 민감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관련 사안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 ‘항행의 자유’ 등 외교적 원칙론을 유지했다.

그러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6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앞으로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이후 정부·대통령실의 대중국 스탠스에도 분명한 변화가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윤 대통령은 싱 대사 발언 이후 국무회의 석상에서 “싱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면서 “싱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우리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한미일이 정상 차원에서 중국을 직접 비난하면서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중일 세 나라는 지난 2008년부터 원칙적으로는 연례적 정상회의를 갖고 있다. 이 회의에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대통령과 총리가 참석하고, 중국에서는 국가주석이 아닌 국무원 총리가 참석한다.

세 나라는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마지막으로 회의를 가진 후 4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음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이 주최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