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과한 거 아니냐”…과태료 강화에 현직 공인중개사들 발끈
위반행위 경중에 따라 250만~500만원
중개보조원, 의뢰인에 신분 안밝히면
보조원·공인중개사 과태료 각각 500만원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재입법예고를 시작했다. 해당 시행령 개정령안의 주요 제·개정 내용은 ▲과태료 부과기준 합리화 ▲중개보조원 과태료 신설이다.
19일 개정령안에 따르면, 현행 법령에서 정한 부당 표시·광고 5가지 유형에 대해 과태료 금액을 2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세부적으로 정했다. 그동안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위반 유형과 위반행위 경중은 다양한데 비해, 과태료는 일률적으로 500만원을 부과해 왔다.
이에 국토부는 단순 실수나 부주의로 발생하기 쉬운 유형은 과태료 금액을 낮춰 행정처분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오는 10월 19일부터 중개보조원은 의뢰인에게 반드시 신분을 밝혀야 한다.
서울 강서 ‘빌라왕 사건’ 등 전세사기에 중개보조원이 적극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마련된 조치로, 이를 위반할 경우 중개보조원과 소속 공인중개사에게 각각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공인중개사가 위반 행위를 막기 위해 보조원에게 상당한 수준의 주의를 주고,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또 공인중개사가 고용할 수 있는 중개보조원 수는 중개사 1인당 5명 이내로 제한된다. 1999년 폐지 이후 24년 만에 중개보조원 채용상한제가 부활하는 셈이다.
공인중개사법 상 중개보조원은 고객을 매물 현장으로 안내하는 등 단순 공인중개사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만 할 수 있다. 따라서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계약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 중개사와 달리 중개 사고를 일으켰을 때 책임 부담 역시 적다. 일정 시간의 교육 이수 외에 특별한 자격 요건도 없다.
그러나 중개현장에서는 법 규정 다른 모습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국토부가 전세사기 의심 거래 1300여건을 추출해 조사한 결과, 전세사기 의심자 970명 중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은 42.7%(414명)에 이르렀다. 이 중 공인중개사가 342명, 보조원이 72명이었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10명 중 4명이 중개사나, 중개사 주변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정된 업무 범위에도 단속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중개보조원을 여러명 고용해 영업을 하도록 한 공인중개사들도 다수 적발됐다.
현재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중개보조원 수는 6만5941명이다. 보조원으로 신고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실장’, ‘이사’ 등이 적힌 명함으로 고객들의 혼선을 불러일으키거나 중개사를 사칭하기도 한다.
지난해 6~8월에는 인터넷 벼룩시장,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이뤄진 중개보조원의 불법 중개행위 7건이 적발됐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이 공인중개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경우 1년 이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중개보조원 신분 미고지시 공인중개사까지 과태료 500만원을 물어야 하는 것은 지나치다거나, 부당 표시·광고 과태료 하한선 250만원은 너무 높다는 것이다.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는 지난 15일 기준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이 총 198건이 올라왔다. 부처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이 수백건이 제기되는 건 이례적인 편이다. 접수된 의견 중 개정령안을 반대하는 내용도 다수 확인됐다.
국민입법참여센터 내 공개 의견을 통해 한 작성자는 “업무상 단순실수로 표시사항이 누락되거나 광고 삭제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며 “어떤 업종도 단순 실수로 인해 제3자의 피해가 입증되지 않았는데 수백만원씩 과태료를 부과하는 사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위반 과태료 세분화와 관련해 중개업계에서는 계도 및 경고를 거쳐 점증 부과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이외에 중개보조원의 신분 고지 방법과 업무범위에 대한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다만, 부당 표시·광고 과태료 세분화 방안에 대해 호평하는 이들과 중개업계가 신뢰를 잃은 데 따른 자업자득의 결과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정부에 순차적인 차등 부과 방안을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다”면서 “우선 회원사들에 법에 저촉되지 않게 협조할 것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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