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말하는 빈 살만...석유 팔아 축구에 '올인'하는 이유 [와이즈픽]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시작으로 카림 벤제마, 사디오 마네 등 스타 선수들의 사우디리그 행렬에 네이마르까지 합류했습니다.
네이마르의 계약 기간은 2년, 다른 스타들처럼 초특급 대우를 받았습니다.
이적료 약 9천만 유로, 우리 돈, 약 1천315억 원. 여기에 연봉은 최대 1억 5천만 유로, 우리 돈 2,19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하루에 무려 6억 원을 버는 셈입니다.
사우디 리그 팀들이 2023-2024시즌 선수 영입에 투자한 이적료는 대략 6억 유로, 우리 돈 8,750억 원으로 전 세계 1위 규모입니다.
호날두, 벤제마, 캉테, 파비뉴, 마레즈, 마네, 헨더슨 등 유럽 무대 최정상급 선수들은 물론 네베스, 생막시맹 등 유럽에서 주목받는 젊은 선수들 역시 사우디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여기에 스티븐 제라드 등 유명 감독들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를 선택했습니다. 선수와 감독 면면만 놓고 보면 웬만한 유럽 리그 못지 않습니다.
사우디 프로축구의 이런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뒤에는 사우디 왕세자이자, 사실상의 통치자인 '미스터 에브리씽' 무함마드 빈 살만(MBS)이 정점에 있습니다.
빈 살만은 스포츠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를 현대화하고 인구 3,600만 명의 '사막 왕국'에 대한 외부 세계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우디는 축구뿐 아니라 글로벌 스포츠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축구, 골프, 포뮬러 원, 복싱 등 전 세계 인기 스포츠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있습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7천억 달러,
우리 돈 935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활용해 새로운 분야에 자본을 재배치하고 브랜드와 기술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핵심 투자 대상 중 하나입니다.
더 나아가 사우디의 투자는 탄소 중립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 상황과도 연결됩니다. 최근 언론에 많이 보도된 '비전 2030' 계획입니다.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각화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사우디가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건 사우디에 대한 인식 변화입니다. '종교 분쟁, 극단주의, 여성 차별' 등 사우디를 언급할 때 떠오르는 부정적 이미지를 인기 스포츠, 축구를 통해 바꾸겠다는 겁니다.
이른바 '리브랜딩(Rebranding)' 운동입니다.
실제로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프로축구 리그가 영입한 특급 스타들을 통해 리그에 대한 투자와 팬 유입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연간 1억 명 방문객 유치와 리그 수익 4배 상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1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로 올해 사우디 석유 수출액(1,660억 달러)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한 비율은 16%입니다.
사우디 대신 미국행을 선택했지만, 특급 스타 리오넬 메시 역시 사우디의 '리브랜딩'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관광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팔로워 4억 명 이상을 보유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우디 관광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 거액의 대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인구통계학상 사우디 인구의 70%는 35세 미만의 젊은층입니다. 스타들로 채운 스포츠 이벤트는 대내적으로도 사우디 정부에 분명 매력적입니다.
물론 막대한 돈이 몰리는 만큼 비판도 따라붙고 있습니다.
이른바 오일머니를 앞세워 '스포츠 워싱'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포츠를 이용해 '인권 탄압국' 이미지를 세탁하고 은폐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사우디 정부는 이런 비판이 서방 중심의 '민족주의'에 기반하고 있다고 일축합니다.
정치 외교 영역을 넘어 실질적 우려도 있습니다. 먼저, 정부 주도 투자에 대한 우려입니다. 축구 스타들을 연이어 영입한 사우디 리그 구단들의 뒤에는 사우디 정부가 있습니다. 구단 중심의 자생적인 투자가 아닌 만큼 언제든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우디 축구 클럽이 마치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해 살아가는 '캥거루족'이 된 것 같다는 자조적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스타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엄청난 연봉에 대한 지속가능성도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호날두와 벤제마, 네이마르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의 연봉은 최소 1~2억 달러 이상. 이전 소속팀에서 받던 연봉의 4~5배를 훌쩍 넘습니다.
제 아무리 오일머니라는 든든한 자금줄이 있다 해도 결국, 스타 선수들의 배만 불려주고, 본전도 못 찾는 무모한 투자로 막을 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우디처럼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던 중국 슈퍼리그입니다.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막무가내식 투자로 스타 선수들을 연이어 영입했던 중국 슈퍼리그는 어떠한 결실도 얻지 못한 채 거품이 꺼졌습니다.
하지만 중국 슈퍼리그와 사우디의 축구 투자에는 차이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중국 슈퍼리그와 사우디 리그 모두 정부 주도의 정책적 투자입니다.
다만 사우디의 경우 막대한 오일머니로 스포츠 산업을 사들여 더 큰 돈을 벌어들인다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 측면보다 관제 성격이 강했던 중국과는 다르다는 주장입니다.
정리하면 자국 축구 리그를 유럽 못지않은 '축구판'으로 만들어 더 큰 직·간접적 수익을 얻겠다는 게 사우디의 전략입니다. 2021년 사우디가 2조 원을 투입해 출범시킨 골프투어 LIV 역시 기존 판을 뒤엎고 사우디가 만든 골프판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의 연장선입니다.
여기에 '2030년 피파 월드컵'을 유치한다면 사우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고 스포츠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확장하는 '비전 2030' 계획에 정점을 찍을 수 있습니다.
'머니 톡스(Money talks)'라는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돈이 말은 한다'인데 '돈이 곧 힘'이자 '돈이 곧 권력'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돈, 즉 자금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축구와 골프 등 인기 스포츠에 대한 사우디의 공격적인 투자는 정치·경제 분야를 넘어 지정학적인 관점에서도 빈 살만의 야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스포츠 산업에 있어서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자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스포츠 워싱'에 대한 비판, 다시 말해 사우디 내부의 엄격한 이슬람 율법과 차별 등에 근본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비판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계를 중심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획 김재형(jhkim03@ytn.co.kr)
그래픽 김현수(kimhs4364@ytn.co.kr)
제작 전용호(yhjeon95@ytn.co.kr)
YTN 전용호 (yhjeon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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